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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쫓는 아이들_알마티, 카자흐스탄

나의 비단길 이야기-8

by 현진

#23 오봐, 무슈!


카자흐스탄에서의 첫날. 눈을 뜨고 한동안 누워있었다. 한동안 칭휘와 함께 다니다가 다시 오랜만에 혼자 하루를 보내려니 허전했다. 다행히 오늘은 약속이 있네, 먼저 알마티에 도착한 엠마네 가족과 만나기로 했다. 호스텔을 나서 성당을 향해 걸었다. 알마티는 제정 러시아 말기에 무역 거점에서 비로소 도시로 발전했다. 그래서 구도심에는 젠코프 성당이나 악기박물관 같은 19세기 말에 지어진 건물들이 몇 개 있지만, 대부분 소련 시기에 지어진 건물이다. 그래서인지 중앙아시아 보다는 동유럽 느낌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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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에서 가장 마음에 든 점은 키 큰 가로수가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고, 도심 곳곳에 공원도 많다는 것. 도시가 전반적으로 초록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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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중심부의 판필로프 공원은 큰 나무도 많고 산책로나 광장이 잘 조성된 멋진 곳이다. 공원 안에는 러시아 양식의 젠코프 성당이 있다. 알마티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하필 공사 중이었다. 성당은 가림막으로 빈틈없이 둘러쳐져 있었다.


공사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엠마네 가족을 기다렸다. 저 멀리서 엠마가 뛰어왔다.

"레오나르도!!!"

다시 만나서 막내 니나도 반가운 것 같았다. 니나는 맨날 아빠 옆에만 붙어있었는데, 오늘은 내가 하루 종일 손잡고 걸어야 했다. 내 옆에 찰싹 붙어서 손을 내밀 때마다 너무 귀여웠다.


판필로프 공원에서 조금만 더 걸으면 질료느이 바자르(그린 마켓)을 찾을 수 있다. 거기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하는 수 없이 근처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만티, 플로프 등 중앙아시아 음식을 파는 곳인데, 밥도 맛있고 자리도 편안했다. 옆자리에 앉은 니나가 자꾸 맨손으로 내 밥을 주워 먹어서 어머니가 뭐라 하셨다. 난 괜찮으니 많이 먹으렴...


20180522_133542.jpg 플로프


밥을 먹고 다시 공원으로 갔다. 공원 안에는 비둘기로 꽉 찬 광장이 있는데, 니나와 마농은 비둘기를 잡고 싶어 했다. 왜 아이들은 항상 새를 쫓을까! 내 가방 안에 있는 비스킷을 주면서 비둘기 주라고,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면서 비둘기한테 뿌렸다. 비둘기들은 삽시간에 모여들어 과자 부스러기를 쪼아댔다. 물론 나는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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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43.JPG 판필로프 공원


"현진, 진짜 한국에서는 매일 퇴근도 못하고 야근해야 해요?"

벤치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걸 보던 중 나탈리가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아직 학생이라 대답하기 어려운데, 제 주변 취업한 친구들을 보면 그런 것도 같아요, 요즘은 바뀌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럼 휴가는 어떻게 받아요?"

"잘은 모르지만 3-4주 정도? 물론 다 쓰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은 없어요"

나탈리와 니콜라스는 이 부분에서 소스라치게 놀라워했다. 본인들은 9주 휴가를 받는데 다 쓰고도 모자란다며... 나도 휴가 참 좋아하는데.


그리고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대통령의 비리를 규탄하고, 촛불을 들고 평화 시위를 벌인 것에 대해 큰 인상을 받았다고, 중국 사람들도 그런 소식을 접하고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신장에서부터 검문이 너무 많이서 중국에 불만이 많으신 듯했다.


가을에 유럽으로 넘어가면 뭐 할 거냐고 물어보셔서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고, 농장에서 몇 주 일하면서 지내보고 싶다고 하니까 9월 말이 남프랑스에서 포도를 수확하는 시긴데 일손이 많이 필요할 테니 일해보는 것도 재밌을 거라고 알려주셨다. 론 강 근처에 좋은 포도원이 많다면서. 이렇게 또 할 일을 추가했다.


