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legs·2024》
직관력이 뛰어난 FBI 신입 요원 ‘리 하커(마이카 먼로)’는 30년간 열 가구가 몰살하는 미제 사건을 배정받는다. 직속상관인 카터 요원(블레어 언더우드)은 살인범 롱레그스(니콜라스 케이지)가 보낸 암호 편지를 건넨다. 살해 현장을 둘러본 결과 살해 당시 침입자의 흔적이 없다. 카터는 "맨슨에게는 공범이 있었다"라며 찰스 맨슨을 떠올린다. 하커에게 공범 여부를 조사하라고 명령하면서, 모든 피해자들은 매월 14일을 생일로 하는 딸을 두고 있다고 전달한다.
《롱레그스》는 전통적인 수사극의 화법을 빌렸지만, 그 본질은 사탄 숭배(오컬트)에 두고 있다. 조디악 킬러와 비슷한 연쇄 살인범 롱레그스(니콜라스 케이지)를 쫓지만, 증거를 수집·분석하는 주인공의 직관적인 추리에 크게 의존한다. FBI 내부에서 보고하는 장면은 꼼꼼해서 경찰서에 관객이 참관한 것 같은데, 전지적 시점의 카메라가 이를 방해한다. 그 미묘한 분위기가 호러와 스릴러 사이를 오가면서 최면을 건다. 그러면서 하커와 살인범 간의 개인적인 연관성이 발견되면서 또 다른 무고한 가족의 목숨을 앗아가기 전에 참극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한다.
촬영 감독 안드레스 아로치는 불길함을 자아내기 위해 먼저 균형을 잡는다. 중심에 세운 피사체에 축을 맞추어 촬영해서 동선이 대각선으로 이동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가끔 대각선으로 움직여서 관객에게 의아함을 자아내긴 하지만, 피사체에 카메라는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익스트림 클로즈업은 단 한 컷도 쓰지 않았다. 클로즈업도 미디엄에 가깝게 적당히 떨어져 있다. 반대로 와이드 샷도 탁 트인 공간을 널찍하게 잡지 않는다. 갑갑한 화면구성과 피사체와 거리를 두는 촬영에서 주변 환경에 의해 왜소해지는 세심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런 식으로 주인공을 바라보는 사탄의 지켜봄을 제시한다. 관객은 좀 더 객관적으로 주인공을 관찰하게 되고, 그녀의 관점 및 행동에 쉽게 동조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줌도 느리고 그녀의 시야를 일부만 반영하는 식으로 주변(사탄)에 압도되도록 화면이 구성되어 있다. 퍼킨스 감독의 동생인 질기가 맡은 음악 역시 앰비언트 성향으로 차가운 느낌을 더한다.
끝으로 리뷰 제목인 ‘오컬트와 수사극 화법의 공존은 무엇을 꿈꾸는가?’에 답해야 할 것 같다. 영화는 살인 그 자체에 신경 쓰지 않는다. 왜 열 가구나 되는 일가족이 몰살당할까? 범인은 누굴까를 궁금해하지만, 범죄극에서 중요한 범행 수법이나 침입 경로에는 별 관심이 없다. 《롱레그스》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범행 동기’라고 볼 수 있다. 정확하게는 살인마가 희생자에게 끔찍한 행동을 강요하는 신념에 대한 영화다. 무엇이 사탄을 숭배하게 만들었는지는 영화를 지켜보시길 바란다.
★★★☆ (3.4/5.0)
Good : 촬영과 음악이 만들어내는 불길함
Caution : 후반에 너무 친절하게 설명함
■오즈 퍼킨스 감독은 〈싸이코〉의 노먼 베이츠 역의 앤서니 퍼킨스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유명세와 그로 인한 기억에서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촬영과 음악이 인상 깊었다. 2.35 대 1의 화면비율로 변환될 때 환호했다. 오컬트 영화임에도 겉으로 수사극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후반에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 점이 호불호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핍진성을 부여하려고 그랬던 듯싶다. 그런데 밝혀지지 않는 단서들도 많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 따르면 공포의 본질은 모호성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점에서 이 영화도 중산층 백인 가정, 흰색, 13, 생일의 의미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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