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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Oct 02. 2018

암수살인 후기 : 살인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

(Dark Figure Of Crime·暗數殺人·2018)

《암수살인 (Dark Figure Of Crime·暗數殺人·2018)》 후기·리뷰


[시눕시스] 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


“일곱, 총 일곱 명입니다. 제가 죽인 사람들 예.”

수감된 살인범 강태오(주지훈)는 형사 김형민(김윤석)에게 추가 살인을 자백한다.형사의 직감으로 자백이 사실임을 확신하게 된 형민은, 태오가 적어준 7개의 살인 리스트를 믿고 수사에 들어간다.


“이거 못 믿으면 수사 못한다. 일단 무조건 믿고, 끝까지 의심하자.”태오의 추가 살인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암수 사건.형민은 태오가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뒤섞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수사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가오는 공소시효와 부족한 증거로 인해 수사는 난항을 겪게 되는데…


[암수 살인]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에만 온전히 집중한다. 언뜻 보기엔 [추격자]가 생각나지만, [암수 살인]에는 '가해'보다는 '피해'에 포커스를 맞춘다. 형사 김형민(김윤석)은 '니 어딨노? 니 어데 있노?"라며 살인범의 자백에 의존해서 미제 사건을 파헤친다.



[세 번째 살인]이 연상되는 살인범 강태오(주지훈)과 형사 김형민(김윤석)이 만나는 면회시간에서 나눈 정황을 토대로 범인이 자백한 장소를 방문해 미해결된 사건의 흔적과 증거를 하나씩 찾아 나선다.


그렇게 순조롭게 해결되나 싶지만, 강태오(주지훈)가 갑자기 진술을 번복한다. '증거재판주의(證據裁判主義)'의 허점을 파고든다. 오로지 범인의 자백에만 의존해야 하는 [암수 살인]은 다시 말해 범인이 진술을 거부하면 수사도, 기소도, 처벌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지점이 흥미롭다. 보통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주체가 형사가 아닌 살인범인 것이다. 순식간에 객체로 전락한 형사는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지능범의 농간에 놀아나며, 형법의 허약한 구조가 무너지자, '리얼'을 앞세우며 잔혹한 폭력만 보여주던

한국 스릴러 가 놓치고 있던 '수사과정의 난항'과 '피해자 가족들이 겪어야 할 상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렇게 카메라에 잡힌 것은 자극적인 살인 장면도, 거친 욕도 아닌 범죄로 인해 영향을 받는 인간 군상을 비춘다. 사건 자체보다, 그 주변부에 서있는 사람들 말이다. 피해자 가족, 용의자들의 주변인, 심지어 범인마저도 찬찬히 비춘다.


그로 인해 관객은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고뇌와 착잡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살인범이 노리는, 그 섬뜩한 무서운 사회구조적 모순을 담고 있다.


덧붙여서 '기승전결' 없는, 평평한 전개 과정은 심심하게 여길 수 있지만, 보고 난 후 짙은 여운을 남긴다.



★★★★  (4.1/5.0) 


Good : 무기교의 경지

Caution : 클리셰가 지나치게 파괴되어 다소 낯설다.


·주체가 된 주지훈은 가끔 정도가 과하지만,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내면을 다각적으로 연기했다.

 반면에 객체가 된 김윤석은 수사과정에서 접한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과 고독이 온전히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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