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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rightsea Oct 22. 2023

#1-27. 다섯 번째 별

그녀의 경계선

비틀거리는 그녀를 겨우 침실로 데려다 눕히자 서우는 다시 벌떡 일어나더니 화장실로 가서는 구토를 했고 내가 등을 두드리며 괜찮냐고 묻자 그녀는 내게 옷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을 닫고 샤워를 했고 당황한 내가 옷방으로 향해 갈아입을 옷을 챙겨 나와 화장실 앞에 두고


" 저 그만 가볼게요. 쉬세요."


라고 말하자 그녀는 샤워를 하다 말고는

" 잠시만 기다려줘요. "


" 옷 화장실 입구에 뒀습니다."

서우에게 그렇게 말하며 화장 실 입구 사방에 벗어둔 옷을 주섬주섬 챙겼다.


  사뭇 다른 평소 모습을 떠올리며 좀처럼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던 그녀가 왜 이렇게 오늘따라 술을 과하게 누구와 마셨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혼자 두고 가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챙겨든 옷가지를 빨래바구니에 담아 두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한병 쭉 들이키고 앉아 있자 그녀가 나왔다.


" 미안해요. 샤워를 하니 조금 정신이 드네요. "

" 속은 좀 괜찮아요?"

서우는 냉장고로 다가가 물을 꺼내 마신 뒤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는 긴 한숨을 쉬었다.


" 무슨 일인데 이렇게 술을 마신 거예요?"

" 본부장님과 한잔했어요. 어제 뉴스 보셨어요? 하아."


나는 문득 미국에 일어난 테러 소식이 뇌리에 스치듯 지나갔다.

" 혹시 미국 테러 말인가요?"

" 흐음. "





그녀는 긴 한 숨을 쉰 채. 물병을 쥐고는 한참을 돌려대더니,

" 그 현장에 제 전 사수가 같이 있었는데 소식이 끊겼어요. 여러 채널을 통해 연락을 취해봐도 도통 연락이 안돼요. 안 그래도 제가 전날 통화하며 말한 것 때문에 이것저것 국내 자료를 찾아서 보냈다고 했었거든요. 제가 바로 받는 게 위험할 것 같아 부득이 휘우씨 회사주소를 알려줘서 아마도 휘우씨 회사로 갈 수 있어요. 그래서 그거 부탁드리려고 기다려 달라 말한 거예요. "


" 아... 그럼 제 이름으로 오는 우편물을 챙겨서 드리면 되는 건가요?"

" 아마 양이 제법 된다고 해서 택배상자로 올 거예요. 휘우씨 이름 옆에 제 이름도 같이 쓰게 부탁드려서 그렇게 올 건데 혹시 받게 되면 연락해 주세요. 항공보다는 경계가 덜한 배편으로 보냈다고 해서 통관까지 생각하면 10여 일 정도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


" 중요한 자료인가 보네요. 받으면 챙겨둘게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려 돌아섰다. 그런데 그녀는 웬일인지 일어나 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그렇게 앉아 있었다.


  내가 곁으로 다가가자 그녀의 가녀린 어깨는 들썩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서우의 어깨를 감싸고 그녀를 품에 앉자 그녀의 흐느낌이 온몸으로 느껴져 왔다. 서우의 어깨를 다독이며,


" 늦었어요. 너무 고민 말고 푹 자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이끌어 침대로 안내한 뒤 그녀를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 가지 말아요. "





서우의 울음 섞인 나지막한 외침.

돌아서는 내 팔을 잡아 끈 그녀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이불 안으로 파고든 나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는 이내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 정말... 이제는 혼자된 것만 같아요. "


" 너무 상심 말아요. 한국에 왔고 또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이 생겼으니 그렇게 낙담할 건 아니니까요. "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내가 안쓰럽게 바라보자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고는 목을 빼서 내 볼에 살살 이마를 문질렀고 나는 그런 그녀를 더 꼭 끌어 안아주었다.


' 나도 곁에 있어요. 그러니 힘내요.'


