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성격 탓인가. 나의 감각들은 전체적으로 둔감하다. 일단 심한 비염이 있어 냄새는 잘 못 맡고, 라섹을 해서 시력을 교정했지만 교정 전에는 -14쯤 됐으며, 어려서 이어폰과 한몸으로 살아서 그런지 청력도 그다지 좋지 않으며, 미각도 맛없는 것/ 맛있는 것 이외에는 구분이 안될 정도로 모든 감각이 둔감하다.
그런 내가 예민한 한 감각이 있으니, 그건 아이의 냄새이다. 처음부터 예민한 것은 아니었고 아이의 요구 사항이었달까. 말 못하는 아이는 온몸으로 자신의 불편사항을 표출했다. 그랬기에 어떤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하면, ‘아! 이제 시작이다’라는 기분으로 아이의 불편함을 아이보다 더 빠르게 캐치하여 해결해 주는 해결사가 되어야 했다.
아이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냄새에 예민한데 그 중 가장 예민한 게 응가 냄새였다. 그런데 응가는 싫어하는데 이상하게 방구는 좋아했다. 방구를 몇몇 뿡뿡 뀌고서는 ‘아이~ 냄새~ 흐흐흐’라고 스스로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응가할 거야! 으으으~~~ 웩….’ 라고 이어지니 나는 흐흐흐 웃어대는 저 방구 루틴에도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쉬는 날 청소를 하고 있는데 아이의 진한 방구 냄새가 났다. “아익. 이렇게 멀리 있는데도 냄새가 나다니. 얼마나 큰 걸 하려고” 뒤에서 남편이 “나야”라고 말했다.
“아니야. **이 냄새는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이렇게 냄새가 똑같다고” “나라니까”
확인해 보니 정말 남편이었다. ‘그럴 수가 있나’라는 의문을 가진 채 다음 날이 되었다.
또 같은 냄새가 났다. 아이는 분명 멀리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니 우리 **이 냄새가 여기서’ 남편이 또 쓰윽. “나야” “아니 이럴 수는 없어. 이렇게 냄새가 똑같을 수 있다고??” 이번에도 확인 결과 남편의 것으로 밝혀졌다.
방구 냄새에도 지문이 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부녀끼리 이렇게 닮을 수도 있나. 아니면 기분탓인가 라는 생각을 하던 와중에. 또 어딘서가 “아익 냄새. 흐흐흐” 이번에는 아이가 방구를 뀌었다. 그렇다. 방구 냄새에도 지문이 있고, 닮을 수도 있나보다. 생긴 것도 손가락 발가락 모양뿐만 아니라 우리집 부녀는 방구 냄새도 닮았다. 사랑스런 두 녀석들. 오늘도 난 작은 녀석 응가 치우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