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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Sep 30. 2018

카파도키아 벌룬투어, 터키

풍선바구니 타고 훨훨 날아

새벽 하늘을 수 놓는 벌룬이 그림같은

카파도키아의 버킷리스트 벌룬투어.

새벽 해에 눈이 부신 아나톨리아 고원을 내려다보고

땅에서는 형형색색 벌룬들 사이로 비치는 하늘이

아름다운 벌룬투어를 한번 해보기로 했다.

벌룬투어는 해가 뜨기 전 새벽에 시작한다고

익히 소문을 들었지만 필요이상으로

투어에 포함된 조식을 먹기위해 3시에

일어나야 할 줄이야.

게다가 졸린 눈과 머리로 나섰다가는,

자다 일어난 떡진 머리의 사진만이 남을 것이다.

모자와 립스틱만이라도 챙기자.


해가 뜨는 시간은 매일 다르니 픽업 시간도

다르겠지만 보통은 오전 3시 반에서 4시 사이에

투어 픽업 차량이 호텔을 방문해 인원을 픽업한다.

각종 투어가 발달한 카파도키아의 픽업차량은

투어의 시간 약속에 칼같아서 늦는 법이 없다.

졸린 눈에 먹는둥 마는둥 조식을 마치고

비포장 평야를 버스로 뒤뚱거리며 달리다가

추수가 끝난듯한 너른 논바닥에 도착하면

해뜨기 전 어둑어둑한 땅에 펼쳐져있는

힘빠진 벌룬들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벌룬을 통째로 홀라당 태워버릴 것 같은

화염방사기를 닮은 가스 발사와 선풍기로

슬슬 부풀어오르는 벌룬들을 바라보자면

이미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차량에서 나와,

이리저리 포즈를 잡느라 바쁘다.


맘껏 오글오글한 캡틴 아메리카 포즈도,

연인을 위한 사랑의 윙크와 총알도 괜찮다.

사람들이 쳐다보면 뭐 좀 어떠랴.

어차피 오늘 바구니 한번 같이 타고나면

볼일 없는 사람들인것을.

이 순간을 즐기자, 추억과 사진은 평생이니까

벌룬들이 하나 둘 떠오를 준비를 하고,
파일럿의 거친 영어로 이어진 간단한 착지

유의사항 교육 후, 16명의 든든한 정원을 채워

다소 무거워보였던 내 벌룬도, 조금씩

새벽하늘에 가깝게 떠오르고 있다.

낮게 날아오르며 만나는 일출포인트의

반가운 사람들도, 산을 오르는 말들도

모두 올려다보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넨다.
점점 따뜻해지는 햇살과, 상쾌방쾌하며 청아한

높은 아침의 공기까지 이 순간을 꿈꿔온

나를 축하하며, 온몸에 솜털을 세우는

기분 좋은 소름이 짜릿하게 나를 훑고 간다.

제멋대로 깎아놓은 높은 바위산을 지나

카메라에 다 담지도 못할 정도로 강렬한

아침의 태양을 터키의 하늘에서 정면으로

마주할 때, 소란스러운 바구니안의 사람들

사이로 작은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내 입밖으로 터져나온다.


“오 지쟈스!!”(Oh Jesus)

이제 벌룬은 높이 날아올라
구석구석 끝없이 비추는 햇빛에 찬란히 빛나는
카파도키아를 한없이 내려다볼 수 있을만큼,
나를 하늘에 더 가까운 곳에 데려다 놓았다.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시원한 장관에
터키 땅끝까지 카메라에 담을 기세로
이리저리 손을 뻗어 셔터를 눌러대본다.
감탄사가 연신 터져나오는 바구니의 사람들

사이로 요리조리 가스밸브를 조정하던 파일럿이
우리가 탄 풍선처럼 소리없이 랜딩을 준비한다.

하늘을 채웠던 풍선들은 이제 하나 둘씩

땅에 도달하여 높은 곳의 강렬한 햇살을

받아온 이들을 축하하는 파티를 준비하고,

한글을 새긴 터키파 벌룬은 어느지역의 파인지

시뻘건 피색을 뽐내며 손인사를 건내고는

머리위로 사라져간다.

경이로운 카파도키아의 아침을 맞으면서
벌룬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샴페인과 벌룬투어 인증서(?)를 받아쥐며

버킷리스트 하나가 채워졌음을 축하한다.


벌룬투어로 평소보다 일찍 시작하는 하루 일정에
오늘 하루, 남들보다 오래 깨어 있을 수 있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조식을 또 먹으러 호텔로 돌아간다.


새벽 비경을 녹인, 터키 국기색같은

빠알간 차이 한잔도 함께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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