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보다 길어라

#688

by 조현두

봄비가 내립니다
산수유 꽃이 젖습니다
잎 끝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질 듯 망설입니다

사랑은 짧았지만
그리움은 길어
이 빗속 길게 늘어져
작은 연못처럼 남아 있습니다

손끝으로 기억을 조용히 만져봅니다
꽃잎인지
흐르는 눈물인지
기다림이 남긴 흔적인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산수유 꽃 아래 서 있습니다
비가 멈출 때까지,
아니, 멈춘 후에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봄이 되는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