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파북쓰 Dec 31. 2021

1.5 아내와 함께 놀기

남(男) 다른 아빠의 육아 도전기 - 1. 나는 노는 걸 좋아했다.

내가 노는 걸 좋아하는 만큼 아내도 노는 걸 좋아한다. 연애할 때는 오락실 가는 걸 좋아했다. 많은 게임 중에 '타임 크라이시스'라는 건(Gun) 슈팅 게임을 같이 했다. 오락실에 가도 다른 게임은 안 했다. 같이 즐기기에 좋은 오락이 총 게임이었다. 짧고 굵게 놀기에 좋은 시설이었는데 많던 오락실이 없어져서 아쉽다. 이제는 오락실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키즈 카페에 갔는데 이 오락기가 있어서 놀란 적이 있다. 무료로 할 수 있어서 둘이 꽤 오랜 시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 찍은 걸 보면 얼마나 집중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애들이 아닌 게임 때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신났다.

게임에 집중하는 아내와 나

아내와 연애할 때나 결혼해서나 노는 건 비슷했다. 24시간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놀 수 있는 거리가 더 생기긴 했다. 임신을 하기 전에는 놀고 싶을 때 마음껏 놀 수 있었지만,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같이 놀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 손쉽게 할 수 있던 것을 못하니 답답한 적이 많았다. 가끔 놀 수 있게 되면 기쁨은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첫째를 키울 때는 아이만 맡기고 어딘가를 나간다는 게 힘들었다. 부모님께 맡기는 게 죄송하기도 했지만, 아이가 엄마랑 떨어져서 잘 있을지 걱정이 되어 맡길 수가 없었다. 아기를 처음 키우다 보니 걱정들이 많았다. 부모님은 괜찮다 했으나 우리가 더 걱정이 많았던 시기였다.


4살 터울의 둘째가 태어나서는 많이 유연해졌다. 첫째 때 하던 걱정도 많이 사라졌다. 첫째 혼자일 때는 한 번도 둘만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다. 둘째가 태어나고 몇 개월 있다가 결혼하고 5~6년 만에 처음으로 둘의 시간을 보냈다. 부모님께 잠깐 맡기고 데이트를 했다. 데이트는 영화 관람이었다. ‘인사이드 아웃’ 애니메이션을 봤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을 갔다. 내 기억으로는 영화만 보고 집에 왔던 것 같다. 아내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아마도 아이를 두고 나가는 것이 처음이라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없었다.


그 후에 몇 번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때마다 아이들 때문에 먹지 못했던 음식점도 가고 둘이 포켓볼을 치면서 그간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렇게 가끔 주어진 시간들이 소중했다. 데이트하는 시간은 정말 삽시간에 흘렀다. 부모님 집에 놀러 갔다가 갑자기 애들이 '할머니 집에서 잘래'라고 하면 속으로 '고맙다'라고 외치며 둘이 집에 왔다. 둘이 보고 싶었던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면서 자유를 만끽했다. 2020년 결혼기념일에 부모님께 애들을 맡기고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라고 멀리 간 것은 아니다. 서울에 호텔을 예약하고 주변에서 놀았다.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고 노래방을 가고 당구장을 갔다. 아침에 자고 싶을 만큼 푹 잤다. 다른 사람에게는 평소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우리에게는 평범함조차 특별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1년에 1번이라도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지금이기에 할 수 있는 데이트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

아내와 예능, 드라마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신혼 초에는 퇴근하고 집에서 예능프로를 많이 봤다. 그 당시에는 '무한도전', '슈퍼스타 K'를 즐겨봤다. 저녁을 먹고 함께 웃으며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마음에 드는 드라마가 있으면 몇 번이고 다시 봤다. 아내는 혼자서 보다가도 웃긴 장면이 있으면 같이 보려고 한다. 나와 같이 봐야 더 재미있다고 한다. 웃음은 전염성이 강하다. 웃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웃게 되고 웃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다. 웃음은 함께 웃는 사람들의 결속을 다져준다. 아내와 함께 웃으면 조금 즐거운 것도 배가 되고, 힘든 것도 잊게 된다. 함께 웃으면서 부부로써의 결속을 다진다.


유튜브를 보면서부터 긴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는 빈도가 줄었다. 10분~15분짜리 짧은 영상을 여러 개 보는 일이 많아졌다. 익숙해지다 보니 1시간씩 앉아서 보는 게 낯설 때도 있다. 바쁜 일상과 업무, 육아 때문에 오랜 시간을 앉아있을 수 없는 상황이 우리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적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같은 프로를 보면서 웃음을 전염시키고 함께 웃는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는 상황에 맞춰 노는 방법을 바꾸고 있다. 예전처럼 놀고 싶을 때 놀고, 쉬고 싶을 때 쉬는 것은 힘들다. 아이들끼리 놀고 있어 시간이 있을 때 짧은 영상을 보거나, 오락실은 이제 없으니 집에서 보드게임을 하는 등 상황에 맞추고 있다. 혼자 노는 것도 좋지만 함께 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된다. 내가 웃으니까 좋은 것도 있지만 상대가 웃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웃는 것은 잠깐이지만 그 순간이라도 업무, 육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잊어버릴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이 있으면 서로 보여주려고 하고 우리는 함께라는 것을 느낀다.

1박 2일 놀 때 먹었던 초밥

최근 일이 많아 노는 걸 좋아하는 아내가 노는 방법을 잊고 사는 모습을 발견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럴 때마다 잠깐이라도 아내가 원하는 놀이를 하면 아내는 다시 활기를 찾는다. 혼자 쉴 때는 채워지지 않는 것들도 있기에 같이 즐기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그럴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크면 우리끼리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질 것이다. 그때는 어떻게 놀게 될지 궁금하다. 어떤 놀이를 하던지 함께 한다면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분명히 우리 삶에 도움이 되고 추억이 되고 부부라는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데 큰 힘이 될 거다. 아내와 함께 노는 것이 기대된다.

이전 04화 1.4 내 귀에 음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