My baking story.
어릴 적 엄마 친구분이 집에 잠깐 오셔서 엄마를 기다리고 계셨다. 나는 집에 오신 엄마 친구분께 마실거리와 식빵에 계란을 적셔 프라이팬에 굽는 프렌치토스트를 해서 대접했다고 한다. 그 엄마 친구분은 아직도 엄마와 통화를 하실 때 그때의 내 얘기를 하신다고 했다.
사실 나는 생각이 가물가물 잘 나지 않는데, 어릴 적부터나 지금이나,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기질이 있긴 하다. 그렇다고 적극적인 성격도 아니면서 사람 자체에 관심이 많다. 사람을 좋아한다. 요즘 이집트에 와서 살면서 나의 기질을 보면 나의 새로운 모습을 깨닫게 되는데, 외향적이지도 내향적이지도 않은 그 중간의 어딘가쯤의 나인 것 같다. 그래도 외향의 기질이 조금 더 많고, 몸으로 움직이는 일을 좋아하는 에너지 형이다.(그 마저도 체력이 서서히 고갈되고 있지만,,)
23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일찍 육아와 살림을 하게 되면서 나는 나의 에너지를 육아와 베이킹에 전념했던 것 같다. 비교적 순한 첫째를 키우면서 무료하게 느껴지던 시간이 있었다. 아마 육아 우울증 이라고도 불릴 수 있겠다.
딱 그런 시기에 내 눈에 들어온 건 미니오븐, 미니오븐의 구입은 나를 신세계로 인도했다. 끝이 없는 육아의 길에 들어서기에는 비교적 어린 나 에게는 오븐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들이 나를 다른 사람 으로부터 인정받게 했고, 그것들은 나와 세상의 소통거리였다. 한 가지를 선택하면 깊게 파고드는 성향을 가진 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구워냈다. 쿠키나 머핀에서 시작한 베이킹은 어느 날은 마들렌, 브라우니, 발효빵까지 하나하나 결과물들을 구워낼 때마다. 그것을 SNS에 올리고 소통하고, 나의 일상의 중요한 부분들이 되었다.
아이들이 크면서 어린이집, 학교를 가게 되고 나만의 시간이 생기고, 나는 전문적으로 베이킹을 배우기 시작했다. 때마침, 나에게 맡는 베이커리 일을 권유받았고 , 나는 베이커리 카페에서 빵을 만들며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주말엔 아트마켓에서 직접 구운 빵을 팔고 마켓 문화를 즐기기도 하고, 아트마켓 전시장에서 빵 전시회를 열 기회를 얻었고, 또 그것이 입소문이 나서 법무부 소속 한국소년보호협회에서 보호 청소년 사회적응을 위한 제빵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것이 이집트 오기 직전까지 4-5년간 해오던 일들이었다. 이집트에 와서 잠깐 쉼표를 돌리는 이 시간들이 좋은데, 지금은 또 어떤 일들을 해볼 수 있을지 연구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일단은 이곳이 이집트이고 남편의 해외 업무를 뒷바라지해주고, 세 아이들 학교 생활등 서포트해야 할 일들이 넘쳐나지만, 늘 그래 왔듯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상에서 나의 업을 이어 나갈 것이다. 누군가는 지금을 경력단절의 시간이라고 부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베이킹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는 따뜻한 선물과 같은 시간이 될 수도 누군가에는 버킷리스트, 또 세상과의 소통이 될 수 있다. 내가 나의 손으로 만든 쿠키와 빵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이곳에서 시작될 일들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