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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didiah Nov 09. 2020

[한 줄 노트] 그림자를 판 사나이

By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인간들 가운데야말로 닻이 가장 믿음직스러운 토대를 내리는 곳이었다




돈을 받고 영혼을 판 샤미소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마을과 지역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 자체를 누리지 못하는 이방인이 된 것이다. 철저하게 고립되고 유리된 존재.


슐레밀은 금은보화에 눈이 멀어 인간으로서의 존재 자체를 팔아버린 잘못된 인간상이자, 반면교사의 대상이다.




물질을 우선시하지 말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마치 정해진 법칙을 따르듯 자연스레 떠올랐다. 고민의 흔적 조차 없는 그 생각이 분명 내 것은 아닐 테지만, 그 생각을 떨쳐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때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친구들과의 대화가 어색해지고, 몇 년 만에 가진 친구와의 찐한 만남 이후에 남는 묘한 낯설음이 당연하게 느껴지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이 불편해진 기억들을 먼저 생각해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 속에서 자연스레 과거의 기억만 남긴 채 멀어진 관계들이 있었다. 어색함과 불편감만 일던 일방적 거부의 관계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주는 쌍방의 거부로 변화되며 '사는 게 이런 거야'라는 깊은 안위가 드는 관계들.


그림자가 없는 슐레밀은 어디서나 거부를 당하는 일방적 거부의 관계를 벗어나기로 결심하며, 그 이후의 삶을 살아간다. 그것이 편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치 '그림자를 판 사람이 사는 건 이런 거야'라고 나에게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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