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떠서 두근두근거리는
설레다 | 동사
(1)【…이】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
내일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어서 잠이 오지 않는다.
그를 만나러 갈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출처: 우리말샘)
신년을 맞아 오랜만에 여러 친구들과 만나서 앞으로의 어떻게 살 것인지, 해 보고 싶었던 것은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사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암울하다. 축 늘어져서 대화를 하고 있을 때 편입으로 늦게 학교를 들어와 나이가 한참 많은 언니가 이야기했다. "괜찮아, 아직 OO이는 어리잖아."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나는 재수를 하지도 않았고, 전과나 휴학을 한 것도 아니다. 빨리 커리어를 쌓아야하는데, 라는 불안감이 많기는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다. 외국의 경우는 일부러 갭이어를 갖기도 한다. 독립한 것도 아니라 쓰는 돈도 거의 없고 (엄마아빠 사랑해용) 건강이 나쁘지도 않다. 친절한 내 주변 사람들은 나보고 조급해 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천천히 세부전공을 정하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밖에 못 하는 것. 딱 떠오른 것은 알바였다. 내가 성인이 되고 꼭 하고 싶었던 알바가 있는데 바로 '개표 알바'이다. 뭔가 밤을 새고 새벽 공기를 마시며 집에 들어가는 일을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성격상 밤새도록 놀지는 못하므로 개표 알바를 하면 제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계속 상황이 안 맞았다. 기숙사에 살고 있었고, 다음 날 실습과 수업 일정도 있었고, 작년에는 상황 예측 실패로 신청을 못했다. 연차를 쓰지 않는 이상 내 인생에 개표알바는 없겠구나... 싶었는데 (아직 확정이 난 건 아니지만) 탄핵이 되는 덕분에 개표알바를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현재 연구실이 재택근무가 대부분이고, 업무 마감일이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라... 언제 신청하지?를 주의깊게 살펴보는 중이다.
또한, 이왕이면 시간 여유가 있는 참에 소설을 써 보고 싶다. 나는 어릴 때부터 뇌를 비우는 것이 잘 안 되었다. 멍 때리기 보다는 계속 뭔가 생각을 했고, 주로 이야기를 지어냈던 것 같다. 인생이 변화무쌍하면 현실 세계를 조금씩 변화시키며 상상했고, 인생이 무료하면 읽었던 소설에서 등장인물을 추가하거나, 등장인물의 행동을 바꾸면서 상상했다. 그리고 요즘은 어디에 덧붙이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세계관을 마련해서 상상을 하고 있다. 보면 볼수록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세계관이라 계속 뜯어고치고 있는데, 계속 상상에만 남겨두지 않고 글로 옮겨보고 싶다.
그 외에도 뜨개질도 하고 싶고, 블로그도 써야 하고, 연구도 해야 하고, 코딩도 해야 하고,... 바쁘다.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생각을 하다보면 설렌다. 내 인생에 굉장히 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일들이 많았는데, 그리고 앞으로도 영영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왠지 조금만 노력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신난다. 두근두근대고, 들떠있다. 우울하고 암울할 미래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더 재미있는 삶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p.s. 희한하게도 꿈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근데 너는 뭘 해도 교수하고 있을 것 같기는 해."라고 모든 사람들의 조언이 끝난다. 더 희한하게도, 이 이야기를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듣고 있다. 더더욱 희한하게도, "넌 시험문제 어렵게 낼 것 같아"라는 이야기도 항상 같이 딸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