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회 이슈를 시시각각 업데이트하며 살수는 없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뜨거운 국제 현안이다. 학부 시절 처음 분쟁을 접했을 때는, 다양한 이슬람 종파와 오랫동안 축적된 역사를 따라잡기에 버거웠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의 팔레스타인 통치 (20-48), 그리고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41-45), 이스라엘 국가 선포(48), 이스라엘-아랍국가 전쟁(67) 약 100년간 주권 및 영토 분쟁이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곳곳에서 Free-palestine 시위를 목격 할 수 있고, 이를 제압하는 경찰들의 태도도 연신 보도 되고 있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대부분은 프리 팔레스타인 운동에 대해 긍정적이고 이를 상징하는 머플러인 Keffiyeh를 두르고 다님으로서 적극적으로 운동에 참여하는 친구들도 많다.
반대로 대놓고 프리 팔레스타인 운동을 비판하지는 않지만, 이때를 틈타 anti-semitism (반유대주의) 정서가 확산하는 것을 염려하는 중도파 혹은 보수파의 입장이 있다.
독일은 1970년 빌리브란트 총리의 공식적 사죄 이후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죄값을 치르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의무교육을 통한 역사 교육 뿐만 아니라 독일 전역에 나치 만행을 기억하기 위한 메모리얼 등이 있으며, 피해자에 대한 배상 및 법 제정을 통한 유대인 혐오 발언 금지를 실천하고 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독일어 단어도 따로 있다.
Vergangenheitsbewältigung (역사를 받아들이기)
단순한 가해-피해자 관계를 넘어선 독일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경제, 정치적으로도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대표적으로 이스라엘에 가장 많은 무기를 공급하는 두번 째 나라가 독일이다. (첫번째는 당연히 미국이다)
결국 앞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인 분쟁 해결을 지지하지만, 뒤에서는 무기 수출을 통해 이득을 챙기고 나치 역사에 대한 독일의 역사관을 그대로 답습하는 매우 안전하면서도 방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8천 키로나 떨어진 한국에서 온 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대 대해서 뚜렷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westbank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한 민간인 폭격에 대해서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보다 적극적인 서방 국가들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독일의 지독히도 일관된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일본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2차 대전 이후 전혀 다른 역사관을 채택하고 있는 두 나라 독일과 일본. 국가 원수가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역사를 보며 성장한 나로서는 독일을 또 무작정 비난하기가 어렵다. 쟤네는 적어도 지네 잘못은 인정하잖아.? 이런 심정이랄까.
흥미로운건 독일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죄인 모드로 일관해 온건 아니었고 오히려 독일도 피해자다라는 집단적 기억이 지배적인 시기도 있었다. 유럽의 정중앙에 위치한 독일의 지정학적 위치와 미국의 패권 등의 압박등 복합적인 원인이 지금의 독일을 있게 한 거다.
즉, 일본이 지금과 같은 역사관을 고수할 있는 것도 단연 미국의 암묵적인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 했을 거다. 결국 모든 문제를 파고 보면 항상 미국이 자리잡고 있기에 최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과연 중동-유럽의 정치적 불안을 잠재울지, 혹은 더 큰 불쏘시개로 작용할지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