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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북쓰 Dec 23. 2021

1.4 내 귀에 음악

남(男) 다른 아빠의 육아 도전기 - 1. 나는 노는 걸 좋아했다.

음악을 듣는게 좋다. 팝송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 팝송은 잘 모르고 좋아하지 않는다. 라디오를 많이 들었던 사람들은 팝송도 잘 알고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라디오보다는 TV와 친했다. 자연스럽게 가요를 더 많이 듣고 접했다. 어릴 때 '집시~집시~집시~ 집시여인~'을 따라부르던게 생각난다.


클래식도 좋아하지 않는다. 안좋은 기억 때문에 더 멀리했다. 부모님께서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피아노, 클래식 공연을 몇 번 데리고 갔다. 공연을 보는데 정말 졸려서 미치는 줄 알았다. 옆에 앉은 어른들은 좋아하는데 나는 왜 듣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그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다. 싫다고해도 부모님께서는 억지로 듣게 했다. 결국, 공연을 볼 때마다 졸았다. 중간에 박수소리가 나면 깼다가 다시 졸았다를 반복했다. 참 힘든 경험이었다. 아마도 클래식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 부모님께서는 나와 동생을 데리고 간 건 아닐까 추측해본다.


우리도 첫째를 임신하고 태교를 할 때 클래식을 틀어주려고 했다. 아이한테 좋다고 하니까 따라한거다. 그러나 나나 아내나 클래식 취향은 아니라 오래 들려주지 못했다. 아이한테 좋을지 모르겠지만 듣는 산모나 아빠도 기분이 좋아야 아이한테 전달이 될텐데 그렇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안들려줬다. 여전히 K-pop이 좋다.


젝스키스 99년 라이브 콘서트 비디오테이프

생애 첫 tape를 구매한 가수는 서태지와 아이들(2집)이다. 그 이후로 많은 tape와 CD를 구매해서 들었다. 리어카에서 팔던 불법 테이프도 많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 젝스키스와 핑클을 좋아했다. 연예잡지에 나오는 사진들을 잘라서 다이어리에 붙이기도 했고, 포스터를 받아서 책상과 벽에 붙여놓기도 했다. 특히, 젝키를 많이 좋아했다. 모든 앨범을 샀고, 콘서트 비디오 테이프도 샀다. 멋진 부분은 계속 돌려보기도 했다. 노란 풍선을 들고 방송국을 찾아간다거나 콘서트에 직접 간 적은 없지만 참 좋아했다.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통해 젝키가 재결합하여 방송에 나왔을 때 얼마나 반복해서 봤는지 모른다. 이 후 앨범이 나올 때마다 들어보고 지금도 자주 듣는다.


지금까지 가수들 콘서트는 두 번 가봤다. 한 번은 이승철 콘서트고 나머지는 핑클 콘서트다. 내 돈 주고 간 콘서트는 ‘핑클 콘서트’가 아직까지 유일무이하다. 고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친구 4명이서 갔다. 멀리서 봤지만 신나게 노래부르고 즐기다 온 기억이 있다. 좋아한만큼 방송프로에 간다던가 콘서트에 가보지 못한게 후회될때도 있다.


그때는 남자가 연예인을 쫓아다니면 안될 것만 같았다. 주변에 그런 친구도 없었다. 그렇다보니 은연 중에 '나는 하면 안돼' '나는 할 수 없어'라고 선을 그었다. 생각해보면 나만의 편견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콘서트 등 공연에 제한이 있는데 상황이 나아지면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에 가서 신나게 소리지르고 싶다.


많은 노래를 들었지만 내 삶에 추억이 깃든 음악이 있다. 임창정의 ‘결혼해줘’는 내가 아내에게 청혼할 때 불러줬다. 임창정은 현재도 가장 좋아하는 가수 중 하나다. 이벤트 업체를 통해 오피스텔 방을 빌려 프로포즈 이벤트를 했다. 몰래 이벤트를 하려고 했지만 미리 검색한 아내 덕분에 '들킨 이벤트'가 되었다. 식사를 하기 전에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정확하게는 피아노 연주를 틀고, 피아노를 치는 척 하면서 노래를 부른 것이다. 이때 부른 노래가 ‘결혼해줘’다. 이 노래를 들으면 항상 프로포즈했던 날이 기억난다.

