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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우 Aug 16. 2024

형광등에 처박아대던 날벌레 단상

 늦은 어느 밤, 어두워진 거리에 남은 혹독한 더위의 잔열들을 피해 들어간 편의점이었다. 작은 캔음료를 홀짝이며 항상 목표 지향적으로 지나쳤던 편의점의 디테일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조그마한 날벌레가 반복하여 형광등에 돌진하고 있는 것에 시선이 사로잡혔다. 이러한 별 의미없을 사소한 것들에 몰입하여 뜬금없는 상상을 하는 것은 내 소소하고도 유서깊은 즐거움이다. 저 날벌레의 애잔한 돌진은 결국 직원에게 잡혀 휴지에 쌓인채 버려지거나, 힘이 다해 떨어져 말라가다 다음날 청소하는 이에게 치워질 운명일 것이다. 저 날벌레도 태어나면서 날아다니고 짝을 만나 후대를 만드는 그 보편적이고도 신성한 삶을 살아가려 했을테지만, 잠시 열린 편의점의 문으로 찬란한 광원을 향해 이끌려간 그 순간 비극적 운명을 결정지어버린 것이다.


 아, 이 가여운 날벌레에게 무슨 잘못이 있을까? 그것은 그저 오랜 세월을 거쳐 DNA에 각인된 빛에 대한 행동 양식에 있을 것이다. 벌레가 빛을 향해 돌진하는 것은 아직 정확히 발혀진 바는 없지만 비교적 최근의 연구에서는 빛을 향한다기보단 인공의 빛이 감각을 교란시킨 결과라고 한다. 이렇게 인공의 빛은 자연스러운 것들의 눈을 멀게 하여 비극적인 결과를 만든다. 지적인 존재로서 인간은 이 인공의 빛 아래 살아남는 것은 물론 가용한 평생의 시간을 연장시키는 수단으로 삼지만서도, 인공의 것들에 길을 잃는 것은 여전히 동일해 보인다.


 하루하루 일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술자리에서 읇조리던 친한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욕망하고 채우기위해 헌신하며 살아감의 반복이다. 그 허기를 채우기 위한 원동력이 만든 찬란한 문명은 이제는 없던 욕망도 만들어 삶을 촘촘히 채우게끔 한다. 회사 대표들 중에 정신과 약을 안먹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부와 명예, 권력을 향한 특출난 집착을 가지고 자신을 학대하며 달려서 얻은 것이라기엔 대단히 슬픈 일이다. 이래서야 형광등에 돌진하는 날벌레와 사람이 다를게 뭘까?


 아, 우리에게 무슨 잘못이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도 길을 찾지 못하고, 더 큰 힘과 부를 위해 고통받고 감내하고 달리는 나의 DNA에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던 선조의 행동원리가 이어져 내려왔을 뿐일텐데. 우리 선조들은 이 공허함에서 의미를 찾는 DNA는 왜 물려주지 않으셨을까? 어쩌면 우리 대에서 만들어서 물려줘야 하는건가? 이쯤 생각이 미쳤을때, 기다리던 이가 도착했다. 나는 또 부와 명예, 권력을 얻기위해 움직이다. 날벌레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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