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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스페인, 느리게 빠른 시간

챕터 4. 너무 즐거우면 시간이 느린데 빨리 가

by 노마드 써니

<챕터 4 미리보기>

- 일기를 쓰세요

- 커뮤니티 공동생활은 배가 찢어지게 웃는 날이 많아서 위험하다

- 하루를 잘 보냈다는 기준

- 유일무이한 코리빙, 지속가능한 코리빙의 한 가지 모습


***


안세우는 같은 스페인인데도 하베아랑 왜 이렇게 다를까. 바다 대신 숲. 초록초록한 이 곳.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호스트와 인사를 나누고 짐을 풀었다. 코리빙이라는 타이틀은 같지만, 코리빙마다 돌아가는 시스템들이 다르다보니 신기했다.


우선 안세우는 동물들과 장기거주자들이 많았다. 최소 예약 기간은 한 달. 이미 안세우에서 작년부터 계속 지내온 안드레아는 안세우에서 일을 도우며 숙박을 무료로 제공받고 있었고, 작년에 너무 즐겁게 지낸 기억으로 올해에도 또 찾아와 6개월 이상을 지내는 사람들이 절반 정도 되었다. 호스트가 키우는 개들도 있었고, 캠핑카에서 지내는 사람들도 개가 있어서 코워킹 공간도 개가 들어와도 되는 코워킹과 안되는 코워킹이 각각 있었다. 모두들 여유가 가득한 모습은 나의 마음도 둥둥 떠다니지 않고 착 가라앉혀줬다. 하늘보다는 땅과 맞닿아 있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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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우코리빙의 모습. 왼쪽 사진에 보이는 오른쪽 건물에는 숙소와 카페, 키친이 있고 왼쪽 건물에는 코워킹이 있다. 수영장은 뒤에!


무조건 야외에서만 일하는 나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하베아보다 안세우에서 공간적으로도 훨씬 여유롭다고 느꼈다. 일단 여러 개의 건물이 넓게 펼쳐져 있는 구조인데다, 자연이 바로 코앞에서 둘러싸고 있는 형태라 넓게 느껴졌다. 나무들은 두껍고 높게 자라나있다. 나무들 사이에 슬랙라인을 설치해놓고 쉴 때마다 와서 연습도 하고. 나는 코워킹에서 일하지 않고 ‘과수원(orchard)’이라고 불리는 야외 테라스에서 일을 했다. 사방이 뚫려있고 강아지들이 왔다갔다, 바람도 살랑살랑, 이보다 더 완벽한 사무실이 어디 있나.




무엇보다도 안세우코리빙의 시그니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지는 패밀리 디너였다. 썬앤코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패밀리 디너가 이 곳에서는 매일 저녁 있었다. 코리빙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두 세 명씩 팀을 짜서 돌아가면서 코리빙 전체를 위해서 요리를 하는 형식으로 모두가 일주일에 한 번만 저녁식사를 준비하면 되게끔 하는 시스템이었다. 너무 편해. 남이 해주는 밥이 최고야.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나? 거기에 대면대면하게 같이 사는 이들과 지내지 않고 급속도로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공동체 생활에 있어 밥처럼 모든 이들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것도 없다. 안먹고는 못사니까.


