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ane (2021)》 약 스포일러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여성 살인마가 10년째 실종된 아들을 찾는 소방관을 만나 그 아들로 사는 이야기’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은 불편하고 파격적인 바디 호러로 위장하고 있지만, 그녀가 정작 하고 싶은 것은 ‘가족애’다.
주인공 ‘알렉시아(아가트 루셀)’는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꾸지람을 듣는다. 아버지가 뒷좌석에 앉은 그녀에게 신경을 쓰다가 교통사고가 나고,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게 된다. 성인이 된 그녀는 모터쇼걸로 지내고 있다. 팬이라는 남성에게 성적 위협을 당하게 되고, 샤워실에서 만난 ‘쥐스틴(가랑스 마릴리에)’과 사귀다가 사이가 틀어지며 연쇄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알렉시아는 사람과의 사랑에 무관심한 대신 차(또는 금속)에 몸과 마음이 끌린다. 어느 날 차와 격정적인 관계를 맺은 후 배가 불러온다. 그는 타고난 신체와 임신 사실을 숨기면서 10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는 소방관 ‘뱅상 르그랑(뱅상 랭동)’과 만나 그의 아들 ‘아드리앵’인 척 살아가게 된다.
뱅상은 그녀를 자신이 일하는 소방서에 데려오게 된다. 뱅상은 소방대원들에게 ‘알렉시아’를 아들 ‘아드리앵’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이 여기서 신이니까 아드리앵을 예수로 여기라’며 잘 지내라고 한다. 그렇게 알렉시아는 남자뿐인 소방서에서 여자임을 숨기며 지내게 된다. 이곳에서 그녀는 뱅상을 통해 처음으로 부성애를 느끼며 점차 (인간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유기체와 기계의 교배‘를 다룬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인간이 필요 없는 비인간의 세계‘를 그렸다면, 쥘리아 뒤쿠르노는 무심한 아버지로 인해 티타늄을 머리에 심고 사는 주인공이 아들을 잃은 뱅상을 통해 부성애를 느끼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부성애를 느끼며 연쇄살인을 멈추기 때문이다.
<티탄>의 인물들은 껍데기만 있는 인간들이다. 그들은 상대의 본질이 아니라 재질(材質)에 집착한다. 그와 그녀가 어떤 인간인지는 중요치 않고 어떤 모습이며 어떤 질감인지가 중요하다. 오직 ‘뱅상’만이 인간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 주사를 매일 밤 맞아야하고, 예전과 같이 턱걸이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뱅상에게 마음을 여는 장면에서 어김없이 음악이 나온다. 그녀가 뱅상과 함께 119신고를 받고 응급치료하는 장면에서도 ‘마카레나’를 통해 첫 출동의 긴장을 푸는 장면이라던가, 음악은 주인공이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마다 어김없이 등장한다.
기계와의 섹스도 학문명에 있을 만큼 ‘유기체와 인간의 결합’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존 카펜터가 영화로 다뤘었다. 또 성을 위시한 인간의 욕망, 인종/탈식민주의, 페미니즘, 폭력 같은 화두를 정적이면서도 날것의 이미지로 다루는 태도는 클레어 드니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 이런 영향을 미뤄볼 때 아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에서 주인공은 여성이지만, 남성들의 세계에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아들이 되려고 한다. 왜 여성이 아들이 되고 싶을까? (10년전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다. 영화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티탄’이라는 제목에 암시되어있다. '티탄'은 프랑스어로 티타늄을 뜻하며, 남성명사이다. 프랑스어는 명사마다 성별이 부여되어 있다. 우리가 이 영화를 어렵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남성'과 '아버지'가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티타늄을 이식하며 인간성을 잃어가게 된 이유도 냉담한 친아버지 탓이고, 기계의 아이를 임신한 주인공이 다시금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원인도 뱅상의 부성애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가 등장한 것도, 임신한 후 성기에서 석유 같은 검은 액체가 흘러나오고, 양수마저 그러한 것도 그리고 불이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이유도 하나로 귀결된다. 자동차는 금속으로 만들고, 금속은 용광로에서 제련되어 나온다. 철강업을 우리는 산업의 근간이 된다는 뜻에서 '기간산업'이라 부른다. 즉, 인간은 산업화로 물질문명을 이뤘으나 인간다움을 상실하였다. 그녀가 자동차와 성관계를 갖고 그 결과로 임신하는 것은 인간의 사물에 대한 페티시즘으로 물신(物神)의 숭배로 향한다. 성모마리아의 처녀잉태를 빗대어 ‘메시아(인간과 기계의 교배)’를 임신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티탄>은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 있다. 산업화를 상징하는 ‘자동차’, ‘불’, ‘석유’, ‘티타늄’에 둘러싸인 주인공이 ‘아버지’, ‘음악’, ‘춤’, ‘(불을 끄는) 소방관‘으로 의미되는 ‘인간성’을 회복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 (3.7/5.0)
Good : 독보적인 상상력
Caution : 호불호가 갈릴 파격
■초반 25분 정도만 견디면 ‘출산 장면’외에 그렇게 센 장면은 나오지 않으니 너무 크게 염려마시라고 안심시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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