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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ASIS OFFICE Sep 15. 2018

6시에 퇴근하는 카페

점심에 열고 저녁에 닫기

오픈과 함께 입소문을 탄 우리의 두 번째 가게는 첫 번째 가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음식을 준비하고 영업시간 중에는 그날의 일을 하느라 바빴다. 쉬는 날에도 시장이나 마트에 갔고 가게에 나와서 다음날의 음식과 돌아올 일주일을  준비했다. 문을 닫고 다음을 준비하는 그 시간에도 손님들은 문을 두드렸다. 



첫 번째 가게와 달랐던 점은 영업시간이었다. 

첫 번째 가게와 마찬가지로 주 5일 영업을 했지만 이번엔 하루 근무시간을 줄였다. 




오후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월. 화 휴무.








두 번째 가게는 조용한 카페였다. 

어릴 적에 듣던 LP를 다시 곁에 두고 싶어 하는 건 우리 또래의 사람들에겐 작은 로망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실현했고 사람들은 함께 즐겼다. 1900년대 중후반의 음악부터 1990년대의 음악까지의 잔잔한 음악을 고루 틀었다. 거의 매주 중고 LP가게에 들러 눈이 빠져라 고르기도 하고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 사 오기도 했다. 생각보다 음악을 통한 공감대는 쉽게 형성되었다. 90년대 태어난 이들이 90년대에 유행하던 음악을 많이 알았고 몰라도 좋아해 주었다. 비가 오는 날은 비에 관한 음악을 틀고 해질 녘엔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었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오.' 


김현식의 목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우리가 좋은 건 손님들도 좋았다.

 




故김현식의 앨범이 특히 반응이 좋았다





우리가 생각한 가게와 손님들과의 조화도 주말이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주말엔 보다 대중적인 사람들이 많았고 너무 많은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기에 주말의 그곳은 평일의 그곳이 아니었다. 일부 손님들은 실망했고 우리는 지쳐갔다. 매출을 조금 포기하면 되는 일이었다.  


"주말을 쉬자."

"그럼 회사원은 못 오잖아?"

"우리가 생각한 가게가 아니라면 무엇도 의미 없어."

"그럼 평일에 영업시간을 좀만 늦추자."
"......."






내가 졌고 그렇게 우리의 영업시간은 변경되었다. 



오후 1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 일 휴무.



어떤 사람은 점심시간에 택시를 타고 와서 커피와 케이크로 점심을 해결하고 가기도 하고, 퇴근 후에 부지런히 뛰어와서는 10분쯤이나 앉았다가 가기도 했다. 그럴 땐 좀 더 앉아계시라 하고 이것저것 내어 주곤 했다. 어떤 이는 이 가게를 '신데렐라 카페'라고도 했고, '공무원 카페'라고도 했다. 




사람이 많아도 조용한 곳, 우리가 바라던 공간이었다.










tip. 

가게의 콘셉트를 정하고 중요한 것은 꼭 지켜야 한다. 

잠시 손님이 끊긴다거나 부정적인 댓글이 보인다고 처음 생각했던 것을 쉽게 바꿔서는 안 된다. 

대신 꼭 지켜야 할 만큼 충분히 생각해본 것이어야 한다. 

우리의 두 번째 가게는 조용한 카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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