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 봄에 눈이 내리오

#690

by 조현두

운이 좋았다오
이맘때에나 볼 수 있는 것을


철 지나 하늘이
못다 한 말을 남기듯이
하얀 숨결을 뿌리우니


꽃인가 하여 보니
비인가 하여 보니
바람에 섞여 흩어지오


한번 닿아도
이름 없이 젖어 들고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손끝에 스며 마오


그리움도 그런 것이었소
잊힌 줄 알면서도
다시금 가슴에 피어나는 것


눈이여, 눈이여
그대는 알고 있었소?


우리 마음 같이
녹아 흐를 줄을 알면서도
끝내 한 번은 내려오는 것


다 알면서도 내게로 왔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딸기 삼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