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분은 사회복지제도에 관한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것 같다.
내가 이런 글을 쓰면 어떤 반응들을 할지 몰라 괜히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없는 말 지어내는 것도 아니고 내가 처한 현실이니 적어본다.
이 나라의 최저 생계비는 1인 기준 대략 600유로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런 소득이 없는 사람은 실업급여를 비롯한 집세, 육아수당 등등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받아 저 정도의 금액이 채워진다.
대학의 취직 잘되는 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20대 중반의 독일 남자였던 내 남편의 처음 월급 실 수령액이 1,900유로 정도였던 것으로 보아, 2인 최저생계비라 쳐도 넉넉하진 않지만 일 하지 않아도 각종 세금 면제되고 집세도 내고 살기에는 충분하다.
내가 직업교육을 마치고 예상한 금액은 내가 하고자 하는 직업교육을 마치고 실제 근무 중인 아는 아기 엄마의 월급 실수령액이었다.
월 30시간 근무에 실 수령액 1,500유로 정도.
그녀는 그 돈이면 충분히 살만하다고 했었다. 물론 그녀는 경력이 10년도 넘은 데다 정규직이었지만..
나는 그 대신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시간 모두를 일하면 주 40시간이니 2,000유로... 열심히 노력하면 그 정도는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희망이 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일단, 수많은 직업교육 중에 아이를 아무런 가족의 도움 없이 혼자 키우는, 어느 정도 독어를 하는 외국인인 여자가 할 수 있는 직업에서 이미 80%는 떨어져 나간다.
남은 20% 중에 최소한의 적성과 최소한의 흥미를 고려해 고르고 나면 선택의 폭은 아주 초라해진다.
유치원 선생님 아니면 간병인.
이혼하고 혼자 사는 한국인 여자들이 독일에서 하는 직업교육의 95%가 이거다. 나는 들어본 적 없지만 어딘가에는 예외가 있겠지 싶어 5%는 남겨둔다.
여기저기 다 물어봐도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이 외의 직업교육을 받는다는 사람을 못 봤다.
당연하다.
아이를 혼자 키운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아이가 아프면 결근을 해야 하고, 아이가 유치원에서 끝나는 4시면 나도 퇴근을 해야 하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방학 6주 동안 엄마도 놀아야 한다. 애가 집에 있으니까...
세상에 그런 직업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심각한 언어의 장벽은 아예 넣지도 않았다.
언어의 장벽이 들어가면 청소나 설거지를 해야 하므로.. 죽었다 깨나도 독어는 일단 할 줄 알아야 그나마...
저 엄마는 상사와 얘기해서 밤 근무를 안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그 일을 하려 한 것인데 현실적인 친구 하나가 그런 말을 했다.
"상사가 밤 근무를 하라는데 안 할 방법은 없어. 면접 때 내가 밤 근무를 거절하면 나를 채용 안 해도 내 자리를 채울 사람은 차고도 남거든.
또한 나에게 돌아온 일을 내가 안 한다면 그건 다시 누군가에게로 가야 하기 때문에 나는 싱글맘이지만 엄마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밤 근무를 나가는 거야.
잘 생각해봐. 정규직 10년 차인 그녀가 상사를 잘 설득해 나이트 근무를 안 한다면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하는 그 밤 근무를 누가 할지.. 새로 들어와 인맥도 없고, 일도 잘 못하는 신입이겠지? 이를테면... 너 같은."
그랬다. 나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밤 근무를 거절하면 비정규직인 나는 잘릴 테고, 밤 근무를 수락하면 빈이는 밤새 어디에 둘 것인가...
어린아이가 잠깐이라도 집에 혼자 있는 것은 이 나라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아동학대이다. 아이가 집에 오면 보호자도 무조건 집에 있어야 한다.
엄마 오늘 늦으니까 먼저 집에 가서 밥 먹고 있으라고 아이를 혼자 보냈다가는.. 유겐트암트에 아이를 뺏길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직업교육은 직급이 낮은만큼 월급이 오르는 데에도 한계가 분명하다. 그래서 나도 마지막은 공부를 더해 좀 더 업그레이드를 하려고 계획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올라가도 직업교육은 어쨌든 대졸보다는 늘 한 단계 아래에 있으며, 월급마저도 시원치가 않다는 것이다.
플로리스트나 빵 굽는 일은 자기 가게를 내지 않는 한 직원으로는 400유로도 못 벌 정도라 아무도 쳐다도 안보는 직업이라고 한다.
아까 말했듯이 한국인 여자들 대부분이 고르는 유치원 선생님이나 간병인 중 간병인은 거동이 불편한 거구의 독일 노인들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고, 근무시간도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아이를 둔 엄마의 경우 유치원 선생님으로 많이 가는데, 시립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교회 소속 유치원은 월급이 정말 낮다고 했다.
