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통에선 벌겋던 숯불이 하얗게 죽어가고, 맑은 하늘로 높이 뻗은 연통은 이따금 식어가는 희뿌연 연기만 뻐끔거린다. 군고구마통은 고구마 없이 텅 비어 그나마 남은 잔열로 몸을 녹인다. 장사가 안 되는 날이 거의 매일. 고구마를 더 구워볼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멈칫한다. 오늘 구워버린 고구마는 내일 팔 수 없으니. 지금 새로 굽는 고구마가 아까운 애물단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군고구마 장사는 더 구울까 말까 하는 선택의 기로이고, 찬바람을 견디는 인내와의 싸움이며, 행인의 마음을 기다리는 시간이고, 결국 군고구마 장수의 인내-고구마의 온도-행인의 후각이 마주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렇게 필연적으로 잘 구워진 고구마는 달달하고, 사실은 씁쓸하다.
그리고 어느 날,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차가운 거리에서
웃으며 삼천 원을 건네고 기쁘게 고구마를 받는 우연한 한 사람으로 인하여
장작은 다시 타고
연통에선 하얀 연기가 새롭게 뿜어져 나온다.
연통에서 찰진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는 것. 고구마가 향긋하게 잘 익어가고 있다는 것. 가난한 군고구마 장수의 마음에서 희망 비슷한 무언가 솟아나고 있다는 것.
그날의 고구마는 다시 또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