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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Apr 25. 2021

코미디 영화 추천 BEST 110 (6)

TOP 110 Comedy Movies Of All Time

'코미디(Comedy)'라는 개념은 어디서 왔을까? 16-18세기 이탈리아에서 발달했던 상황극(후에 유랑극단) 형태의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에서 유래한다. 이 희극은 가벼운 노래와 춤, 우스꽝스러운 의상, 배우의 순발력 등에 의존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은 연극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시나리오’라는 단어 자체가 코메디아 델 아르떼에서 사용한 행동 지시문인 scenery에서 유래한 것이며, 몸개그를 일컫는 ‘슬랩스틱’ 단어 역시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알레키노가 들고 다니던 방망이에서 유래한 말이다. 


코미디는 민중을 대변하는 극형태다. 대중은 코미디를 결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코미디는 다른 진지한 장르보다 사회 비판적 주제나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보다 편하게 공론화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성행하던 ‘탈춤’이 주로 양반들이나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성격에서 출발한 것과 같다. 코미디는 유머와 익살에 기반 한 엉뚱한 이야기를 통해 현 사회적 모순의 전복을 시도한다. 현실 가능성이 없지만 이 코미디가 민중의 애환을 어루만지며 계급 간의 갈등을 크게 줄인다. 이런 사회통합을 꾀하기 위해 기득권층은 ‘코미디’라는 이름을 빌린 비판, 풍자와 해학을 일부 허용한다. 따라서 코미디는 한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고로, 코미디의 본질은 민중의 불편한 속내를 긁어주는 것이라 결론 내릴 수 있다. 




#50 : 앵커맨 1,2 (Anchorman·2004-2013) 아담 맥케이

미국식 코미디의 결정판, 저속하고 유치한 B급 개그로 점철됐지만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기에 부담 없이 웃을 수 있다. 론 버건디(윌 페렐), 브릭 탐랜드(스티브 카렐), 브라이언 판타나(폴 러드), 챔프 킨드(데이비드 코에너)의 앙상블이 불꽃 튄다. 또 <앵커맨>을 보면서 ‘의외성’과 ‘타이밍’이 코미디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 줬다. 


그리고 2편 <전설은 계속된다.>은 코미디 속편답지 않게 전편을 복붙(Ctrl+C, Ctrl+V) 하지 않았다. 선 넘은 언어유희와 프로 불편러들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 높은 수위의 초특급 풍자를 총집결시켜 놓았다. 더욱이 ‘형이 갑자기 왜 나와!’를 저절로 외치는 초호화 카메오 군단이 총출동한다.




#49 : 브루스 올마이티 (Bruce Almighty·2003) 톰 새디악

존재감이 곧 장르가 된 배우가 있다. ‘짐 캐리’라는 하나의 장르 속에서 영화는 자기 삶에 불만투성이인 브루스(짐 캐리)는 허구한 날 신을 원망한다. 어느 날 갑자기 ‘신(모건 프리먼)’이 찾아와 자신의 전지전능한 능력을 위임하겠다고 말한다. 브루스가 우여곡절 끝에 깨달아가는 스토리는 뻔하다. 단순 명료한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브루스 올마이티>의 하느님의 직업은 흑인 청소부에다 ‘야훼’ 닷컴에 이메일을 보내는 기도 방식으로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성경을 업데이트한다. 그렇지만, (성경 가르침대로) 교만과 그에 의한 파멸 그리고 구원이라는 흔한 전개를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재밌는 점은 <매트릭스> 시리즈처럼 거창한 인류 구원보다 구체적 타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사랑이 ‘자유 의지’에 따라 선택되는 것이다. 이렇듯 911·이후 미국의 자기반성을 자연스럽게 녹아내어 많은 호평을 받았다.




#48 :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 (A Fish Called Wanda·1988) 찰스 크레이튼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영국을 대표하는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선’에서 독립한 존 클리스는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에서 그의 재능을 증명한다. 이 범죄 코미디는 보석상을 터는 범행을 다루고 있다. 오락 범죄물이 그러하듯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신뢰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이처럼 서로 믿지 않는 아마추어 범죄자들이 각자 다른 속셈과 내부의 동맹관계를 감추고 있다. 


무시무시한 범죄자들은 하나같이 어느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신기한 녀석들로만 쏙쏙 골라 놨다. 거기다 영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를 노골적으로 웃음거리로 삼은 ‘태도’에서 왁자지껄한 폭소를 터뜨리도록 촘촘하게 미리 매설해 놨다. 




#47 : 시스터 액트 1,2 (SISTER ACT·1992-3) 에밀 아돌리노/빌 듀크 

100% 무공해 코미디, 우피 골드버그의 존재감과 블랙 가스펠의 매력이 만났다. 성스러움과 유쾌함 사이에서 누구를 비하하거나 조롱하지 않아도 마구 웃긴다. 




#46 : 블루스 브라더스 (THE BLUES BROTHERS·1980) 존 랜디스 

1976년부터 ‘SNL(Saturday Night Live)에서 존 벨루시와 댄 애크로이드는 ’ 블루스 브라더스‘라는 음악 개그를 했다. 그들은 SNL캐릭터와 음악적 재능을 스크린에 가져갔다. 레이 찰스, 아레사 프랭클린, 제임스 브라운, 캡 캘러웨이, 존 리 후커, 스티브 크로퍼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직접 참여한 만큼 농담으로 건, 음악으로 건 완성도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카메오도 화려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존 랜디스, 존 캔디, 프랭크 오즈, 캐리 피셔가 기꺼이 얼굴을 내비쳤다. 또, 당시 역사상 가장 많이 차량을 부순 영화답게 훗날 ’ 자동차 추격전의 교과서‘로 추앙받게 된다.     