안세우에서의 생활은 나의 내면이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한 시간이었다. 내면이 평안하려면 몸이 시작이어야한다. 나만의 지론이랄까. 몸과 마음 중에 누가 먼저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고 묻는데, 나는 몸이라고 답한다. 안세우에서 지내면서 나는 자기 전에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입을 옷을 운동화 위에 얹어놓고 자서, 일어나서는 바로 옷을 입고 달리러 나갔다. 계속 이동을 하다보면 건강하게 사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임을 알 것이다. 여행가서 운동 꾸준히 하는 사람 누가있죠? 손 들어보세요? 저 때는 그래도 내가 잘했다 껄껄. 안세우코리빙 숙소 건물 옆에는 산책로가 하나 있었는데 원래 쓰레기가 많이 있어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던 것을 작년에 바스라는 친구가 앞장서서 다 치웠고 지금은 모두가 아침, 낮, 저녁으로 많이들 이용하는 산책로가 되었다고 했다. 아침에 걷다 뛰다 하다보면 산책로를 한바퀴 도는데에 30분 정도가 걸렸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서 부엌에 들어서면 안세우 동네 로컬 핵인싸이자 안세우코리빙에서 하우스키핑을 맡고 있는 로사가 인사를 건넸다. 로사는 영어를 못하고, 나는 스페인어를 못하지만 우리는 웃으면서 포옹을 하고, 간단한 대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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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우페스티벌 데이에 나와 스윗한 로사

“올라 께딸! 무이 비엔~” 당시 내가 아는 스페인어의 전부였다. (지...지금도 쿠...쿨럭) 로사는 정말 너무나도 소중한 엄마같은 고마운 존재로 몸과 마음을 다해 우리의 공간을 돌봐준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는 나만의 사무실로 일기장을 들고 가서 앉는다. 내가 느끼는 것들, 생각들을 다 적는다. 줄리아 카메론의 ' The Artist's Way' 라는 책을 아시는지? 그 책에서 소개한 내용을 따라 최소한 세 페이지는 적어야지 하고 써내려간다. 그러면 흘렀던 땀도 다 식고 내 마음과 숨이 차분해진다. 일기까지 쓰고나면 이제 아침을 간단하게 챙겨먹는다. 과일을 하나 먹거나, 빵을 토스트기에 구워서 누텔라를 발라 먹거나.


일기는 나의 치유 여정에 정말 큰 역할을 했다. 치유 여정이라고 하면 누군가는 큰 상처를 입은 적이 있는지, 나에게 무슨 사건 사고가 있었는지를 물어볼 수도 있겠다. 사람은 누구나 어린 시절부터 자라며 스스로도 모르게 또는 너무나 선명하게 몸과 마음에, 어떤 때는 그 중간 어디메에서 상처를 입는다. 행복한 순간도 즐거운 순간도 있지. 그 뒤에 그늘에 가려져 있기도 한 이 상처들은 스스로와 또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을 때에 드러나는데 얕은 관계에서 드러나기도 하지만 잘 숨겨진 경우에는 깊은 친구 관계, 특히 연인 관계에서 드러나는 때가 많다. 나의 경우에도 그랬다.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반응하지?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고, 연인과 이별 후에 내 스스로에 대해서 깊이 들여다보며 알게되었다. 아 나에게 치유해야할 부분이 있구나. 일기쓰기는 그런 나 스스로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볼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해줬다.


처음에는 어떻게 써야할지를 몰라서 뭘 했고, 그러고 나서는 또 뭘 했고. 내가 지금 일기를 쓰는건지, 초등학생 때 일기쓰기 숙제를 하는건가 싶었는데. 점점 무엇을 했을 때의 나의 생각과 감정 또 하지 않았을 때의 나의 생각과 감정을 나의 목소리로 글로 적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응어리진 것들을 꺼내서 빛을 비춰보니, 그 것이 더이상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걸 쳐다보는 나는 이미 한 발자국 떨어져있어서, 아 그런 상황이니 그런 생각을 했구나, 아 그래서 그런 느낌이 들었겠다. 내 스스로를 조금더 친절하고 관대하게 대할 수가 있겠더라는, 그렇게 자꾸 나를 보듬었더니 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있게 되었더라는 마법같은 이야기다. 옛날 자기 일기를 읽으면 참 오그라들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더라는 얘기를 듣곤 하는데, 나는 아직도 남의 일기를 읽는 것 같아서 내 옛날 일기를 읽지 못한다. 사생활 침해 같아서.


