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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현 Oct 14. 2024

주말 풍경(2): 우리가 사는 방식

 드디어 그녀의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했다. 이 고요한 아침에 음악을 저렇게 크게 틀어놓을 수가 있다고? 쿵 쿵 쿵 쿵. 아래층으로부터 느껴지는 진동에 이곳이 방인지, 스피커 속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 동네는 콩 한쪽도 나눠 먹자는 취지로 세워졌는지 거의 대부분의 집들이 부채꼴로 구획된 땅 위에 한 채가 두 개로 나뉜 형태였다. 그러니 내 방의 얇은 벽 너머로 옆집의 방이 바로 붙어 있을 것이었다.


 이웃들이 몰려와 아들을 감옥에 보내 놓고 뭐가 그리도 신났냐고 그녀에게 돌을 던질까 겁이 났다. 아니면 드디어 미쳤다고 수군거리거나.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1층으로 내려갔다. 이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일요일에 침대 밖을 벗어나는 일은.

 거실로 들어가자 엄청난 소리가 압도했다. 린은 부엌에 있었다. 창 아래에는 그녀가 항상 켜두는 인센스가 타들어가고 있었다.

 “샤-. 잘 잤니?”

 그녀는 내가 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나는 잘 잤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원래도 작은 목소리는 음악에 묻혀 꺼낼 수도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선반에서 컵을 꺼냈다. 린은 뒷모습마저도 피곤해 보였다.


 린은 매주 토요일마다 제이크를 보러 갔다. 왕복 아홉 시간을 운전해서. 여기보다 더 남쪽에 있다고 했는데 정확한 이름을 듣지 못했다. 아무튼 그곳도 만만치 않게 거센 바닷바람이 불겠지.

 이 도시는 여름에도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토요일 새벽에 린이 자동차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리면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발을 다시 이불속으로 집어넣었다. 미아와 카야가 오고, 때때로 쉘리가 왔다. 저녁까지 다 지나 부엌에 가면 싱크대에 그릇과 접시가 가득했다.

 수세미에 세제를 짜서 그릇을 닦는다. 예전에 행주로 식기 위의 거품을 제거한 뒤 그대로 선반에 넣는 이 도시 사람들의 설거지 방법을 보며 경악한 적이 있었다. 물을 아끼기 위해 그렇다는데 그러다 건강을 잃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한국처럼 수도를 마구 틀어 놓으며 설거지를 할 수는 없었지만, 되도록 물로 헹구기 위해 눈치를 봐야 했다.


 “샤-, 어제도 네가 설거지했지? 안 해도 되는데.”    

 린은 나에게 바짝 다가와 말을 했다. 소리를 줄이면 편했을 텐데, 린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입을 크게 벌리고 천천히 말을 했다.

 린! 마암! 딘이 소리를 지른다. 아마 음악 소리를 줄이라는 뜻일 것이다. 곧 2층에서 더 큰 소리의 힙합 비트가 울렸다. 린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는 짧게 웃더니 뒷마당으로 나가 흰 이불들을 널었다. 도대체 빨래는 언제 한 걸까. 잠을 자기는 했을까.


 차라리 잘 된 일이다. 매일 옆방과 아래층 눈치를 보며 발걸음도 살살 걸었는데 말이지. 오늘만큼은 맘껏 소리 내보자고. 있는 힘껏 계단을 밟으며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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