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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ul 23. 2019

미국 자취생의 필수 양념 TOP 6

왼쪽에서부터: 스리라차, 이금희 굴소스, 타마리 간장, 카도야 참기름, 청정원 고추장, 홀푸드 야채 육수


십몇년을 편하게 모부님의 그늘 아래에 있다가 홀로 자취를 시작한 당신. 본가에 살 땐 신경 쓰지 않아도 됐던 것들이 이젠 모두 나의 몫이다. 공과금은 어떻게 내야 하지? 매 월 자동이체를 해야 하나? 분리수거는? 플라스틱에 붙여진 스티커들은 모두 떼야 하나? 욕실에 곰팡이는 왜 청소를 해도 계속 생기는 거야? 등등 초보 자취러에게는 아주 사소한 가사도 스트레스다.


회사일과 집 청소에 묶여 있다 보면 삼시 세끼는 고사하고 한 끼도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들다. 그래도 먹고살기 위해 하루의 8시간을 회사에 바치는데 굶을 수는 없는 노릇. 결국 냉장고를 뒤져 보지만 자연스럽게 배달 어플로 손이 간다. 요샌 각종 배달 어플과 테이크 아웃, 패스트푸드점이 호황을 이룬다. 클릭 몇 번이면 집에서는 냄새와 기름 때문에 굽기 힘든 삼겹살도 깔끔히 포장되어 현관문 앞까지 배달된다. 하지만 이 편리함 뒤에는 여러 부작용이 따른다. 몸에 좋지 않음은 기본으로 치고, 한 끼를 먹는데 생기는 각종 일회용 쓰레기는 왜 이리도 많은지. 뜨끈한 집 밥이 간절하다.


요리를 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초보 자취러가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6종의 필수 양념을 소개한다.



1  | 스 리 라 차

필자는 북미에 살고 있지만 토종 한식 입맛인지라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매콤한 한국의 맛이 무척이나 그리웠다. 새콤하기만 한 핫소스로는 뭔가 충족되지 않던 그 입맛은 스리라차를 발견한 후 해결되었다. 이젠 모든 음식에 스리라차를 뿌려먹는 '스리라차 광팬'이다. 신맛이 강한 멕시칸 핫소스와는 달리 스리라차는 달고 맵기 때문에 동양인 입맛에 잘 맞는다. 물론 임진왜란 때부터 먹기 시작했다는 고추장의 그 깊은 맛과 비할바는 아니지만 느끼한 서양 음식에 혀가 질릴 때, 요리에 뭔가 알싸한 맛이 부족할 때 넣어주면 금상첨화다. 많이 알고 있는 쌀국수나 피자에 뿌려먹는 것 말고도 그 쓰임새가 다양해서 하나쯤 구비해 두면 유용한 양념이다. 고추장을 구하기 힘든 미국에 살고 있다면 더욱더! 한인 마트와 아마존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고추장과는 달리 스리라차는 월마트나 크로거, 타겟에만 가도 아주 흔하게 찾을 수 있다.


필자가 해먹은 스리라차가 들어간 레시피 중 맛있었던 것들:


매콤 달콤하게 구운 컬리플라워

갈릭 스리라차 치킨



2  | 굴 소 스

스리라차가 매운맛을 더해주는 양념이라면 굴소스는 해물 베이스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조촐한 자취러의 주방에서는 조미료나 양념 없이 깊은 해물맛을 내는 게 무척 힘들다. 비싼 해물 값도 그렇지만 자칫하면 너무 비려지는 해물의 까다로운 조리법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저렴한 값으로 고급진 맛을 내는 데는 굴소스만 한 것이 없다. 가장 간편한 조리법은 볶음밥에 넣는 것이다. 밍밍한 볶음밥에 굴소스를 한 수저 넣는 것만으로 집에서도 사먹는 것 같은 중화요리의 풍미를 만들어낸다. 그밖에도 야채 볶음, 어묵 볶음 등 다양한 볶음 요리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주의할 점은 짠맛이 무척 강하기 때문에 반 스푼에서 한 스푼 정도의 적은 양을 써야 하고 개봉 후에는 뚜껑을 잘 닫아 냉장 보관을 해야 한다.


레시피 추천:


파 기름과 계란 만으로 맛을 낸 간단 볶음밥



3  | 간 장

외국 생활을 오래 하며 한국 음식을 열심히 만들어 본 결과 고추장,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된장 베이스면 어지간한 한식은 대충 만들어낼 수 있다. 간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쓰임새가 높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최적화되어 있어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아 훌륭한 양념이다. 또 외국인들에게도 익숙하기 때문에 요리를 대접할 때 사용하기에도 좋다. 가장 흔하게는 불고기부터, 요새 핫한 박막례 할머니의 간장 비빔국수, 찜닭, 장아찌, 볶음밥 등 사용법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간장은 '진간장'인데 그 이유는 별거 없다. 북미에서는 국간장을 찾기가 힘들다. 물론 국간장이 있으면 찌개나 탕요리를 만들 때 두루 쓸 수 있어 구비해 놓으면 좋다.