그렇게 해서 자리잡은 나의 일기쓰기가 스페인에 있을 때에도 나의 생각과 감정을 모두 덜어내서 꺼내놓고 스스로를 토닥거리고 아고, 그래도 잘했네, 요건 좀 더 해보자, 이렇게도 할 수 있겠는데? 하며 여러가지로 나를 사랑하는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를 잡았다. 일기를 쓰고 나면 단단한 나는 하루를 산뜻하게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그렇게 아침식사 접시를 들고 부엌 밖에 있는 식사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면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나타난다. 바스는 사업가이지만 대학교에서 영양학에 대한 강의도 하는데, 첫 끼니는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며 스테이크와 구운 야채를 들고 옆에 앉는다. 내 아침식사를 보고 고개를 돌려 바스의 아침식사를 보고나서 나는 말을 건넨다.


“맨날 나더러 누텔라에 빵 아침으로 먹는다고 잔소리하는데, 그러지 말고 제대로 설명 좀 해봐. 너 스킬쉐어 한 번 해야할 것 같은데. 부탁한다, 친구야.”


스킬쉐어(Skill Share)는 썬앤코에서도 있었는데, 각자의 특별한 것, 그것이 직업에 관련된 것이든 취미이든 전문적인 무언가를 코리빙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나는 썬앤코에서는 15분만에 정복하는 한국어 읽고쓰기 특강을 했었다. 바스의 스킬쉐어는 단백질 섭취에 대한 것이었다. 6년간의 채식을 뒤로 하고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한 바스는 단백질에 대한 내용을 한 시간동안 우리에게 전달했다. 왜 단백질이 중요하며, 한 가지 종류의 단백질을 먹어서는 충분하지 않고, 어떻게 균형잡힌 식단을 할 수 있는지,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을 때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식단만으로 몸의 근육량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등을 모두 공개했다.


스킬쉐어는 전문분야를 얕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다. 나는 썬앤코에서 링크드인 최적화에 대한 스킬쉐어도, 인생의 수레바퀴(Wheel of Life)라는 좋은 툴도 배웠고, 안세우에서는 3D 오디오와 AI 예술에 대한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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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다같이 놀러간 바닷가에서 식사


안세우에서는 썬앤코에서보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매일 패밀리 디너가 있는 대신에 다른 이벤트들이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었다. 패밀리 미팅을 하기는 했지만 계획하는 일들 자체가 훨씬 적었고 삶 자체가 많이 여유로웠다.


그런데도 6주는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다.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하루는 더디가는데도 끝은 빨리 와버렸다. 내가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는 증거를, 알차게 보냈다는 증거를 어디서 찾을까? 하루가 길었는데, 같이 사는 친구와의 의미있는 대화로, 수영장에서의 나른함으로, 도란도란 저녁 식사 후 산책으로. 분명 하루는 길었는데 그 하루들의 끝이 너무 빨리 와 있었다면 그것이 내가 잘 시간을 썼다는 증명이다. 나는 그렇다.


안세우에서의 다양한 하루들 중에는 10분 운전해서 있는 동네 강가에 가서 제대로 수영을 한 하루도 있다. 그런 강변은 처음 봤다. 초록이 없었으면 그냥 해변이라고 생각할 것 같은 강가(river beach)에서 가방을 놔두고 작은 댐에서 우리는 영법을 바꿔가며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어휴 숨차. 나는 왜 이런 자연이 있으면 인공수영장이 필요가 없는지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또 어느 날은 우리끼리 영화제를 하자고 얘기가 나왔다. (솔직히 그 얘기가 왜 나왔는지는 기억 안남. 야 우리 이번 주에는 뭐할래? 하다가 나왔을 수도 ... ) 극본을 쓰는 친구가 둘이나 있었고 연기/연출을 하는 친구도 하나 있었지만, 상관없이 우리는 마구잡이로 팀을 짜서 팀마다 주제를 정했고 룰은 하나 반드시 포크를 소품으로 써야한다. 코미디, SF, 로맨스, 스릴러로 각자 대본을 짜고 촬영, 연출, 편집까지 모두 마쳐서 진짜 영화제를 했다. 포토월도 만들고 멋지게 차려입고 포즈를 취해가며 며칠간 만든 영화를 상영했다. 우리 팀은 나와 안드레아, 미쉘이 종말로 인해 원시 시대로 돌아간 세상에서 포크를 처음 발견한 세 여자의 코미디를 만들었다. 아, 인생 역작이 나왔다. 나는 정말 내 인생에 그렇게 망가져본 적이 있나 싶다. (내 모습이 너무 추해서 차마 여기에 공개는 못함)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흑역사가 이렇게 탄생하는구나. 상영한 영화들은 하나같이 너무 웃겼다. 아이고 내 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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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위한 분장, 그리고 영화제 당일


