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Oct 20. 2021

듄 (Dune, 2021), 경이로운 시청각적 심포니

1. 생태학적 SF소설의 효시, 20세기 최고의 SF소설

이야기는 10191년,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이자 생명 유지 자원인 "스파이스 멜란지"가 유일하게 채굴되는 건조한 사막 행성 아라키스에서 우주의 여러 세력들 간의 다툼과 음모를 다루고 있다. 프랭크 허버트의 1965년 듄 시리즈는 휴고상과 네뷸러 상의 장편 소설 부문에서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작품으로 미래학자인 아서 C. 클라크는 "듄에 견줄 작품은 반지의 제왕밖에 없다"라고 평했고, 천문학자 칼 세이건 역시 "내가 미처 비판할 틈도 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다."라며 극찬했다.


듄의 위대함은 ‘생태계’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며 정치, 철학, 역사적 깊이를 갖춘 세계관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그럼 영화는 어떨까? 한마디로 독자의 상상력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스파이스 멜란지'를 생산하는 모래 벌레


행성간 여행이 가능해진 먼 미래, 코리노 가문이 은하계에 흩어진 인류를 통합하고 황제에 오른다. 코리노 가문을 밀어준 우주 길드에게 초강속 우주여행을 독점하는 권리를 보장한다. 유력한 대귀족 연합체인 '랜드스래드'에게 지분을 나눠주고 '초암 공사'가 우주 무역을 독점한다. 그리고 황제를 은밀하게 지원하는 종교집단 '베네 게세리트'가 ‘인간의 역할을 기계로 대체하지 말 것’과 ‘인간의 정신을 모방한 기계를 만들지 말 것’을 핵심 교리로 내세웠다. 이들은 '버틀레리안 지하드'를 일으켜 인공지능과 로봇을 파괴하는 운동을 일으켰다. 기계문명을 반대하는 베네 게세리트는 ‘퀴사츠 헤더락’이라는 인류의 구원자를 얻기 위해 ‘스파이스 멜란지’를 통해 인간의 지능, 정신력, 직관력, 예지력을 향상하려고 한다. 작가는 영지주의에 근간한 여러 고등 종교를 종합해서 이들을 설정했다.


인공지능과 컴퓨터가 사라진 세상에서 '스파이스 멜란지(이하 스파이스)'는 성간 여행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자원이 됐다. 이 스파이스는 우주 길드 항해사들에게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 안전한 항로를 알아내는 예지능력을 준다. 게다가 노화를 막고 수명을 수백 년 단위로 연장하는 볼로초로 우주에서 가장 값비싼 자원으로 거래된다. 그리고 이 스파이스는 '듄(모래언덕)'으로 알려진 캐노퍼스 항성계의 모래 행성 '아라키스'에서 유일하게 생산된다. 스파이스는 (수분에 대단히 취약한) 모래 벌레들의 번식 사이클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듄>은 한마디로 “스파이스 멜란지를 가진 자가 우주를 지배한다.”로 요약된다. 이 말은 18세기에 "향신료를 가진 자가 유럽을 지배한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즉 18세기 식민주의, 즉 자원 채굴과 제국주의에 대한 우화인 것이다. 초암 공사는 동인도 회사가 모티브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막 행성의 생태학적 재앙, 석유를 둘러싼 열강의 갈등, 정복자의 수탈과 원주민의 저항은 역사적 토대에 근거한 셈이다. 그래서 그리 낯설지 않다.


왜 냉병기를 쓸까? 이 질문에 관해 '거니 할렉(조시 브롤린')은 “방어막 결투를 할 때는 말이다, 막을 때는 재빨리 막고, 공격은 서서히 하는 법이다. 공격은 상대방이 허점을 보이도록 유도해서 최후의 일격을 피할 수 없게 옭아매기 위해 하는 것이야. 방어막은 휘두르는 칼은 튕겨내도, 천천히 찌르는 칼날에는 속수무책이지”라고 답변한다.




2. 원작에 충실하고 기술적 완성도는 높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원작 소설이 묘사하고 있는,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신비로운 모래 알갱이와 척박한 아라키스 행성을 “관객이 진짜라고 믿게 만들어주고 싶었다”라고 포부를 밝힌다. 그러기 위해 감독과 <제로 다크 서티>, <폭스 캐처>, <로그 원>, <만달로리언>, <더 배트맨>의 촬영을 맡은 그레이그 프레이저는 디지털을 필름화하는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고전적인 4:3 사이즈에 가까운 1.43:1 비율의 아이맥스 포맷 화면을 선택했다.


파트리스 베르메르의 프로덕션 디자인과 재클린 웨스트의 의상은 훨씬 더 중세적이며 SF특유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클리셰를 피했다. 칼라딘 행성 건축디자인과 기에디 프라임의 증기탕에서는 호도로프스키 감독이 추구했던 방향성이 느껴지고, 한스 짐머가 <테넷>을 거절하고 맡은 음악도 토토의 1984년작 영화음악의 흔적이 감지된다.




3. 구원자 폴의 심리를 따라가는 서사!

감사하게도 (원작을 몰라도) 이번 영화를 따라가는데 그리 힘들지 않다. 드니 빌뢰브는 <블레이드 러너 2049>처럼 메인 스토리와 테마들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각각의 캐릭터들을 시간을 두면서 깊게 다룬 덕분이다. 영화는 ‘선택받은 자‘ 폴이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을 깨닫고 성장해가는 여정을 따라간다그의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황제와 하코넨 가문에 의해 멸문지화를 겪는 과정은 메시아의 고난을 절로 연상시킨다. 전반은 스페이스 오페라로 포문을 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영웅서사시와 종교극으로 변해간다.


다만, 폴의 심리를 따라 방대한 'Duniverse(듀니버스)'을 일관되게 정리하는 과정에서 몇몇 에피소드들이 압축적으로 다뤄지는 바람에 전체 이야기의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감독도 후반부에 추가 설명을 더했으나 너무 길고 지루해지는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0쪽이 넘는 소설의 복잡함을 단순하게 표현하여 소설을 모르는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반대로 원작을 읽은 관객에게는 소설을의 장면들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어 반가울 터이다. 


영화는 <반지원정대>처럼 거대한 서사시의 도입부로 클라이맥스를 2부로 넘겼다. 만약 빌뇌브가 원하는 대로 2권'듄의 메시아'까지 3부작으로 다룬다면 프랭크 허버트의 ‘초인에 대한 경계’라는 주제를 훼손 없이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듄 파트 1>에서도 지도자에 대한 신격화를 "베네 게세리트가 날 괴물로 만들었다"라는 대사로 그대로 전달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디 <파트 2>가 제작되기를 염원한다.



★★★☆ (3.8/5.0)


Good : 눈과 귀를 호강시키는 시청각적 심포니 같다.

Caution : 실질적인 메인이벤트는 파트 2가 돼서야 벌어진다.


●<듄 파트 1>은 유럽에서의 흥행 호조로 글로벌 1억 29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둬들였다. 워너브라더스는 <듄 파트 2> 제작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드니 빌뇌브 감독은 각본 작업은 이미 들어간 상태이고 현재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돌입했으며, '듄' 2편은 내년 가을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