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뿌리와날개 May 15. 2021

고열에 아이도 울고 나도 울고

2015.07.28. 화요일 낮부터 07.29. 수요일 아침까지

일요일 중세시대 페스티벌 간다고 쌀쌀한 날씨에 야외에서..

월요일 비바람 속에 3시간을 밖에서..

화요일 역시 비바람을 뚫고 밖을...



 옷을 단단히 입힌다고 입혔는데도,  온다고 해서 레인커버를 씌운다고 씌웠는데도 3 연속 찬바람 맞으며 밖을 돌아다닌 것은 무리였나 보다.



핸드폰을 살리고 보호소로 돌아와 낮잠을 자고 일어난 빈이가 오후부터 열이 끓기 시작했다.



많이 울었고, 칭얼거렸다.

내 품에서 떠나질 않았고 전혀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









이는 보통 아프질 않고 아파도 그동안 스스로  회복했다.



생후 6개월까지는 기침 한번, 콧물 한번 없었고, 6개월 접어들 무렵 첫 감기로 일주일을 호되게 앓았었다.

콧물을 줄곧 흘리며 코가 막혀 잠도 못 자고 많이 울어서 정말 힘들었지만, 열은 없었다.



병원에 가는 대신 물을 자주 먹이고 젖은 수건으로 습기를 조절해준  내가  전부였고,  스스로 나았다.



8개월 때 다시 한번 콧물감기를 앓았고, 그때도 열은 없이 3일 만에 상태가 가라앉았다.

다만 간간히 콧물은 흘렸고, 그 상태로 그냥 지내다 10개월 때 한번 더 감기를 앓았다.



세 번째 감기는 더 대수롭지 않게 가볍게 지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13개월 때 다시 감기를 앓았었다.

기침을 동반한 콧물감기였는데 그때도 역시 병원은 가지 않았고, 배즙만 먹여가며 스스로 낫게 했었다.



그리고 16개월인 지금, 5번째로 아픈 것이다.









그런데 열이었다.

열이 무섭다는 말을 듣기만 했지 실제로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돌보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무식하게도 날씨가 쌀쌀하다는 이유로 열이 끓는 이에게 긴팔을 입혀 이불을 덮어 재웠다.

온몸이 뜨거웠지만 한참을 울다가 막 잠이 든 아이였기 때문에 그냥 재우려고 했는데 엄마가 열은 위험하다며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차가운 물수건을 이마에 대주니 아이가 울면서 잠이 깼다.

얼마나 악을 쓰고 우는지.. 달래도 달래 지지도 않고..



그래도 아이 몸이 너무 뜨거워 옷을 벗기고 계속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줬다.

물수건이 닿을 때마다 빈이는 자지러지게 울었고 결국 물수건은 포기하고 옷을 벗기고 부채질을 해주며 간간히 젖은 수건으로 목덜미만 식혀주었다.



가뜩이나 뜨거운 몸이 아이가 울 때마다 더 뜨거워지는데,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얼굴이 터져라 숨도 안 쉬고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는데 눈물이 났다.









어떻게 그 밤이 지났는지...



밤새 울다 자다 또 깨서 울다 자다 하는 아이 열을 떨어뜨리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나도 추운 날씨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몸이 많이 지친 데다 생리 중이라 컨디션이 엉망이었는데 아기까지 아프니 정말 너무너무 힘이 들었다.



보호소에 사는 다른 사람들 눈치도 보였고,

체온계도, 해열제도 없어서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것도 슬펐고,

내가 왜 이렇게 아파서 우는 내 자식을 안고 남의 눈치를 보며 지금 이 곳에서 이러고 무기력하게 있어야 하는지도 화가 났다.



아이가 아프다고 죽을 쒀줄 수도 없고, 배즙도 내려줄 수 없었다.

밤새 아이 열을 떨어뜨리며 나는 한 가지 생각만 했다.



'빨리 집을 구해서 여기를 나가자.'



그리고 아이 열이 내리자마자 아침이 되도록 부동산 사이트를 뒤졌다.

프랑크푸르트 쪽으로 이사를 가겠다고 결심한 뒤로 2주가량 보지 않았던 부동산 사이트를 다시 뒤지기 시작한 것이다.



조건에 맞는 집들을 찾아 세부내용을 메모하고 아침이 되자마자 전화를 돌렸다.





*표지 이미지 출처 : Google 이미지 검색, 검색어 "Traurige Frau"

*이 글은 현재 사건이 아니라 2015-2018년 사이에 제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온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 원본과 사진은 아래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blog.naver.com/frechdachs 



이전 05화 3일 만에 살아 돌아온 내 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