장기로 머무는 친구들과 6주간 지내면서 나는 찜닭도 만들었고, 비건 쌀국수도 만들었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크게 웃었던 순간들은 이 곳에서가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입이 찢어지고 배가 터지게 즐거운 시간들이 가득가득 채워진다. 와중에 나랑 같이 요리한 친구들은 나한테 그랬다.


“너 생각보다 … 명령을 잘하는구나?”


나도 몰랐어, 아직도 나에게 이 모습이 남아있는 줄은. 어렸을 때 선생님 놀이를 하면 나는 꼭 학생보다는 선생님을 하면서 가르치려드는 모습이 있었는데, 많이 없어진 줄 알았던 그 모습이 패밀리 디너를 준비하면 튀어나오는 것이, 사범대를 졸업한 직업병이 어디 가지 않는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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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친구 둘이랑 준비했던 찜닭 저녁


즐거운 하루들 중에서도 안세우의 목요일은 항상 특별했는데, 다른 저녁식사들과는 달리 테마를 미리 정해서 코리빙 전체에 공지하고 테마에 맞는 저녁식사 시간을 가졌다. 하루는 뽑기를 해서 다른 사람이 되는 Mix and Match 파티를 기획했다. 각자 서로의 옷을 빌려입고, 친구의 성대모사를 하며 누구인지를 맞춰보는 건 정말이지, 그 어떤 코미디쇼보다 웃겼다. 아니, 진짜 나는 웃은 것만 따지면 여기서 한 2년정도는 젊어진 것 같다. 오늘 하루를 잘 보냈는지에 대한 기준이 여기에도 있네. 오늘 하루 많이 웃었나 세어봐라. 나는 광대가 아프고 배가 찢어지게 웃은 날들이 많았다.


내가 다른 이가 되고 다른 이가 내가 된 이날이 왜 그렇게 인상적이었는지. 상대방이 되어본다는 것은 관찰력을 요구한다. 내가 평소에 이 사람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찬찬히 세어보고 그 것을 내가 복사해내서 상대방처럼 행동한다. 말투도 손짓도, 눈빛도 따라하고 있자면 나는 최대한 똑같이 하는 데에 집중을 하는데 그게 상대방에게는 웃음으로 다가온다. 웃음거리는 또 아니고. 그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의 묘미. 이래서 많이들 개인기로 성대모사를 하나? 웃음 외에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와 친밀도를 높여주었다. 그 날 저녁 내가 된 사람은 호스트인 아구스였는데, 내가 빌려준 바지를 아구스가 입고나니 고무줄이 훌쩍 늘어나버렸다. 망했어. 그래도 웃음의 대가로는 이 정도면 괜찮지. 싸게 지불했어.


