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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young Dec 30. 2020

위로의 힘

지금 다들 만나서 친해졌을까

아이가 떠난 지 딱 2주가 되던 지난 월요일 안타까운 전화를 받았다.

바로 어제 괜찮은 모습으로 퇴원했던 지인의 강아지도 별이 됐다는 소식이었다.

심바보다는 조금 어렸지만 4년 전 발병한 심장병으로 쓴 약을 먹어가며 용감하게 병과 싸우던 아이였다.


어제도 긴 통화를 통해  나에게 여러 가지 위로의 말을 전달했던 그녀에게 나는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먹먹해졌다.  그녀와 가족들이 그 작은 친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최근 고생했던 투병이 얼마나 힘겨웠는지, 어제 그래도 나쁘지 않은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기에 얼마나 놀랐을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또 아직 나도 아이가 떠난 자리에 익숙해 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는 요즘이기에. 


나도 아이가 떠나고 난 후 수많은 위로의 말을 들었지만 사실 슬픔이 덜해졌던 것은 아니다.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다, 이제 아프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전달했지만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얘가 정말 좋은 곳으로 간 것은 맞는지, 편안히 잠들었다고는 하지만 많이 아프지는 않았는지. 무엇보다 내 눈앞에 아이가 없는데 어떻게 내가 괜찮을 수 있는지. 가슴이 정말 미어져서 너무 아픈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평생 이렇게 울면서 아이를 그리워하면 뭐하나, 내 옆에 없는데 등등 혼란스러웠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나서야 위로의 말들이 눈과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보고 싶은 마음은 하루가 갈수록 더하지만 이제는 아이가 편안하게 쉬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 또한 하루가 갈수록 조금씩 커지고 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던 '네 덕분에 그래도 약하게 태어난 아이가 오래 살다가 편안하게 갔다'라는 말도 처음에는 내 욕심에 아이를 너무 괴롭혔던 건 아니었나 자책했지만 아이와 나 둘 다 최선을 다했다고 이제는 믿는다. 


사실 슬픈 시간을 감당하고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위로의 말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떤 말도 다 슬프게 들릴 뿐이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정신이 조금씩 차려질 때면 그 당시 받았던 위로는 큰 힘이 된다. 아이가 떠난 후 강아지 별 따위가 어딨냐고 엉엉 울던 나도 지금은 쓴 약이나 주사 따위는 취급하지 않는 천국에서 놀고 있느라 정신없는 아이를 상상 속에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시 이제 아프지 않아 다행이라는 말들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그 아픔은 내가 대신 사랑으로 소화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직도 치우지 못한 밥그릇을 보면 눈물이 나곤 하지만 그래도 이젠 내 마음속에 행복했던 순간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점점 커지고 있음이 느껴져서 다행이다.


내가 아는 또루는 정말 얌전하고 점잖은 아이였다. 또루 언니를 포함 온 가족의 삶의 중심인 아이였다.  가족들과 많은 공간에서 시간을 공유하였고  그 빈자리가  큰 만큼 행복한 추억들이 가득할 것이다.  짧은 견생이었지만 사랑을 잔뜩 받고 또 그만큼 사랑을 주고 떠난 또루의 영면을, 또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이 너무 아프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심바와 같은 장례식장에서 정확히 2주 간격으로 떠났으니  아마 심바랑 만났을지 모르겠다. 또루 언니 말대로 낯을 많이 가리는 공주 같은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함께 반짝이며 재밌게 잘 지내고 있길.


또루 언니 웨딩촬영장 쫓아가서 찍었던 사진.




오늘같이 추운 날 하루에도 몇 번씩 배변 때문에 밖으로 나간다는 건 아무리 멋진 털코트를 입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작은 몸은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추워질 줄 알고 떠난 건가. 오늘도 보구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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