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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현 Jun 11. 2024

7교시 끝, 집으로 가자

상상의 세계에서 위로를 건네다.

 자, 이제 눈을 감고 떠올려보자. 우리 엄마처럼 학력고사를 봤던 세대일 수도 있을 테고, 나처럼 수능 세대일 수도 있거나 혹은 시험을 안 본 사람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우리의 기억 속 대입 시험날은 분주하고 바쁘다. 잔칫날처럼 떠들썩하다. ooo기자, 지금 학교 앞은 어떻습니까? 네, 지금 수험생들이 하나, 둘 수험장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매해 이 멘트가 흘러나오며 아침을 연다. 라디오에서는? 때에 따라 다르지만 이한철의 '슈퍼스타'가 흘러나온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그럼 시험이 끝난 후의 장면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모든 학부모가 교문 밖에서 목을 기다랗게 빼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검은 머리, 안경 쓴 얼굴, 검은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터덜터덜 걸어 나와도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콕 집어 발견하는 초능력의 장면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회면의 뉴스들. 시험은 약간 어렵기는 했으나 대체로 평이했다. 평이했다고? 학생들은 좌절한다. 설령 쉽게 잘 풀어나갔다고 생각해도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단 한 문제라도 껄끄러웠다면 '어렵다'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반면, 선생님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능력이 출중해서이기도 하지만 생존의 문제 (그들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로 인해 어려워도 쉽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불수능이었다, 물수능이었다, 물인지 불인지 시험에 대한 온갖 뒷 이야기가 시작된다. 평가원이 학생들을 평가하려다가 평가대에 올라가 버린다. 댓글창도 늘 똑같다. 학생들 너무 고생했어요, 공감형. 사회 나와봐라, 수능은 별 것도 아니다. 인생통달형. 시험 하나 본다고 출근 시간도 늦추는 나라가 어딨냐, 어쩌면 CEO형. 수능이라는 시스템이 잘못되었다, 교육개혁형. 까지 다양하다. 끝이 나도 홀가분하지 않고 어딘가 서늘하다.


 그래서 엄마 차를 타고 집으로 가다가 눈을 감고 이런 상상을 했다. 평가원이 어느 해인가부터 수능 당일 저녁, 국어와 수학 정답지가 아닌 시를 하나 싣는 것이다. 또는 짧은 이야기여도 좋겠다. 답이 틀렸냐, 맞았냐는 내일부터 해도 늦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재촉한다고 빨리 가는 시계는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서두르다가 깨지는 경우는 무수히 봤다. 시험에 대한 평가는 잠시 미뤄두고 시와 이야기로 위로를 하는 거다. 달려온 학생들도, 함께한 선생님도, 지켜본 부모님도 서로가 마음을 비우고 쉰다. 그리고 그날만큼은 뉴스와 라디오에서도 시를 낭독해 주고 이야기를 읽어주는 것이다. 떠뜰썩하기만하고 아무것도 없는 잔치가 아닌, 진짜 축제를 만드는 거다. 이런 이야기가 해외 신문에도 실릴지 누가 알겠어? 이 지구에는 시험이 끝난 학생들에게 문학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나라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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