여기서부터 골 때리는 시뮬레이션이 돌아간다.
당신이 아이를 데리고 무직일 때 정부 보조금을 1,200유로 받는다고 하면, 당신은 얼마를 벌 수 있을 때 정부 보조금을 포기하고 일을 하겠는가?
1,300유로? 1,500유로? 아니면 1,201유로부터 벌써?
정답은 각자의 선택이니 나는 그냥 발생 가능한 현실의 상황을 알려주겠다.
당신이 일을 해서 버는 1,500유로 정도가 정부 보조금 1,200유로의 가치와 어쩌면 비슷비슷할지도...이다.
왜냐?
정부가 주는 돈 1,200유로에는 세금이 없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 집세를 내고 나면 나머지는 당신의 자유라는 뜻이다.
식비나 피복비를 줄여 저축을 해도 되고, 일 년에 3주까지 해외여행도 가도 된다. 정부보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비도 정부가 내주고, 교통비도 반값이고, TV 수신료도, 만만치 않은 보험료도 정부가 내준다.
그 밖에도 잡다하게 돈 들어갈 일이 생기면 정부에 도움을 청하면 된다. 그럼 정부가 내준다.
복지혜택을 전면 받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내가 일을 하기 시작하면, 그런 복지혜택이 사라진다.
1,500유로를 벌면 집세를 내야 하고, 교육비를 내야 하고, 교통비, 악 소리 나는 보험료도 전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 외에도 또 언제 어디서 어떤 명목으로 돈을 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니 내가 버는 돈 1,500유로는 정부에서 주는 돈으로 치면 실제로는 1,000유로 정도 값어치밖에 안 되는 것이다.
3천, 4천 유로를 버는 사람들에게는 그깟 몇 백 유로가 대수이겠냐마는 1,500유로를 버는 사람에게는 몇 백 유로로 삶의 질이 달라진다.
정부에서 돈 받고 놀던 때보다 힘들게 일하는데도 형편은 어려워지는 아이러니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데다가 싱글맘이라 이것저것 안 되는 조건을 빼고 보니 남은 직업으로는 기껏해야 한 달에 800유로 정도를 겨우 벌 수 있다면?
농담이 아니다. 그래서 정말로 신중하게 직업교육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잡센터에서 하라는 대로 할 게 아니라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지 꼼꼼하게 잘 확인하고 정부 보조금보다 적으면 거절을 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여기서 일부러 아이 유치원 자리도 안 찾고, 그 핑계로 일도 안 하는 싱글맘들을 자주 본다. 지금까지는 그들이 게으르고 멍청해서 그런 줄 알았다.
다들 그렇게 쉽게 말하지 않나. 복지국가에서는 일하기 싫어서 차라리 돈 타 먹으며 놀고먹는다고......
그런데, 우리같이 급할 때 도움 청할 가족이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으로 혼자 아기를 키우면서는 아무리 아등바등해도 1,000유로 벌기가 쉽지 않다고 현재 나와 같은 상황에서 악착같이 일어나신 분이 그랬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나와는 다르게 그분은 정말 능력이 있는데도 아이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아이가 아파도 잘릴까 봐 해열제 먹여 유치원 보내고 눈물 쏟으며 직장에 나갔지만 결국 열이 펄펄 끓는다는 연락에, 결근하고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더니 아이 선생님이 자신을, 싱글맘인 걸 뻔히 알면서도 괴물 보듯 보더라는 누군가의 경험처럼...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까먹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돈을 받으며 일을 할 바에는 차라리 속 편하게 아이라도 잘 기르는 게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 일이라고 쉽게 손가락질하기 어렵다. 당장 당신이 새끼와 둘이서 그런 지경에 처한다고 생각해보라... 누가 그녀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아이를 데리고, 조력자 없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하는 싱글맘이 고를 수 있는 직업의 폭 안에서 1,500유로를 넘는 직장을 구하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오래 일할수록 돈은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싱글맘들은 절대적인 근무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다. 시급도 적은데 근무시간도 적으니 악순환이다.
더구나 그렇게 번 돈을 쪼개서 혼자서 차도 사고, 가구도 사고, 집도 사고, 여름이면 도시가 텅텅 비도록 전부다 휴가를 가는데, 부활절 봄방학, 가을방학, 겨울방학 다 집에 죽치고 있더라도 여름만큼은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휴가도 가야 하지 않겠나.
아이가 커가면 돈도 더 들어갈 텐데...
그녀들은 생존의 법칙에 충실하게 자신들의 능력을 냉정하게 따져 살아남기 위한 최적의 선택을 한 것이다.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니라 2016년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온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 원본과 사진은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frechdac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