출처. 픽사베이

최장수 아이돌 그룹인 신화 노래에도 추억이 많다. 2집 타이틀곡 ‘T.O.P’는 대학교 댄스 동아리 시절에 처음으로 센터에서 공연을 한 노래다. 2학년 거리공연을 할 때 췄던 곡이다. 그 전에는 사이드에서 춤을 췄다면, T.O.P를 하면서 처음으로 가운데에서 춤을 췄다. 구경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메인 자리에서 첫 공연을 한거라 기억이 난다. 첫사랑이 소중하고 추억이 되듯, 첫 센터자리에서 공연을 했던 것은 나에게 소중한 기억이다.


신화 1집 타이틀곡은 ‘해결사’라는 곡이다. 히트한 노래가 아니기에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만한 곡이다. 1학년 때 선배들이 이 노래로 춤을 많이 췄다. 따라하기도 쉬웠고 자세를 잡기에 좋은 곡이다. 뒤에서 따라하면서 어느새 익숙해졌고 공연도 하게 됐다.


군대에서 이등병 때 이 노래로 춤을 많이 췄다. 순진하게 인사기록카드에 댄스동아리를 적었다. 그걸 본 선임들이 취침 전에 춤을 시켰다. 그 중 최고 선임 병장이 신화를 좋아해서 ‘해결사’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췄다. 춤을 다 추고 마지막에는 취침 소등을 하는 것이 내 하루일과의 마무리였다. 지금은 추억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싫었다.


동아리 20주년에도 이 노래로 공연을 했다. 동기 3명과 선배 1명, 총 4명이 공연을 했는데 주말마다 연습하느라 고생했다. 결혼하고 아이가 어릴 때라 주말에 연습하는게 쉽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예전 추억하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이 날 공연한 영상을 보면 뿌듯하면서도 부끄럽기도 하다.

출처. 픽사베이

이 외에도 노래만 들으면 추억이 생각나는 노래가 많다. 특히, 대학교 때 기억이 많이 난다. 대학 생활 대부분이 동아리였기에 그런 것도 있고 항상 이어폰을 귀에 꼽고 다녔기에 추억이 많은 것도 있다. 학교 가는 버스와 지하철, 걸어가는 길, 집에 가는 중에도 노래를 계속 들었다.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는 노래를 들으면서 연습을 하기도 하고, 힘들거나 슬플 때는 슬픈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지금은 예전만큼 노래를 듣지 않지만 여전히 노래 듣는 걸 좋아한다.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든 것도 이겨낼 수 있다. 지금은 다양한 음악을 들어보고 있다. 인디 음악도 들어보고 요즘 세대들이 듣는 노래도 들어본다. 내 아이들이 커서 음악을 들을 때 공감할 수 있도록 귀를 여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여러 음악을 들어도 팝송은 잘 안듣게 된다. 오랜 친구지만 거리를 두는 친구같은 느낌이다.


음악에는 힘이 있다. 누군가는 음악을 통해 새 삶을 찾기도 한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기도 하고 슬픈 감정을 극복하기도 한다. 추억을 생각하게 하며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음악으로 관계가 만들어지고 문화가 생겨나기도 한다.


나는 음악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추억놀이를 하기도 한다. 음악이 가지고 있는 힘을 내 자녀들도 느끼고 경험하면 좋겠다. 우리 딸과 아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생긴다면 팬클럽도 가입하고 열정적인 팬이 되라고 말해줄 것이다. 전적으로 응원해줄 것이다. 그것 또한 멋진 추억이 되고 뜻깊은 경험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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