저녁이 됐고 엠마네 가족은 기차를 타고 카자흐스탄 중부의 심켄트로 떠난다고 했다. 지하철역 앞에서 헤어지는데, 엠마가 나를 붙잡고 안 놓아주려고 했다. 뭐라도 기념으로 줄만 한 게 없어서 홍삼차라도 조금 나눠줬는데, 엠마가 이건 절대 안 먹고 간직할 거라고, 자기 가방을 뒤적이더니 자기 머리끈을 나한테 줬다. '소녀 감성 너무 찡한데...' 진짜 안 가고 나 따라온다고 계속 그래서 일주일 뒤에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다시 보자고 약속했다.

"우리도 거기서 차를 빌릴 건데, 괜찮으면 송쿨 호수나 이식쿨 호수까지 같이 가요"

나탈리와 니콜라스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귀가 쫑긋했다. 그때까지 나탈리와 이메일로 연락하며 날짜를 맞추기로 했다.


#24 헤어살롱 찹찹


모두가 잠든 새벽, 옆 침대를 쓰는 아저씨가 들어왔다. 번쩍 형광등이 켜진다. 4인실 도미토리를 쓰는 다른 세 명 모두 인상을 쓰며 눈을 비빈다.

"저기, 불 좀 꺼줄래요"

"내가 지금 라마단 기간이라 식사를 새벽에 해야 해서, 허허 미안합니다. 곧 끄겠습니다."

라마단이라 늦게 자고, 밤에 먹는 것도 상관없고 또 존중한다. 하지만 새벽까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쓰는 방에 불을 켜 두려는 건 문제, 밥을 공용 식당에서 안 먹고 침실에서 쩝쩝대며 먹는 것도 문제. 아저씨가 잠깐 나간 사이에 내가 후다닥 불을 꺼버렸다. 다시 침대에 돌아와 이불을 말고 누웠지만, 모른 척 불이 다시 켜졌다. 그리고 다시 식사 시작... 호스텔을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호스텔을 나와서 카우치서핑을 시도해보려고, 리퀘스트를 몇 개 보냈다. 한 명이 바로 답장이 왔는데 자기가 내일 집에 없어서 호스팅은 못하지만, 대신 오늘 점심이나 먹자고 했다. 심카드도 사고 이것저것 할 일도 있는데 가서 도와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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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사람이랑 같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건 항상 조금 힘들다. 그 사람이 외국인이면 더욱. 나와준 친구 이름은 아이카였는데, 마주 앉아서 차분하게 얘기하려니 밥이 안 넘어갔다. 술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간절히 생각했다. 하지만 밥을 먹고 나와 심카드와 교통카드를 사는, 외국인에게는 어려운 과제들을 아이카가 다 도와줬다. 고마워서 '스파시바' 하고 싶은데 말이 입에 잘 안 붙는다. 왠지 안 고마운 느낌이다.


아이카와 헤어지고 머리를 자르러 갔다. 한국에서 머리를 하고 왔는데, 제법 길어서 손질이 필요했다. 구글링을 해서 찾은 곳은 찹찹이란 헤어숍이었는데, 비싸긴 한데 잘 자른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다. 거의 한국에서 자르는 것과 비슷한 가격이었지만, 머리를 위해서 과감히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 미용실과는 다르게, 여기서는 머리를 먼저 감긴다. 그리고 굉장히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머리를 자르고, 잔털을 다듬는다. 세심한 미용사의 손길에 점점 기대가 됐다. 앞머리를 다듬을 때는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분명 번역기로 옆, 뒷머리는 짧게 치고 앞머리는 조금만 다듬어달라고 말했는데, 앞머리가 다 날아갔다. 잘생긴 미용사 형이 자꾸 '하라쇼?'(좋아요?)라고 물어봤다. 애써 웃으며 따라한 하라쇼, 하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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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깎인 고양이 같은 심정으로 미용실을 나왔다. 이제 아무 데도 갈 수 없어. 공원에 앉아서 분수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걸 하염없이 바라봤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아무 의욕도 안 생겨서 계획했던 콕토베 언덕도 안 가고 저녁도 대충 먹고 들어와 내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25 Здравствуйте!


한국을 떠나기 전 신청했던 투르크메니스탄 비자. 서울에서 비자 발급을 기다리며 배편도 미뤄가며 기다렸던 것부터, 애증의 초청장은 결국 신청한 지 1달이 지나서야 발급됐다. 이메일로 받은 초청장을 프린트해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으로 가면 된다. 알마티에는 영사관이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20180523_121620.jpg 영사관 가는 길


기대를 갖고 영사관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나를 맞아주었고, 순조롭게 비자 신청서를 쓰고 비자비 55달러만 입금하면 모든 절차가 완료되는 단계였다. 그런데 직원이 갑자기 컴퓨터를 한참 뒤적거리더니, '떽니껄 쁘로블럼'이 있어서 비자 발급이 어렵겠다고.


