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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두 Jun 12. 2024

부러진 수국

#547

여름은 여린 선잠 되어오니

수국 꽃대 올라오더라

올해는 무슨 색 보여줄까

니가 좋아하는 하늘색

조금 부끄러운 분홍색

아니면 우리를 닮은 아주 진한 보라색일까

이따금씩 오르던 꽃망울이 부풀던데

어제는 아끼던 꽃대가 그만

나 모르게 뚝 부러져있었다

아직 피지 못한 꽃대가 부러졌다

내 잘못인가 못 보살핀 탓인가

다핀 꽃망울만 올망졸망하다

서글픔의 틈에서 수국의 겨드랑이로 새순이 오른다

아팠을텐데 벌써 이렇게

더 풍성해질 준비를 한다

그래 언젠가는 저 새로운 자리 끝에 꽃이 필것 같다

그러면 너에게 이 수국을 선물할까

그때 우릴 닮은 보라색 같이 볼 수 있을까 너도

그럴 수 있을까

부러진 수국 부러진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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