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중학생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다들 사춘기 어떻게 보내냐고 묻습니다.
저희 아이는 지나간 건지, 아님 아직 안 온건지
오는 것 같은 전조가 보였는데
생각보다 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안 온 것일수도;;;)
그건 아마도 제가 지은 죄가 있어서
아이와의 공감대(=나는 무조건 네 편이야)를 사춘기 몇년전부터 형성하는데
노력한 것이 유효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는 해외출장이 잦았던 워킹맘입니다.
사춘기가 오려면 아주 세게 올 수 있는 조건을 빠짐없이 모두 다 갖춘 엄마입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거의 2주마다 해외 출장을 다녀서
저는 한동안 아이의 그림에 발도 디디지 못했습니다.
그것 아시나요?
아이들은 가족을 그릴때 마음속에 있는 사람의 존재만큼 크게 그립니다.
아이의 그림에 늘 등장하는 인물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남편뿐이었습니다.
저는 작은 것도 아니고 아예 없었어요
그럴만 했죠.
평일에는 새벽 2~3시에 들어와서 새벽 6시에 출근하는 엄마는,
거의 보기 힘들었고,
주말이 되면 지쳐 잠들어 있거나
아니면 출장 다녀와서 시차 적응하느라고 자고 있거나
피곤하게 쩔어있었거든요.
저희 가족은 아이 사진으로 꾸준히 앨범을 만드는데
아이 어렸을때 모습은 제가 모르는 모습들이 정말 많습니다.
앨범의 구성은 대략 이렇습니다.
제가 공항가는 사진 - 바이바이 하는 사진 - 아이가 저 없이 지내던 사진 -
공항 귀국 사진 - 잠깐 있다가 - 다시 제가 공항가는 사진 - 바이바이 하는 사진 - 아이가 저 없이 지내던 사진....
이렇게 지은 죄가 많은(?) 제가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아이의 "사춘기"였습니다.
그동안의 서러움과 엄마의 의도되지 않은 상대적으로 적은관심, 외로움이 한번에 방출되어 엇나가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춘기를 미리 공부하기로 합니다.
여러 유튜브 강의를 찾아 들었습니다. 사춘기로 검색해서 나온 교수들의 강의를 출퇴근하는 시간에 거의 다 본 것 같습니다.
그 중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김붕년 교수님의 강의였던 것 같습니다.
제일 와 닿았거든요
전두엽이 가지치기를 하면서 본인들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감정
조절 능력 제어가 가장 힘든 시기
별 이유없이 분노, 불안, 공포
그래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져할 감정은 "연민"이라고 했습니다.
즉, 호르몬 때문에 아이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 말은 폭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줘야 한다는 뜻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호르몬 때문이래자나요~ ;;;
그리고,
어디선가, 이렇게 뇌에서 한번의 체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체계가 세워지는 때가
바로 0~3세를 놓친 엄마들에게 제2의 기회라는 강의를 보았습니다
(찾아서 링크를 하고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네요ㅠㅠ
나중에 찾으면 추가해보겠습니다)
저는 아이가 어렸을 때 지은 죄가 많아서
두번째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좋은 엄마 코스프레 모드로 들어갑니다.
친구같은 엄마가 되어보기로 합니다.
사실 제가 철이 좀 없는 편이어서 별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감정이 어떨까 생각하고
항상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줍니다.
아이의 꿈을 지지해줍니다. 지지하다 뿐입니까,
더 나서서 더 설레발을 칩니다. 정말로 아이의 꿈을 응원하니까요
걱정이 안되지 않습니다.
내 아이가 갈 길. 흔치 않은 길이고. 쉽지 않은 길입니다.
그래도 내 아이도 충분히 본인의 앞날을 생각할 수 있는 인격체입니다.
본인도 불안할텐데 거기에 불안을 부추기는 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아이에게 얘기해줍니다.
엄마는 원래 이런게 되고 싶었는데 이런 사유로 못했고,
이런 것 해보고 싶었는데 요런 게 싫어서 안했고,
그래서 이거 하다가 해보니 아니어서 또 바꾸고
인생은 길기 때문에 무엇이든 해보는 것을 무서워하지 말라고
그냥 지금 하고 싶은 거 즐기면서 하라고 :)
잘 전달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걱정말라는 메시지는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아이의 사춘기를 같이 견뎌내기 위해
저는 그동안 뒤도 안 돌아보고 쌓아왔던 커리어의 숨고르기를 하는 중입니다.
사춘기를 지나버리면,
이제 아이들은 정말 "독립"이라는 걸 해버리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말 이제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거든요-
커리어 숨고르기를 하다가 주저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들지만,
그래도 내 아이가 힘들어하는 시기를 옆에서 지켜주는 게 더 소중합니다.
그런데, 글을 쓰고보니
우리 아이가 불쌍한 절 봐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ㅋㅋ
문득 들었습니다.
0~3세때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지 못한 것 같은 어머님들,
사춘기 폭풍이 올 것 같은 어머님들,
모두 힘드신 걸 알지만, "연민"의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다독여 보는 것은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