결국 오늘도 비자를 못 받았다. 하지만 그 직원은 초청장만 있으면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서도 통과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경에서 시도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니까, 조금 더 고민해봐야지. 아니면 비슈케크나 타슈켄트에서 또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을 찾아야 한다. 머리가 아프다.


호스텔로 돌아와 짐을 뺐다. 여기는 반지하방이라 살 곳이 못된다. 심지어 아침에 이불에서 벌레도 나왔다. 새로운 호스텔은 어제 아이카가 추천해준 곳. 원래 있던 곳에서 1시간 정도 걸어서 찾았다. 하룻밤에 1500원 정도 더 비싼데 대신 아침을 준다. 침대도 푹신하고, 여하튼 마음에 들었다.

(Alma cinema hostel 8인실 2500텡게)


침대를 배정받고 짐을 풀며 창가에 앉아 휴대폰을 보던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호스텔이 참 좋네. 너도 여행 온 거야?"

"나도 반가워, 난 여기에 러시아어 강좌를 들으러 잠깐 왔어. 터키 사람이지만 비슈케크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거든."

터키 사람은 또 자신 있다. '메르하바!' 나 터키에 몇 번 가봤고, 지금도 터키 가는 길이라며 지나간 터키 여행 얘기를 쏟아내면 할 말이 엄청 많다.


친구 이름은 메흐메드, 흔한 이름이다. 얘기도 잘 통해서 같이 점심이라도 먹을까 싶었지만 라마단 기간이라 해가 질 때까지 못 먹는다고. 나도 부엌에서 빵과 요거트로 때웠는데 내 앞에 앉아서 빵이 내 입안으로 들어가는걸 멀뚱멀뚱 보고만 있어서 왠지 좀 미안했다. 오후 내내 러시아어를 전공하는 그에게서 기초적인 러시아어를 몇 마디나마 배웠다.

"Здравствуйте?"

"아, 즈드라스트...부이쩨..."


빨래가 좀 밀렸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또 빨래를 못했다. 내일은 맑다니까 꼭 해야지. 갈아입을 속옷이 없다. 요즘 갑자기 비가 오락가락한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다 마침내 해가 지고, 메흐메드랑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특별한 걸 먹진 않았고, 그냥 싼 밥. 오는 길에 들른 마트에 한국 라면을 팔길래 사 와서 호스텔에서 끓여줬다. 메흐메드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다 먹었다. 먹으면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한테 연애상담을 하는데, 그래도 내가 형이니까 잘 들어줬다. 조언 비슷한 거도 해주고... 도움이 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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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알마티의 김치찌개 잘하는 집


새벽에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세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뭐가 잘못된 걸까, 늦잠 자고 일어났더니 배가 좀 괜찮아졌다. 빨래를 하려고 빨랫감을 봤더니, 너무 많이 밀려서 손빨래를 하기엔 양이 막막했다. 그런데 호스텔에 세탁기가 있어서 500 텡게 주고 그냥 세탁기 돌렸다. 이렇게 편한걸 이제껏 몇 푼 아낀다고 아득바득 세면대에서 빨래를 했다.


할 일을 끝마치고 홀가분하게 호스텔을 나섰다. 오늘은 날씨도 좋다. 어제 비도 왔으니 콕토베 언덕에 올라가면 멀리까지 보일 것 같다. 칠이 벗겨진 초록색 99번 버스를 타고 산을 올랐다. 산길 때문인지 남산타워 올라가는 느낌이랑 비슷했다. 공원 입구에서 내려주는데, 거기서 10-15분만 더 걸으면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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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는 생뚱맞게 조그만 놀이공원이 있다. 그리고 동물원이라기보다는 동물 우리들의 나열. 가족이나 커플이 많았다. 혼자 온 사람은 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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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4_161318.jpg 신기하게 생겼다


