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퇴사각 입니다.
12년차 직장인의 솔직 발언
아침 식사 때 남편이 접시에 삶은 계란 두 개를 담아와서 먹으려 할 때 제가 달걀 두 개를 굴리며 말했습니다. '보이지 여기 이 두 달걀 말이야. 여기 접시 안에서 아무리 굴러봤자. 접시 안 인거야. 바깥에 이 넓은 세상은 모르고 계속 작은 접시 위에서만 굴러다니는 거라고. 이게 직장인이야.' 그러자 남편은 달걀 하나를 집어서 땅바닥에 탁 하고 던지며 말했습니다. '접시 밖으로 벗어나면 저렇게 되는거야.' 생각지도 못한 대응에 너무 웃겨서 빵 터져서 웃었지만 이내 다시 생각에 빠졌습니다.
저는 12년 차 직장인 입니다. 12년 동안 참 많은 부서 이동과 새로운 팀과의 만남이 있었어요. 최근에 3년간 잘 지내다가 최근 퇴사라는 단어가 머리가 강하게 각인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제는 새벽에 자다가 깼는데 꿈에서 업무를 하고 있더라구요. 새벽 4시 부터 퇴사라는 단어만을 되뇌이며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상사나 회사 동료와 큰 불찰이 있는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최근 야근이 잦아질 정도로 일이 몰리고 많아지고 크고 작은 일들이 쌓이면서 점점 지쳐갔던 것 같아요.
마침 제가 보유하고 있던 미국 주식들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하늘 높은 줄 모르며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주식 계좌도 수익율 3자리를 찍으며 엄청나게 불려지고 있었죠. 며칠 사이에 천만원 단위 돈이 계속해서 오르는 것을 보며 더욱 퇴사각을 느꼈어요. 특히 끝 모르고 올라가는 코인에 탑승하는 저를 보며 '불로 소득으로 그렇게 큰 돈 벌려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근로소득으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는 거에요.'라고 남편이 말했습니다. '아니 코인이 불법도 아니고 투자도 노력해서 하는거에요. 큰 돈 벌면 좋은거지. 인생 한 방이지.' 남편은 인생 한 방이라는 말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라고 대꾸하고는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아니, 한 번 사는 인생.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이렇게 시키는 일만 하면서 듣기 싫은 온갖 쿠사리도 들어가며 납득이 안가는 일도 꾸역꾸역 해가면서요. 내가 사장도 한 번 해보고 내 사업도 해보고 해야지. 언제까지 회사에 있을 거에요. 회사에 있어봤자 정해진 월급만 받는 직장인이고 큰 돈 벌 수도 없잖아요. 일단 퇴사를 해야 사업이든 새로운 일이든 뭐든 시작하고 가능성을 볼 게 아니에요.' 라며 들리지도 않을 말을 닫힌 문에 대고 떠들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실 마음에는 두 가지 마음이 계속해서 부딪혔어요. '회사에서 주는 안정된 월급 꼬박꼬박 받으면서 이렇게 살아가는 게 가장 마음 편한일 아닐까. 아니 마음은 편할 수 있지. 아니야. 회사라고 그렇게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나만의 사업을 하면 더 큰 돈을 벌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쪽박을 찰 수도 있지. 회사에서 겪는 거보다 더 힘든 일을 겪을 수도 있는 거고. 그래도 어차피 직장인은 끝이 있는 건데 그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지금부터라도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게 아닐까. 그래야 남들 퇴사할 때 자리잡고 안정적일 것 같은데. 퇴사하고 지금처럼 미국 주식이나 코인만 하더라도 먹고 살 수는 있지 않을까. 집에서 밥 먹고 쇼핑 안하면 되지 뭐.' 이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이런 저의 마음도 곧 지나가게 될 슬럼프에 불과한 건지 진심인건지 확실하게 모르겠습니다. 저 같은 직장인이 많을 것 같은데요. 그분들께서는 어떤 생각과 어떤 선택을 하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도와주세요. 훌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