차마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하지 못한 말.


" 따가워."

" 응?"

내가 그녀를 내려다 보자 그녀는 이마를 한번 문지르더니 이내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내 볼을 만졌다. 그러더니

" 어떻게 하루도 안돼서 이렇게 수염이 금방 자라요?"

" 하하하. 아직은 혈기 왕성한 때니까요. "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허리를 감싸 조금 더 위로 올린 뒤 그녀의 두 볼에 내 볼을 비볐고 그녀는 이내 방긋 웃더니,


" 왜 그런지 모르지만 힘들 때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 당신 생각이 나요. 이 품에 자꾸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


그렇게 말하며 한 손으로 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친 듯 요동치는 내 심장.

그녀도 혹여 느껴질까. 잠시 생각이 들던 찰나, 나는 잔뜩 흥분되어 오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려 그녀의 어깨를 다독인 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녀의 앞머리를 옆으로 쓸어 넘기며,

" 잘 자요. 굿 나이트."


그렇게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 믿음. 그 믿음이 당신에게도 필요한 거죠?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의 대답."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 등 뒤를 끌어안았고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내게 키스를 해왔다.


도톰한 그녀의 입술. 파르르 떨리며 전해져 오는 그녀의 슬프고도 긴장되며 애틋한 마음이 내 입술에 전해지며 내 안에 그녀의 슬픔이 가득 참이 느껴졌다.


 그런 그녀의 슬픔을 조금이나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어 그녀를 더 가슴 깊이 끌어 안아 품에 가득 담은 채 그렇게 침대로 비스듬히 눕자, 그녀는 어느새 내 위로 올라와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슬픔이 목구멍까지 차오르고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야만 볼 수 있는 그녀의 민낯.


가늘게 떨리는 그녀의 몸을 따라 천천히 손을 쓸어내리자 그녀는 이내 부끄러운 듯 내게 안겨들었고 그런 그녀를 아기처럼 품에 안고 나는 또 그렇게 소중히 그녀를 어루만졌다. 내 가슴 위로 전해져 오는 그녀의 뜨거운 입김. 점점 거칠어지는 그녀의 호흡.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함 마음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뒤섞으며 일렁이는대도 나는 그렇게 내 품에 파고든 그녀를 안아, 그녀 안에 나를 가득 채우며 그녀의 빈 마음을 채우려 들었다.

내 안에 가득 찬 그녀에 대한 마음이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라며.


서우와의 뜨거웠던 하룻밤.


눈을 뜨자, 어느새 잠에서 깬 그녀는 언제나처럼 식탁에 토스트와 계란 프라이를 해서 올라놓고는 화장대에 앉아 준비 중이었다. 그런 그녀의 뒤에 가 그녀를 포근히 감싸 안고는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었다.


" 흠. 오늘이 주말이면 좋겠네요."

그러자 서우는 이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 식사 식겠어요. 먼저 먹어요. 저도 준비 다돼 가니까 나갈게요."


서우의 볼에 입을 맞추고 식탁에 앉아 그녀가 준비해 놓은 식사를 하고 있으니 그녀가 나와 물을 한잔 마시고는 어느새 맞은편에 앉아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 어제 감동이었요. 제게 큰 힘이 되었어요. "


"훗. 정말 고마웠군요. 감동이라고 하는 것 보니. "


" 이런 걸 감동이라고 하는 거 맞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게 다가와 내 허벅지 위에 살며시 앉아서는 내 목을 감싸 안은 채 내게 키스를 했다.

그런 그녀를 내가 안아서 다시 내 위에 앉히자, 그녀는 당황하며

" 안 돼요. 출근해야죠. 훗. "


그렇게 말하며 내 두 볼에 입을 맞춘 후

" 늦겠어요. 휘우씨. 어서 가서 준비해야죠. "


그렇게 그녀의 떠밀림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밖으로 나오자,

" 오늘내일 회사에 급한 일이 많아서 집에 못 들어올 수도 있어요. 바쁜 일이 정리되는 대로 전화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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