깨끗한 시야를 기대했는데, 그래도 먼 하늘에 구름이 끼여 아주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알마티를 둘러싼 톈산 산맥의 설산들이 보여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5월인데도 봉우리는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산에서는 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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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내려갈 때는 케이블카를 탔는데, 타자마자 후회했다. 케이블카 따위가 이렇게 무서울 리가 없는데, 2년 전에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탄 케이블카가 떠올랐다. 높이도 높이지만 바람까지 불어서 곧 떨어질 열매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때는 모르는 사람도 같이 타서 무서운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오늘은 혼자 탔기 때문에 마음껏 무서워했다. 사진 몇 장을 후다닥 찍고는 눈을 감고 되내었다. '여기는 버스 안이다, 버스 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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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마트를 들렀다. 칫솔도 사고, 휴지도 필요하고. 하지만 간식거리를 더 많이 샀다. 체리파이, 주스, 복숭아 맛 요거트까지. 그래도 6천 원 남짓 나왔다. 물가는 확실히 한국보다, 아니 중국보다도 싸다. 막연히 느끼기엔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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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어제처럼 메흐메드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한국 식당에 같이 가기로 했다. 식당을 찾아가는 길에 마침 한인마트가 있었는데 메흐메드가 구경하고 싶어 해서 들어갔다.

"한국인이세요? 한국에서 여행 온 분은 오랜만이네요. 대학생이신가요?"

"네, 제대를 막 하고 이제 여행 다니고 있어요. 저도 알마티에서 한국 마트를 보고 신기해서 들어왔어요."

주인아저씨께서는 계속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대학생이고, 국어교육 전공이라니까 여기 한국어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제대로 국어교육을 전공한 선생님이 없어서 인력이 귀하다고 하셨다.

"저도 여기서 일해보고 싶어요! 사실 저도 한국어 교육에 관심이 있어서 알마티에 오기 전 한국교육원에 한 달간 자원봉사 문의 메일도 보냈는데 답장을 안 주시더라고요... 하하 바쁘신가 봐요."

꽤 디테일한 내 관심을 듣고 아저씨는 명함을 주시면서 졸업하고 알마티에 다시 오게 되면 꼭 연락하라고 하셨다. 잘 간직해야지.


마트에서 불닭볶음면을 팔길래 몇 개 사버렸다. 메흐메드에게는 이 까만 봉지가 열리는 순간 너는 그냥 죽는 거라고 허세를 부렸다. 조만간 우유 많이 준비해놓고 먹여봐야겠다.


찾아간 한국 식당은 Korean House라는 곳이었는데, 역시 로컬 식당보다는 조금 비싼 편이다. 김치찌개랑 찐만두를 먹었는데 돼지고기를 못 먹는 메흐메드를 위해 소고기를 넣어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소고기 김치찌개는 처음 먹어봤는데, 묘한 맛이었다. 이게 육개장일까 김치찌개일까 고민되는 맛.

(한국인은 20% 할인해준다. 알마티 시내에 체인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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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로 돌아와 보니 안뜰에서 사람들이 모여 와인이랑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다. 이미 거나한 러시아 아저씨가 술을 사 오신 것 같은데 나도 껴서 술을 좀 얻어먹었다. 독일 형들이랑 러시아 누나, 호스텔 주인아주머니까지. 내가 제일 어렸다. 독일인 미셸이 독일어 러시아어 영어를 모두 할 줄 알아서 중간에서 다 통역을 했다. 러시아 아저씨가 한마디 하면 미셸이 독일어로 한번, 영어로 한번 총 두 번 통역을 해줘서 다들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술 먹는데 통역이 그렇게 필요하지는 않았다. 보드카는 하라쇼!


*외국인 등록과 OVIR


카자흐스탄같이 구소련 국가에는 아직 외국인 거주 등록제가 남아있다. 그래서 입국한 지 5일 이내에 해당 지역의 사무소(OVIR)를 찾아가서 거주지를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고 적발 시 추방 등 불이익이 있다고 들어서 나도 이것 때문에 여기저기 알아보고 인터넷도 엄청 뒤졌는데 말이 다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한마디로, 한국인이면 30일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기 때문에 거주지 등록을 안 해도 된다. 비자를 받아서 입국을 한 경우에만 OVIR를 찾아가서 등록을 해야 한다. 카자흐스탄 입국 시 작성하는 입국카드에 도장이 1개면 OVIR에 찾아가 나머지 하나를 더 받아야 하지만 2개를 국경에서 찍었다면 굳이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무비자로 입국할 때는 국경에서 바로 도장 2개를 찍어준다. 내 여권과 다른 여행자들의 여권을 봤을 때 모두 도장이 2개라 따로 거주지 등록을 하러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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