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테크노와 베어카인

입장 tip은 없습니다만

by 에린하

베를린은 매년 테크노 파티만을 즐기기 위해 관광객이 모이는데 베어카인은 (아마도 킷캣도?) 평소에 테크노를 즐기지 않은 사람들도 또한 익히 아는 베를린의 상징과 같은 클럽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하우스 음악을 좋아하던터라 이태원의 왠만한 클럽들은 다 가보았지만 몇 년 전만해도 테크노 클럽이 성행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테크노라는 장르가 한국 클럽씬에서 주류라고 할 수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최근 그 수가 꽤 는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다.


베를린에도 여러 장르의 클럽이 존재하지만, 이름값 하는 클럽들은 대부분 테크노 클럽이라 나는 자연스럽게 딥하우스에서 하드 테크노 장르에 빠지게 되었다.


누구나 들어본 베를린의 Berghain, Sisyphos, RSO, about blank 등은 베를린의 또 다른 상징인 Queer friendly 문화와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일례로 헤테로보다는 퀴어로 보이면 입장이 프리패스라는 말이 떠돌기도 하고 그게 Asian이라는 또 다른 소수자성이 추가된다면 소위 입뺀을 당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왠만한 베를린의 테크노 클럽들을 가보았지만 한번도 제지를 당한적이 없는데 그게 단순히 운이좋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베를린 클럽에 아시아인 자체가 많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드레스 코드를 엄청 맞춰 가느냐 그렇지도 않았다. 한번은 Tresor에 가는데 친구는 빨간색 니트 탑, 나는 거의 형형색색의 캐주얼한 셔츠를 걸쳤고 블랙이라고는 검은 색 머리카락 뿐이었다.


그런데도 나와 내 친구를 레즈 커플로 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가볍게 입장을 시켜주었고, Berghain을 갈때는 오히려 추리닝을 입고 가는 등 최대한 동네 사람 (뭐 베를린 주민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처럼 하고가서 늘 입장이 가능했다 (혹시 입장 tip을 찾아서 들어온 분들이 있다면 일요일 오전 시간대를 노려보시길..)


딱 한번 Berghain 입장이 막힌 날이 있었는데 이 날이 아마 anniversary 몇 주년 이라 입장료가 무려 50유로였다. 내 친구는 지 딴에는 열심히 꾸미느라 꽤 비싼 코트를 입고 왔으나 그 아이와 함께 간 나까지 뺀지를 먹었다. 이제는 좀 진부할 정도지만 소위 베를린 코어룩, (가죽자켓, 부츠..)이 아닌 방식으로 멋을 부린다면 바운서에게 관광객으로 보일 확률이 높다. Bergahin은 은근히 우리가 아는 백인, Caucasian도 드물게 오더라. 아 맞다. 대머리는 입장이 훨씬 자유롭다는 썰도 들었다.


베를린 클럽 중 내가 가장 애정하는 곳은 RSO 그리고 Bergahin인데 두 곳 모두 규모가 우선 넓직해서 그 많은 인원을 수용하면서도 전혀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수한 사운드 시스템도 있지만, 한국에서 내가 유독 그리운 베를린 클럽의 면모들은 따로 있다..



1. 72시간 주말내내 여는 클럽ㅡ

독일에는 알코올을 취급하는 업장에 보통 새벽 시간 cleaning hour가 존재한다. 그런데 테크노 클럽에게 이를 면제 함으로서 주말과 공휴일 내내 오픈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버려진 폐공장들과 산업 단지들이 클럽으로 변모하게 되고, 당국에서 도시를 재생시키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기도 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밤을 새서 raving을 하면 주말 하루는 거의 시체처럼 누워있는 게 싫었고 그러다 보니 점점 클럽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대낮에도 문을 여는 베를린 클럽은 내 수면 cycle을 망치지 않고서도 클러빙이 가능한것을 몸소 체험하게 해주었다. 일요일 오전 산뜻하게 클러빙을 즐기고 오후 늦게 나와 doner를 먹고 귀가하면 숙취나 피로에 쩔지 않고서도 월요일을 맞이할 수 있다.


2. No-photo 정책

베를린의 많은 클럽들이 내부에서 사진, 동영상 촬영을전면적으로 금지한다. 입장하자마자 앞,뒤 카메라를 가리는 스티커를 주고 확실하게 렌즈를 가렸는지 확인한다. 내가 어쩌다가 몇 분 동안 플래시를 킨 줄 모르고 놀고 있는데 어디선가 가드가 나타나서 너 동영상이나 사진 찍는거 아니냐며 내 앨범을 확인하고서야 조심해달라고 하고 유유히 떠났다. 클럽에서는 오로지 음악에만집중을 하게 하려는 취지도 있겠지만 초상권 침해에 아주 예민한 독일답게 프라이버시 보호가 클 것이다. (클럽 내부에서 거의 나체로 있는 사람들도 많아서..)한국에서는 종종 선곡이 마음에 들때 나도 동영상 촬영할때가 있었는데 베를린 클럽에 익숙해진 뒤 한국 클럽에 다시 오니 그게 그렇게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


3. inclusive한 문화

클럽이라고 하면 20,30대의 전유물 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 클럽에서는 나이대 있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반면 베를린 클럽에서는 10대부터 50대까지, 혹은 그 이상의 어르신들 까지 한데 어울려 노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음악으로 정말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실 테크노를 즐기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30대까지만 테크노를 좋아하다가 40대가 되고서부터 갑자기 재즈나 클래식에 빠지라는 법은 없으니깐.

뿐만 아니라 베를린 클럽 그 어디를 가도 터치에 있어서 굉장히 예민하다. 사람이 많아서 어쩔수 없이 상대방을 밀치게 될 때에도 항상 눈을 맞추며 사과한다. 약이나 술에 쩔어 있는 사람이 있지만 결코 직접대거나 성가시게 하지 않는다. 예컨대 갑자기 모르는 인간이 뒤에서 허리를 잡거나 손목을 끌고 가는 행위는 결코 용납되지 않으며 화장실이나 공용 공간에 대문짝만하게 쓰여져 있다. '어떠한 원하지 않는 접촉은 금지되며, 필요하면 항상 스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아직도클럽을 간다고 하면 원나잇을 하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적어도 테크노 클럽은 전혀 그런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원한 다면 섹스클럽을 가거나 다크룸을 가면 된다.


베를린의 테크노 클럽도 좋지만 여름밤이 되면 도시 곳곳에서 open air 파티가 열린다. 입장료도 없고 각자 원하는 만큼의 술을 가져와 자연에서 신나게 춤을 출 수 있다.

서늘한 밤공기와 함께 베를린의 밤이 이따금씩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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