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는 xxx 가게입니다.
xxx에는 형용사가 올 수도 있고 명사가 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가게가 어떤 가게인지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먼저 무엇을 팔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너무 당연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고 넘기는 부분이다.
무엇을 팔 것인지가 정해지면 어떤 가게를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처음에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는다면 준비하면서 조금씩 다듬어 단단하게 만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반드시 한 방향으로 다듬어져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팔 것인지가 정해지면 비로소 내가 하고자 하는 가게의 뼈대가 만들어진 것이니 이제 본격적으로 살을 붙여보자.
건강한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으로 아이들도 이용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자 하는 곳에서 멜라민 그릇을 사용한다면 처음 잡았던 뼈대와 맞지 않는 그림이다. 뼈대가 '건강한 식재료'라면 멜라민 그릇보다는 유리나 사기그릇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 같은 가게에서 식용색소를 이용한 알록달록한 음료를 만드는 것보다는 과일이나 꽃을 이용해 자연에서 얻은 진짜 컬러를 만드는 것이 좋다.
모든 연령층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카페를 준비한다면, 너무 낮고 좁은 테이블이나 높은 바 bar의자보다는 등받이가 있는 편안한 의자와 편안한 높이의 테이블이 좋다. 너무 빠른 템포의 팝 pop이나 강한 힙합보다는 잔잔한 미디엄 템포의 음악을 트는 것이 더 많은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강한 조도의 핀 조명이나 어두운 분위기보다는 색온도가 낮은 노란빛의 간접조명이 눈에 편하다.
얼마 전에 완성한 카페의 경우 운영자가 LP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카페를 원했다. 이곳의 뼈대는 LP와 음악이다. 자리는 조금 불편해도 어쩔 수 없고 음악 외에는 다른 잡음이 없는 곳이어야 한다. 때문에 천장을 제외한 카페 전체에 녹음실에서 사용하는 흡음판을 둘러 사람의 소음을 줄이는데 집중했다. 반면에 스피커는 노출된 천장에 두어 음악을 위에서 울리게 했다. 그리고 날마다 그날의 음악을 진열해 LP 재킷을 정보전달 겸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했다. 아주 작은 가게지만 뼈대에 집중한 디자인으로 많은 손님들이 찾고 있다.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이 있고 실력도 있다. 그래서 커피를 잘하는 가게로 보이고 싶다면 커피를 가장 잘 보여줘야 한다. 뜨개질이 취미라 냄비받침을 진열한다던가, 목공이 취미라고 곳곳에 직접 만든 도마를 널어두면 안 된다. 같이 팔려고 한다면 둘 중 하나도 못 팔 확률이 높다. 철저히 뼈대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가끔 다른 길로 빠지고 싶은 욕구가 생기더라도 다시 뼈대로 돌아올 수 있다.
단, 반드시 그 누구보다 뼈대는 튼튼해야 한다.
tip.
가게에는 꼭 온도계와 습도계를 준비하자.
운영하는 사람은 일하는 동안 상황에 따라 체온이 변해 온도를 불규칙하게 느끼지만 들어와서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실내의 온도가 매우 예민하게 느껴진다. 건조할 때는 가습기를 틀거나 주방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서 습도를 올리고, 습할 때에는 냉난방기의 제습기능을 이용해 습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손님이 불편하지 않게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장사는 '더하기'를 늘리는 것보다 '빼기'를 안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