안세우코리빙에는 안세우만의 특별한 매력을 담은 행사들이 많다. 그 중에 가장 큰 특징은 이 작고 작은, 밖에서 보기에는 죽어가던 마을인 안세우를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 오는 디지털노마드들과 로컬들이 함께 살리려는 노력을 한다는 점. 그리고 지금은 지역에서 주목받는 마을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안세우코리빙의 호스트인 아구스는 지역을 살리려는 노력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동네의 청소년들을 초청해서 세계를 여행하는 디지털노마드들의 여행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학교 방과후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코딩 수업을 하기도 한다. 외부의 예술가들을 초청해서 마을 사람들과 코리빙에서 지내는 디지털노마드들까지 다함께 마을의 물탱크를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작업도 했다. 디지털노마드가 그네들의 버블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드는 모습은 그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했었다.


디지털노마드들이 다양한 여행지를 다니면서 현지 사람들에게 그저 여행객에 그치는 경우들도 많을텐데, 마을 속에 녹아들 뿐 아니라, 마을을 위해 나눔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연결다리가 되는 코리빙. 다를 수 밖에 없다. 많은 디지털노마드들이 물가가 싼 곳을 선호한다. 같은 벌이로도 더 편한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그런 점이 지역 물가를 높이면 현지인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지기도 하는데, 안세우코리빙에서는 마을을 위해서 돌려주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점이 신선하기도 하고, 앞으로 디지털노마드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라도 달라. 그래, 이게 함께 지속가능한 코리빙의 모습이지.



WhatsApp Image 2023-01-29 at 5.13.30 PM.jpeg 물탱크 페인트칠 중인 나, 저 옆에는 동네 아저씨


느리지만 빠르게 지나가버린 6주때문에 나는 다음 목적지로 떠나는 것이 너무나 아쉬워졌다. 이 곳에 더 있고 싶은데. 이 시간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데. 어쩌지. 가기 싫다. 이 때 알게되었다. 유럽에서 쉥겐조약이 비유럽출신 장기여행자에게 얼마나 족쇄가 되는지. 그리고 미리 계획을 세우면 좋은 곳을 발견했을 때에 바꾸기가 힘들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후에 계획을 최대한 느슨하게 세우는 것으로 방향을 점차 옮겨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음으로 어디를 갔냐고? 소방 시험에 합격한 막내동생이 유럽여행을 왔어서 같이 손흥민의 시즌 오픈 토튼햄 경기를 보러 런던에 갔고, 그 이후에는 혼자서 포르투에 갔다가, 썬앤코에서 만난 내 첫 동료들과의 재회 여행을 영국의 토트네스에서 하고 사이프러스로 날아갔다. 어쩌다가 사이프러스가 나왔냐고 물으신다면. 내가 쉥겐이 아닌 유럽지역에서 있을 곳을 찾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아구스가 인스타그램을 열더니 사이프러스의 한 코리빙을 보여준데서 시작한다.


“아직 내 주변에 여길 가본 사람은 없긴 한데, 옵션으로 생각해봐. 너가 갔다오고 나서 나한테 알려주면 내가 친구들한테 추천을 할지 안할지도 알 수 있을테니까 그것도 좋고.”










<챕터 4 에서 빠진 이야기들>

- 안드레아 생일파티

- 샹그리아와 바베큐, 파엘라, 풀파티

- 안세우 페스티벌

- 다른 코리빙과의 교류 - 안세우코리빙의 허브역할, 스웨덴, 포르투갈의 다른 코리빙으로의 체험 오퍼

- 체크인 후 일주일 뒤에 호스트와 체크업 미팅

- 바닷가로의 단체 주말여행

- 동네 쓰레기 줍기

- 폰테베드라 코워킹 방문

- 쉥겐 날짜 계산하기

- 물론 이후의 영국 런던에서 막내동생과 지지고볶고 여행한 이야기도

- 포루투에서 혼자 지낸 이야기도 (코리빙에서 지내다가 갑자기 혼자 지내면 홀가분한 이도, 외로운 이도 있는데 저는 어느 쪽일까요?)

- 영국에서 첫 동료들과 재회여행을 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참 재밌게 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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