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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01. 2022

응원인 듯 응원 아닌 응원 같은 응원

-지리산 둘레길 여행기-

 응원 같은 건 안 받아도 좋다고 했지만 응원을 받았기에 완주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깨달은 첫 번째는 내가 산을 꽤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지리산을 세 번에 걸쳐 찾아간 데다 지금 이 글도 쓰고 있겠지. 그리고 깨달은 두 번째는 좋아하긴 해도 무지하게 힘들다는 것이다. 마을을 걷다가 오르막길 초입에 다다르면 한숨부터 나고, 성큼성큼 산길을 오르다가 나타나는 잠깐의 평평한 길에서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렴 힘들다는 뜻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안 힘든 건 아니다. 공학 전공으로 대학을 다니다가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자퇴를 했다. 그리고 예술대학의 연극 전공으로 입학을 했다. 큰 결심을 하고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연극이 좋아서, 연극을 하고 싶어서 저지른 일은 맞다. 하지만 연극은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 연극도 힘들지만, 연극을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고 연극으로 돈 버는 일은 더 힘들었다.


 “그래도 넌 좋아하는 일 하잖아”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응원의 의미를 담아 했던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와 다르게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들 수 없으며, 좋아하는 일을 힘들어하는 나는 이 일에 자격이 없다고 받아들였다. 좋아하는 일과 힘들어하는 일은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럼에도 얼마간 내가 연극을 할 수 있었던 건 역시 주변 사람들의 응원덕분인데, 예를 들면, 별 볼 일 없는 나의 졸업작품을 멀리서부터 보러 와 준 친구나 나 모르게 입봉작 공연장을 찾아와 꽃다발을 건네준 삼촌, 초대권을 마다하고 정가로 티켓을 구입해서는 “모르는 사람 공연은 십만 원도 주고 보는데, 내 친구 공연을 공짜로 볼 순 없다”던 고등학교 동창의 말 같은 거.


 지리산을 걷다가도 많은 응원을 받았다. 녹초가 되어 도착한 민박집에서 저녁 먹을 기운도 없어 겨우 씻고 누워있는데, 부침개를 했다며 나눠주신 주인 할머니, 뙤약볕에 걷다가 식당에 들어가 음료 한 캔만 사 먹고 나오는데, 다급하게 뒤따라 나와서는 뭘 해도 잘할 사람이라며 과일이 든 봉지를 쥐어 주신 사장님, 이런 날씨에 걷다가는 죽는다고 태워주신다면서 차를 세운 트럭 기사님. 뿐만 아니라 갑자기 나타나는 양귀비 꽃밭과 장미 넝쿨 담장, 이슬 맺힌 단풍잎, 주렁주렁 열린 감들과 격하게 꼬리 치는 동네 개까지 모두 감사한 나의 응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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