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고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마치 라이언킹의 한 장면처럼 아이를 보여준 뒤, 선언 비슷한 걸 한 적이 있었다.
“누구든 핸드폰으로 영상 보여주는 분 계시면 가만 안 둘 거예요”
이 말은 공동 육아를 하게 된 세 가족의 지침이 되어 그 누구도 핸드폰으로는 절대 영상이나 그 비슷한 무엇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게 핸드폰을 멀리했어도 일상생활에 스며든 핸드폰은 어쩔 수 없이 아이의 타깃이 되어 가질 수는 없지만 그 안에 무언가는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듯했다. 아이는 여느 아이들보다 영상 매체에 대한 노출이 적었으나 티브이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19평도 안 되는 좁은 집에 무려 55인치의 티브이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으니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만남이었던 것이다.
아이는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뽀로로를 만나고 공룡을 만나고 코코 멜론을 만났다. 하지만 만남의 순간은 하루 3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정도여서 아쉬운 뒷맛을 남기는 것이었으리라. 그런 아이가 밤잠을 너무 거부하던 어느 날, 남편이 아이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 <퍼핀 가족> 들을까?”
퍼핀 가족?
아이는 눈을 번쩍 떴다. 어두운 방 속에서도 반짝하는 아이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볼 수 없어도 들을 수 있다니. 아이는 행복에 젖어 잠에 들었다. 그렇게 몇 번을 그런 식으로 밤잠을 재우던 어느 날, 아이의 아빠가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아빠가 돌아오기 전 급하게 짐을 챙겨 아이와 나는 친정으로 피신 아닌 피신 길에 올랐다. 그렇게 밤이 되고 아이가 어둠 속에서 말을 꺼냈다.
“넷플릭스. 빠밤”
<퍼핀 가족>을 듣고 싶다는 말을 한 것이었다. 아이와 함께 누워있던 할머니와 엄마인 나는 아이의 그 한 마디에 빵 터졌다. 그리고 약 한 시간 가량의 강제 <퍼핀 가족> 청취가 시작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잠이 드는 게 아니라 더더욱 흥겨워하더니 마침내 일어나서 노래에 맞춰 춤추고 같이 슬퍼하고 웃었다. 그 속에 아이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할머니와 엄마를 뒤로 한 채.
그다음 날, 나 또한 코로나 양성을 받고 아이를 혼자 두고 왔다. 며칠 동안 아이는 넷플릭스도 못 보고 듣지도 못하겠지. 그래도 걱정했는데 나름대로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우리 집 똘똘이. 세 밤만 더 자고 엄마랑 넷플릭스 맘껏 보자. 엄마도 우리 아기랑 같이 <퍼핀 가족> 같이 보고 싶어. 그때 넷플릭스 로고송에 맞춰 같이 춤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