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tte·2021》 노 스포일러 해석
미국 록그룹 스파크스의 제안을 받은 레오스 카락스는 오랫동안 염원하던 뮤지컬로 돌아왔다. 뮤지컬 장르에서 쇼, 그리고 백스테이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훌륭한 전통이다. 빛과 어둠, 무대 위와 그 뒤편의 대조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인공 커플 모두 공연문화에 종사하는 예술가로 설정한데서 레오스 카락스는 영화에 대한 고민과 자신의 삶을 ‘무대’위로 올린다.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코티야르)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애덤 드라이버)는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둘은 다르면서도 같고, 같으면서도 다르다. 헨리는 ‘죽여주는’ 무대를 하고 왔다고 뽐낼 때, 안은 무대에서 청중들을 ‘구원했다’고 말한다. 사과를 먹는 오페라 배우와 바나나를 먹는 코미디언 사이에서 딸 아네트가 태어난다. 달콤했던 한 때는 인기처럼 쉬이 사라진다. 점점 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은 헨리와 가면 갈수록 각광받는 안의 처지가 어긋나는 단초가 된다. 헨리는 자기 비하하며 폭력적인 충동을 표출하자 안은 관계 회복을 위해 헨리와 크루즈 여행을 떠난다.
(스토리를 분석하기에 앞서) 엔드 크레디트에서 카락스는 감사의 말에 에드가 앨런 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폭력성향의 불안한 남자, 비극적인 죽음과 살인의 은폐, 갑작스럽게 드러난 전모 등은 앨런 포에게서 가져온 요소들이다.
영화 프롤로그에서 레오스 카락스는 친딸 나스티야 골루볘바 카락스과 함께 등장한다. 그리고 멋진 무대를 선보인다. 마치 감독이 24살에 <소년 소녀를 만나다>로 천재로 불리며, <나쁜 피>까지 승승장구하는 모습과 닮았다. 두 번째 공연에서 아내를 죽인다는 이상한 개그를 펼친다. 이때부터 헨리의 인기가 시들해진다. 이것은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폭풍으로 인한 세트가 망가지고 드니 라방이 부상을 입어 재정적 타격을 안겼다. 이로 인해 그는 영화계를 잠시 은퇴했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세 번째 공연에서 미투 고발도 당하는 등 최악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마치 <폴라X>로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참패했던 그 암흑기가 저절로 떠오른다. 네 번째 공연에서 딸 아네트을 내세워 부활의 신호탄을 올린다. 이것은 13년만에 영화계로 돌아온 카락스의 삶이 연상된다. 카락스는 2011년에 사실혼 관계였던 예카테리나가 자살하면서 <홀리 모터스>로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본다. 동시에 살아생전에 영화계 복귀를 바랬던 아내의 염원이 담겼다. 헨리의 공연은 서사의 분기점인 동시에 감독 본인의 인생골절이 담겨있다. 그리고 <아네트>는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카락스의 죄책감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그래서 아기 아네트를 '마리오네트(관절인형)'로 표현했다.
뮤지컬은 굉장히 인공적인 위화감이 드는 장르이다. 연극도 아니고 오페라도 아닌 그 중간 지점에서 음악과 춤이 극중 사건과 스토리에 끊임없이 개입한다. 더욱이 레오스 카락스는 인형극을 도입하여 그런 위화감을 더욱 자극한다. 이렇게 한 이유는 <아네트>가 감독 본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리극’이자 쇼비즈니스를 풍자하는 ‘익살극’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독 본인이 밝혔듯이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라이브로 노래 부르고, 실체로 존재하는 나무 인형이 인형조종사의 손에 들려 있도록 촬영됐다. 이런 즉흥성까지 더해져서 글램 록 밴드이자 아트 팝의 시조인 스파크스의 음악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직설적인 대사를 쓴 까닭도 동일하다. 후시녹음이 아닌 현장녹음이라 음향작업에 고생했다고 한다.
<홀리 모터스>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근본(획일화된 현대영화에 대한 회의)을 고찰한다. 영화에서 인공적인 요소, 앨런 포의 플롯, 스파크스의 아트팝, 현장성을 강조한 촬영방식, 퍼핏 애니메이션과 뮤지컬의 결합을 통해 이질적인 영화문법을 탐구한다. 자기 파괴적인 에너지를 동력삼아 무대 위와 무대 뒤의 경계를 허물고, 록 오페라, 뮤지컬, 코미디, 장중한 드라마, 멜로와 누아르, 판타지의 이미지를 콜라주한다. 상기했듯이 ‘헨리의 공연’이 사건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결론적으로 <아네트>는 딸에 대한 미안함과 자기 비하에서 출발해서 영화의 존재론이나 예술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 남자의 심연을 들여다봄으로써 무대와 영화적인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뮤지컬 특유의 비현실성이 신화적이고 고전적인 이야기를 더 돋보이게 한 것이다.
★★★★ (4.3/5.0)
Good : 나쁜 남자의 딸에 대한 사과
Caution : 카락스의 필모그래피를 모른다면
●감독 본인은 늘 고민해온 것은 음악 그 자체가 아니라 음악과 영화의 결혼식이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풍경이었다고 인터뷰했다. 이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의 유일한 CG는 마리오네트(관절인형)의 인형조종사들을 지우는 데 사용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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