레시피 추천:


소 불고기

(Tip: 넉넉히 만들어 놨다가 먹을 만큼 지퍼백에 보관해 냉동해 두면 하나씩 꺼내서 해동만 한 후 바로 먹을 수 있기에 간편하다. 해외에는 불고기용 고기를 팔지 않기 때문에 스테이크를 살짝 얼려서 얇게 저미거나 귀찮을 땐 그냥 닭고기를 이용하거나 소고기를 작게 썰어 만들면 된다. 양념은 동일)



4  | 참 기 름

개인적으로 여섯 가지 양념 중 가장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양념을 꼽으라면 참기름을 선택하겠다. 특유의 진한 향 때문에 소량만 넣어도 '집밥'의 맛이 나기 때문이다. 정말 간편하게는 간장계란밥부터, 참기름장, 참기름 드레싱 샐러드, 아보카도 계란밥 등 어울리는 재료도 꽤나 많고 일본 요리가 널리 퍼진 서양에서도 구하기 쉬운 식재료다. (물론 요새는 아마존에서 한국 참기름을 팔긴 한다. 맛은 할머니가 참깨를 짜서 소주병에 담아준 그것에 비하면 식용유 수준이긴 하지만... 그리고 스리라차와 마찬가지로 요샌 어느 마트에 가도 아시안 코너에서 일본 참기름을 판다.) 한국적인 요리를 하고 싶은데 감칠맛을 내고 싶다면 이만한 양념이 없다.


레시피 추천:


아보카도 간장밥

(Tip: 사놓으면 금방 썩어버리는 아보카도는 말랑하게 익을 때까지 실온에 두었다가 익자마자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면 더 이상 익지 않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물론 이 사실을 알기까지 나도 숱한 아보카도를 희생해야 했다...)


5  | 고 추 장

드디어 나왔다. 나의 '최애' 양념! 고추장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외국인들도 팬덤이 꽤 있고 한식에도 많이 쓰인다. 예전엔 해외에서 구하기가 참 어려웠던 양념 중 하나인데 아마존이 유통 업계를 지배한 요즘은 gochujang을 검색하면 아마존에 브랜드 별로 주르륵 뜬다. 가격 또한 다른 한국 식재료에 비해 합리적이다. (청정원 순창 고추장 500g이 한국에선 9,890원 아마존에서는 8.17달러=9,632원이다.) 기내식으로 나오는 튜브형 또한 팔고 있어서 한식을 좋아하는 외국인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 조금만 넣어도 매운 감칠맛이 입안을 감싸는 고추장으로는 찌개부터 반찬까지 모두 만들 수 있다. 고추장과 야채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고추장찌개나 불고기, 어묵 볶음, 떡볶이, 약고추장 등 한국인 입맛에 최적화된 레시피들 대부분이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다.


레시피 추천:

(떡볶이는 해외에서 떡을 구하기 힘든 지역들이 많아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아쉽게도 뺐다.)


참치 약고추장

(Tip: 밥맛이 없거나 요리하기 귀찮을 때 찐 양배추에 이 약고추장과 밥을 넣고 싸 먹으면 간편하고 "챙겨 먹는 느낌"이 든다.)


고추장 닭불고기



6  | 야 채   육 수

위에 소개한 양념들이 재료의 맛을 가리는 센 맛이었다면 야채 육수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주는 겸손한 양념(?)이다. 자투리 재료로 직접 만들 수도 있고 팩으로 포장된 것을 대부분의 마트에서 살 수도 있기 때문에 접근성 또한 훌륭하다. 시판 육수는 소금이 많이 첨가된 것이 있어서 low sodium을 사서 조리할 때 따로 소금 간을 하면 짜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야채 육수는 특히 해외에 사는 독자들을 위해 소개하는 양념인데 한국에서는 가루나 팩 형식으로 쓰기 쉽게 나오는 제품이 많아서 굳이 액체로 사지 않아도 된다. (사실 한국에 살 때는 액체로 된 야채 육수를 파는 걸 본 기억이 없다.) 야채 육수는 홀푸드나 주로 식재료를 사는 마트에 가면 캔이나 팩에 담겨진 걸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른 양념들에 비해 가격도 2-3불밖에 하지 않아 경제적이다. 쓰임새는 찌개나 국에 넣어 먹거나 야채가 들어가는 수프를 만들 때 넣어주면 야채를 종류별로 사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에 깊은 야채맛을 낼 수 있다. 야채 스톡 말고도 비프, 치킨 등 다양한 육수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육류 요리를 주로 하는지, 채식을 하는지에 따라 취향껏 고르면 된다. 집에서 직접 만들 때에는 자투리 야채를 깨끗이 씻어 말려 지퍼백이나 메이슨 자 등 용기에 따로 "냉동"보관해놨다가 큰 냄비에 야채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오랜 시간 끓여 주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만든 육수는 얼음틀에 넣어 큐브처럼 얼려 써도 되고 용기에 넣어 냉장보관을 해도 된다. 보관 기간은 냉동은 1~2달, 냉장은 1주일로 다소 짧기 때문에 자주 쓸 계획이 아니라면 냉동 보관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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