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5
식탁의 맞은편에
무엇인가가 있었다
말은 없었고
움직임도 거의 없었다
그 자리에 놓여 있다는 것만으로
저녁이 되었다
같은 방향을 본 적은 없다
항상 테이블 너머
어딘가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
마주 앉아 있었지만
닿지는 않았다
조금씩
자리가 비기 시작했다
소리는 없었고
식탁 끝에 식지 않은 물 한 잔이
남겨진 기척처럼 있었다
(아마 시간은 흐르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어디선가 봤다는 말이 돌았다
잘 지내지 못한다는 이야기
다른 온기에 기대고 있다는 소문
그 중 어떤 말에
멈칫했다
예고 없이
식탁 위의 그릇 하나가
깊게 울리는 느낌
그날 이후
더는 말하지 않았다
식탁은 그대로였고
한 사람분의 식사만
그 자리에 차분히 놓였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는 듯
무언가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