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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rightsea Oct 11. 2023

#1-18. 다섯 번째 별

어떤 존재

차가 성류굴 입구에 도착했을 무렵 그녀는 나를 바라봤다. 

차에 켜졌던 불빛에 그녀의 눈은 반짝였고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녀는 이내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에 잠긴 듯 밖을 응시했다. 


" 왜 무엇때문에 산 것인지 무엇을 위해 산 것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저도 모르는 어떤 이끌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삶에는 항상 강렬한 열망이 가득했어요. 내가 갖지 못했던 것에 대한 강한 욕망들이. 

 누군가 들으면 그것이 그저 평범한 것들이 될 수도 있지만 그건 저한테 지극히 평범하지도 않고 특별한 것들이었고 누군가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이라 말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제게는 선명할 만큼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거의 눈 앞에 그려지는 것들이고 조금만 다가가면 마치 그 실체가 드러날 것만 같은 것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그걸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마치 허무맹랑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 증명하듯 말이죠. "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동굴 입구 방향으로 걸어갔다. 

나는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봤다. 

시간이 늦어 주차장에 차는 없었고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가도 어차피 관람은 못할 텐데.


그때 후두둑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쏟아붙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갑자기 인공 굴 입구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 고민을 하다 나는 결국 그녀의 손을 잡고 함께 굴 입구로 향해 달렸다. 



" 이 가을에 비가..."

" 여기는 비를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좀 걸을까요?"

그녀의 주문에 나는 마치 무엇인가 홀린 듯 그녀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야외 조명도 다꺼져 버린 그곳에 길다랗게 이어진 인공 굴을 따라 입구를 들어서니 천연 동굴의 입구가 나왔다. 

" 너무 늦어서 오늘은 관람이 힘들겠는데요? 어쩌죠?"

내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하자 서우는 나를 보며


" 인간이 인간의 편의를 위한 관람 시간만 정한게 아니라면 자연은 언제든 열려 있죠. 따라와요. "


그녀는 호기롭게 성큼 성큼 걸어가며 핸드폰 불빛을 빛춰 앞장 섰다. 


나는 그녀의 뒤에서 조금은 고개를 숙인 채 좁은 동굴 입구를 지나 천장에 부딪힐까 천장을 향해 높게 핸드폰불빛을 비추며 가파른 계단을 따라 내려갔고 제법 그녀와 어둑한 동굴 내부를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어둑한 어둠이 눈에 익어지며 자연의 장관이 눈에 들어왔다. 


" 이야. 낮에 관람차 왔을 때는 몰랐는데 밤에 오니 정말..."

" 어때요? 또 색다른 가요?"

" 을씨년스럽네요. 마치 거대한 박쥐가 웍!"

" 어머!"

나는 장난스레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고 순간 그녀는 놀라 내 품안으로 달려 들었다. 


나는 후훗 웃으며 그녀를 다독였고 어색함에 그녀는 냉큼 내 품에서 떨어져 한발 앞서 앞으로 걸어 갔다. 동굴 깊이 들어갈수록 왠지 너무 멀리 온 듯한 느낌에 나는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녀의 팔을 잡으려 할때 어디선가 조금 멀리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입구에서는 차가 한 대도 없었는데... 이 늦은 시각에.. 우리 말고 여기 또 관람객이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려는 순간. 


그녀는 황급히 나를 잡아채듯 앉히며 내 입술 위로 손가락을 올리며 '쉿'하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나도 모르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쥐며 핸드폰 불빛을 껐다. 


그녀와 닿은 어깨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거친 숨소리. 나도 모르게 그녀의 입가로 손을 들어 그녀의 입을 막았고 그러자 이내 그녀의 거칠던 숨소리도 잦아 들었다. 그리고 들리는 쿵쾅대는 내 심장소리. 그녀에게 들렸는지 모르지만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내 숨소리를 고르게 조절하려 애를 썼다. 


 조금은 넓어진 동굴 폭을 양방향으로 두고 반대편 통로에서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그 좁은 통로 방향에서 사람들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고 그들의 머리 위로 사람을 마치 제물을 옮기듯 서서히 옮기며 넓은 동굴 통로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와 서서히 뒷걸음질 치며 천천히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 거의 귀퉁이에 숨어 그 광경을 내려다 봤다. 서우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이라도 한 듯 핸드폰을 들어 무음으로 그 장면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들은 입으로 무엇인가 중얼중얼 거리며 마치 주문을 외듯 나즈막한 일정한 소리를 내며 함께 발을 천천히 맞추며 걷고 있었고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옮겨지던 한 여인은 하늘을 보고 있던 얼굴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며 팔을 위로 뻣었다 얼굴방향으로 다시 뻣으며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 순간. 

나는 그만 사색이 되고 말았다. 


그들의 손에서 내려지며 고개를 돌리는 그녀는 허 사원. 

이내 바닥을 딛고 선 그녀는 그들 중 우두머리 쯤 예상 되는 사람이 행하는 어떤 주술적 행위 비슷한 행동을 따라 팔을 허우적 거리며 연신 이상한 소리를 내었고 그들의 주문과도 같은 알아 들을 수 없는 울림은 동굴을 타고 바닥에서 부터 깊은 울림으로 온 천정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나는 불길한 기분에 서우의 팔을 이끌자 그녀가 머리를 움켜쥐며 일어나다 휘청였다. 

동굴을 타고 전해지는 소리의 울림은 계단 위에서 들으니 더 크게만 다가왔고 그녀는 그 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에 몸부림 쳤다. 


나는 너무 놀라 그녀를 안고 달리기 시작했고 소리와 멀어지며 소리는 어느새 웅성거리는 소리로 바뀌는 가 싶더니 발소리가 다가오는게 들렸다. 

그 순간 나는 축 늘어져 가는 그녀를 들쳐 엎고 미친 듯 동굴밖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두워 채 내부도 보이지 않는 곳을 이리 저리 부딪히며 미친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 달리며 나는 내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내 안에 어디에서 이렇게 힘이 나는지 나도 도통 알길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미친 듯 그곳을 빠져 나가고 싶었고 그녀를 구하고 싶은 간절한 욕망이 마음 속에 들끓고 있었다. 미친 듯 목구멍까지 차올라 오는 숨을 헐떡이며 희미한 빛을 따라 오자 어느새 인공동굴 입구 밖까지 닿아 있었고 나는 단 한번도 발길을 멈추지 않고 쏟아지는 빗속을 내 달려 내차로 향해 가서 그녀를 뒷자리에 눕힌 채 운전석에 올라 급히 차를 몰았다.


어디로 가야하지.

  미친 듯 차를 몰아 그 곳을 겨우 벗어나기는 했지만 내가 확인 한 것은 허사원 뿐이었다. 


하지만 이 밀려드는 공포감은 무엇인가. 서우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막상 밀려드는 막막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무턱대고 차를 몰아 고속도로로 향했다. 


그리고 고속도록 휴게소에 잠시 차를 세운 후 급히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했다. 전화는 받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에 다시 톡을 보내고 또 문자를 보내고 나는 네비에 서울로 주소를 찍고는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긴장한 나 스스로 달래며 차를 몰기 시작했다. 속도는 순식간에 시속 100km에서 140km까지 치솟았고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오로지 오로지 이순간은 미친 듯 달려 내가 아는 그나마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 미친 새끼. 야. 너 그 꼴로 여기가 어디라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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