그들의 포복절도 코미디영화는 권위주의와 시스템에 대한 반항으로 읽힌다. 불행히도 그들이 건드린 이슈 상당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혐오와 갈등, 차별이 만연한 현재도 이들의 개그는 살아 숨 쉰다. 




#45 :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THE 40 YEAR OLD VIRGIN·2005)/사고 친 후에(Knocked Up·2007) 주드 아패토우

소위 ‘아패토우 군단’이라 불리는 세스 로건, 에반 골드스미스, 마이클 세라, 폴 러드, 조나 힐, 그렉 모톨라, 빌 헤이더는 꼭 기억해둘 이름들이다. 이들은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사고 친 후에>, <슈퍼배드>, <파인애플 익스프레스> 등에서 유머가 부적절한 행동이나 말에서 나오는 당황스러운 ‘크링키(Cringe)’ 코미디의 대가들이기 때문이다.      


등장하는 인물, 특히 남자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 게임, 만화, 비디오, 인터넷에 환장하지만, 오프라인 세계에서는 무능하고 한심한 뿐인 부적응자들이다. 그런데 아패토우와 친구들이 주제와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 20세기와 달랐다. 영화 자체가 세상으로부터 루저로 대접받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짙게 깔려있다. 또 ‘성(性)’이라는 순수한 열정을 죄의식 없이 찬양하고, 인물들을 희화화하기보다는 따뜻하게 껴안는다. 그런 연유로 변화와 성숙의 순간이 별로 겸연쩍지 않다. 자신을 책임질 줄 모르던 인물들이 조금씩 삶의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 21세기 코미디 영화에 대한 아파토우의 지배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44 : 내 여자 친구의 결혼식 (Bridesmaids·2011)/스파이 (Spy·2015) 폴 페이

지난 10년 동안 가장 주목할 만한 희극배우 중 한 명으로 ‘멜리사 매카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내 여자 친구의 결혼식>로 주목을 받은 후 <스파이>에서 주연배우로서의 티켓파워를 과시했다.   

  

그녀는 폴 페이그 감독과 함께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이던 블루 코미디를 여성 중심으로 재구성한다. 요란한 소동극 속에서 그녀들의 속사포 욕설과 무진장 배설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왜냐하면 <내 여자 친구의 결혼식>은 친구관계에서 여자들이 남자와는 다른 식으로 우정을 쌓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파이>는 현장요원으로 투입된 사무직 여성의 애환에 공감할 여지가 충분하다. 즉, 에스트로겐이 잔뜩 주입된 화장실 유머에서 ‘여성성’을 발견하는 재미가 어디 흔하겠냔 말이다. 




#43 : 쉘 위 댄스 (SHALL WE ダンス?·1996) 수오 마사유키

춤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 40대 샐러리맨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일본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했고, 2004년에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됐다. 


국내에 <으랏차차 스모부>(1992)로 알려진 수오 마사유키의 단아하고 넉넉한 폼으로 소시민을 껴안은 오즈 야스지로의 드라마를 계승했다. 이런 화법은 현해탄을 건너와서 <반칙왕>, <천하장사 마돈나>, <댄싱퀸> 등에 전파되었다.




#42 :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1999) 스파이크 존스

줄거리는 간단하다. 마틴-플레머 빌딩의 7과 1/2층에 있는 통로로 들어가면 누구라도 배우 존 말코비치의 두뇌에서 15분 동안 머물 수 있다. 보통의 영화라면 존재론과 인식론을 고찰하며 육체의 감옥을 조정하는 영혼들의 가면무도회로 마무리할 것이다.     

 

그런데 <매트릭스>의 장광설과 달리 <존 말코비치 되기>의 형이상학은 철저히 스토리를 위해 봉사한다. 주인공 크레이그, 맥신, 로티의 삼각관계가 갈등을 낳는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인 이상, 우리의 무의식조차 사회의 문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자크 라캉에 의하면 ‘자아가 곧 타자이다’고 한다. 쉽게 풀이하자면, 남이 받아들이는 나와, 내가 나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내가, 평범한 우리에게는 별다른 충돌 없이 동일인물인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말코비치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마주한 자아가 자아인 동시에 타자의 모습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인형조종사이고, 말코비치가 배우라는 점은 문화산업에 대한 메타포로도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41 : 엽기적인 그녀 (My Sassy Girl·2001) 곽재용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역을 평정한 기념비적 작품, '나우누리‘에 연재됐던 작가의 실제 연애담을 영화화했다. 이후 국내 영화계에 인터넷 소설 각색 붐을 불러왔다. 차태현과 전지현이 교복을 입고 당당하게 '민증'을 내밀며 나이트클럽에 입장하는 장면은 수많은 패러디를 탄생시켰고, 대체 불가한 유일무이한 독보적인 엽기녀를 선보인 전지현은 스타덤에 올랐다.


해외 관객과 비평가들이 <엽기적인 그녀>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으로 ‘이질적인 장르의 충돌’을 꼽았다. 이게 무슨 말일까? 아무리 파괴적이고, 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코미디영화라도 무조건 신파·감동으로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처음 접한 해외 관객 입장에서는 너무나 신기하게 비쳤을 테다. 안전한 습관이 국경과 언어를 넘자 어느 새인가 영화의 개성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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