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도 핫한 k-food
독일 소도시 카셀에서 베를린으로 넘어오면서 놀랐던 점은 한식당이 정말 많다는 거였다. 구글 맵에 코리안 레스토랑을 검색해보면 50개가 넘는 곳이 뜨는데 일식, 중식집 하물며 베트남 음식점 보다 많은걸 알수있다.
일부는 코리안 레스토랑을 표방하며 모든 아시아 음식을 짬뽕해놓은 퓨전 식당인 경우도 있지만, 한식을 메인으로 내걸고 장사하는곳이 이리 많다는 것은 여전히 생경하다.
토종 한국인으로 외국에서 한식당을 가서 만족하기란 쉽지 않기에 나는 주로 집에서 한식을 만들어 먹는 것을 선택했지만 베를린으로 가자마자 평소 한식을 즐기던 미국 친구가 보쌈이 너무 먹고 싶다며 유명 한식당을 갔다. 코리안 바베큐를 궁금해하는 친구들을 위해 몇인분을 주문했는데 냉동 삼겹살100그람에 거의 만오천에 달하는 값을 지불할려니 괜히 속이 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은 베를리너들로 가득 찼다. 한식이 인생 처음인 친구들도 감동한걸 보면 그냥 한국인 입맛에만 안맞는 한식당이었다 ㅎㅎ
나중에 독일 친구들에게 추천받은 한식당 몇 곳을 시도했지만너무 간이 쎄거나 이맛도 저맛도 아닌 맹탕인 경우도 있었다. 내가 간곳은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웨이팅이 항상 있는 유명 맛집이었다. 이렇게 외국에서 잘나가는 한식을 볼때마다 아 나도 한식당을 차려볼까 하는 찰나의 순간들이 있었지만, 자영업자의 고충을 눈으로 직접 보고 겪은 이후로 정말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싶은 마음에 바로 접었다.
한식이 글로벌화 되기 시작한 건 꽤 오래 된 일이기는 하지만 한인타운이 있는 미국이 아닌 베를린에서 느끼는 한식의 인기는 남달랐다. 국뽕 이란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타지에서 헛헛함을 달래는데 한식만한게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알것이다.
처음 만나는 친구들에게 내가 한국인임을 소개하면 가끔 노스 코리안인지, 사우스 코리한 인지 묻는 말도 안되는 질문을 하면서도 아이 러브 김치를 외치는 것을 자주 경험했다. 친한 미국인 친구는 내가 생전 해보지도 않는 김장을 주기적으로 한다. 물론 맛은 내가 아는 그 김치맛이 아니다 ㅎㅎ
한식이 이처럼 인기를 끌게 되는 것은 사실 그 자체로 너무 훌륭한 요리이기도 하지만,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체를 따져서도 괜찮은 음식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나마 프랑스 음식, 이태리 음식은 먹을만 하지만 독일, 북유럽은 정말 제대로된 음식이라는게 있나 싶을 정도로 미식과는 거리가 멀기에 여러 아시아 음식을 즐길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음식인 슈니첼은 오스트리아에서 유래되었으며, 한국인에게 유명한 슈바이학센은 막상 독일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아니다. 그러면 남는 건 소세지 인데 이걸 음식이라고 부를수는 없지는 않는가.
- 소제지를 통으로 때려넣는 독일 스타일 수프
독일의 음식은 마치 전투 식량같다고 친구들과 얘기하고는 한다. 음식 문화를 보면 그 나라의 가치관이나 생활 습관을 유추해볼수 있는데 효율성, 그리고 간편함을중요시하는 독일인들은 요리 자체에 큰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한식의 경우 기본 밑반찬 하나를 만드는 데도 꽤나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여러모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며, 굽기, 데치기, 삶기, 끓이기 등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반찬이라는 공동 요리가 있기에 음식을 나눠먹는게 놀랍지 않은 한국과는 달리 각자 독일은 각자 자신이 시킨 것만 먹는다.
또한 영어권에서 Hello 처럼 사용되는 how are you? 안부 인사도 한국에서는 밥 먹었어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만나면 아침밥을 먹었는지, 오후에 만나면 저녁은 먹었는지 상대방의 끼니를 챙기는 것이 일상적이다. 먹방이라는 콘텐츠가 고유명사가 된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한번은 친구들에게 독일 소세지를 때려넣은 부대찌개를 만들어 줬는데 당연히 빠질수 없는 김치도 왕창 넣었다. 이후 친한 알바니아 친구는 나에게 문자로 어느 아시아 식당에서 나온 김치 사진을 보내며 내게 말했다. I miss your kimchi!! 그때 그 김치는 아시아 마트에서 산 비비고김치야라고 설명하려다 그 친구의 감성을 깨뜨리는 것 같아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