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화 Sep 23. 2023

불안할 때마다 글씨가 엉망이 된다


남들보다 뒤처졌단 생각이 들면 조급해지고
하루 종일 한 게 없는 듯한 느낌이 들면 내가 미워진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이고, 갈 길은 멀 때
나는 글씨가 엉망이 된다.

빨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면 남의 말을 받아쓰듯 글씨를 휘갈기게 된달까.
그럴수록 내용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남는 것도 없을뿐더러 나중에 알아보기도 어려운데 말이다.


불안할 때마다 글씨가 엉망이 된다는 걸

재수할 때 쓴 공책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그 공책은 온통 불안 투성이었다. 


그래서 이젠 내 글씨가 흐트러질 때면 잠시 멈춘다.

나는 잘하고 있고, 늦지 않았으니

이대로 하면 된다고 말을 해주면서.

그다음 글씨를 바르게 쓰기 위해 고쳐 앉는다. 

불안할수록 한 자 한 자 바르게 말이다. 


흐트러진 마음으론 제대로 해낼 수 없음을 안다. 

흔들릴수록 꾹꾹 눌러 적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너무 안 맞는데 잘 살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