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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북쓰 Jan 13. 2022

1.7 과거로 돌아간다면

남(男) 다른 아빠의 육아 도전기 - 1. 나는 노는 걸 좋아했다.

가끔 아들은 ‘아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라는 말을 한다. 즐거웠던 때나 예전 사진을 찍었던 시기로 돌아가고 싶다는 거다. 최근에는 어릴 때로 돌아가서 어린이집을 더 다니고 싶다고 한다.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둘째가 돌이 될 때쯤 요로감염으로 입원을 했다. 작은 발에 링거를 주사하는데 간호사와 의사만 병실에 들어가고 보호자인 나와 아내는 못 들어갔다. 문을 닫아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소리로만 가늠했다. 둘째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왜 부모가 같이 있지 못하게 하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병원이다. 문이 열리고 아이가 나오는데 발에 꼽혀있던 주사 바늘을 보니 눈물이 고였다. 그때 입원한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나중에 둘째가 밥 먹는 중에 ‘나 주사 맞았잖아, 아프고 건강해졌을 때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했다. 이유는 없다고 하는 걸 보니 갑자기 생각나서 말을 한 것 같다.

사진만 봐도 그때 감정이 생각난다.


젊을 때 많이 놀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공부는 둘째치고 노는 것에 있어서 과거로 돌아간다면 당구, 게임, 춤 이외에 다양한 놀이를 경험하고 싶다. 많은 것들 중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여행’이다. 유럽여행을 한 번 다녀왔지만 그것을 시발점 삼아 더 많은 나라에 가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국내여행이라도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 그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대학생 때는 돈은 없지만 시간은 많은 시기다. 내 기억에는 ‘돈도 없는데 무슨 여행이냐, 빨리 취업해서 돈 벌면 여행 가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은 생각이다. 돈은 벌면 되지만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음을 그때는 몰랐다. 젊으니까 시간은 많다고 생각한 것 같다.


지금은 시간이 없다. 아무 걱정 없이 떠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게 어렵다. 지금 20대라면 튼튼한 몸 하나 믿고 어디든 떠났을 것이다. 여러 나라 사람들의 삶을 경험해보고 싶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면서 평생 간직할 경험과 추억, 사진으로 인생을 가득 채워보고 싶다. 경험과 추억과 사진은 평생 간직할 수 있으니까.

왼쪽 1996년, 오른쪽 2005년

아버지는 항상 지리산 이야기를 하신다. 두 아들과 텐트를 짊어지고 산에서 잠을 자며 천왕봉까지 올라간 것이 자랑거리다. 아버지는 손자 손녀를 데리고 천왕봉에 가고 싶어 하신다. 아직 어리다는 게 문제지만. 부모님 집에 가면 아버지와 동생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에서 찍은 사진이 2장 걸려있다. 1장은 중학교 때, 나머지 1장은 그로부터 9년 뒤에 찍은 사진이다. 이처럼 경험과 추억, 사진은 계속 남아있다. 앞으로도 많은 것을 간직할 수 있지만 20대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

  

두 번째로 아쉬운 것은 대학생이라서 할 수 있는 경험을 하지 못한 거다. 교환학생, 국토대장정 등 참가자격이 대학생으로 한정돼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체험을 못해본 게 후회된다. 너무 당구, 게임에 빠져있었다. 대학생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졸업을 앞두고서야 알게 되었다. 3학년 때 인턴십 프로그램이 유행하여 참여한 적이 있다. 길을 가다 붙어있던 포스터를 우연히 보고 신청을 했고 참가를 했다. 그것을 제외하면 해본 것이 없다. 휴학도 해보고 많은 기회를 찾아다녀봤다면 내 삶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다.


야구 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야구장에 응원도 가보고 서울 안에 있는 많은 미술관, 박물관도 가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연애를 할 때도 노래방이나 영화만 봤지 같이 취미를 즐길 생각은 못해봤다. 뭐든 해볼 수 있는 나이에 한정된 놀이로만 놀다 보니 아내와 연애할 때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아내도 그 당시에 집 근처에서만 만나고 데이트한 게 아쉽다고 한다. 멀리 여행도 가보고, 서울 안에 있는 많은 볼거리도 같이 보고 다녔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얘기를 하곤 한다. 우리는 광화문, 남대문, 남산, 홍대, 인사동 등 지하철만 타도 갈 수 있는 곳에서 데이트를 안 했다. 그저 사는 동네 식당, 노래방 등만 다녔다.


다녀본 적이 없다 보니 첫째가 태어나서 나들이를 갈 때마다 고민이었다. 어디가 좋은지 모르겠고, 물어볼 곳도 없어 인터넷 검색으로만 정보를 찾아 헤맸다. 아이가 없을 때 왔으면 더 신나게 즐길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많았다. 젊을 때 다녀봤다면 아이를 키울 때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엄마와 아빠가 데이트했던 추억도 이야기해주며 추억 위에 추억을 쌓아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시점이 있듯이 나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다.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소망할 뿐이다. 누구든지 과거로 돌아간다면 지금 후회하는 것들을 반복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내가 과거에 했던 아쉬움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반복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거다. 노는 걸 좋아했기에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더 신나게 놀기를 바란다. 그 안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내가 채워주며 아이들의 삶이 풍족해지면 좋겠다.


놀 때는 노는 것에 집중하되, 노는 것도 다양하게 놀면 좋겠다. 나처럼 단순하게 노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다양한 도전을 하고 추억을 쌓으면 좋겠다. 노는 것도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놀기 힘들다. 우리 아이들은 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만들어낸 경험과 추억과 사진은 힘들고 지칠 때 큰 위로와 힘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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