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찾습니다

by 차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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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입구역 7호선에서 2호선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환승구간.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옆으로 오래된 얼굴 사진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리고 그 사진에 달린 짤막한 문장.

'사람을 찾습니다'

이 짧은 문장이 지하철 환승을 위해 서둘러 움직이는 그 어떤 승객보다 다급하고, 간절하다. 그 아래 이어진 글귀들은 차마 문장으로 이어지지도 못했는데, 기억이 희미해진 만큼 이름과 나이, 외모나 행동의 특징들만 간신히 단어로만 남아 적혀있다. 그 단어들은 찾는 이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누구도 찾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 빛바랜 사진들 옆에, 넓고 밝게 펼쳐진 거대한 광장 같은 벽면에, 큼지막하게 걸린 빛나는 얼굴 사진.

'생일 축하해', '꽃길만 걷자', 'OO아 사랑해'

그 따뜻한 문장들을 품고, 수많은 이의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이의 축복 속에서, 훤칠하게 잘생긴 아이돌이 눈이 부시도록 웃고 있다. 그 아름다움은 찾는 이가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수많은 이가 찾아주는 것들이다.


카메라 앞에서 잔뜩 찡그린, 그 어떤 상실의 슬픔을 이미 예감한 듯한 표정의 얼굴들과-

카메라 앞에서 밝게 웃는, 그래서 빛나는 표정의 얼굴들의 무참한 대비 속에서 오히려 나는 슬픈 사랑의 진실을 본다. 화려한 조명 아래 가수는 늘 잊혀짐을 두려워하겠지만, 이미 잊혔다고 생각한 이들은 오히려 누군가에게 영원히 간절하게 기억될 거라는 것. 많은 이가 찾아주지 않아도 그 누군가는 20년이고, 30년이고 당신을 찾고 있었다는 것. 도저히 찾을 수 없을지라도 도무지 잊지 못할 때 사랑은 더욱 위대해지고,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사랑은 가장 아픈 상실을 통해 드러난다.


-그때는 일곱 살배기였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면 지금은 20대, 혹은 30대나 40대가 되었을 사람아.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지냈는지 모를 낡은 사진 속 잊혀진 사람들아. 울지 마라. 모두가 당신을 잊었어도, 엄마가 찾고 있다. 그 누군가가 당신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다. 그러니까 당신은 오늘도 가장 완벽한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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