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이 떨어지거나 실망하여 기운이 사라짐
맥빠지다 | 자동사
(1) (기본의미) [(명)이] (사람이나 짐승이, 또는 그의 행동이) 의욕이 떨어지거나 실망하여 기운이 없어지다.
삼촌이 빈 지게를 지고 맥빠진 걸음새로 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들인 공이 모두 허사가 되었다니 정말 맥빠질 노릇이다.
(출처: 우리말샘)
나는 원래 꿈을 잘 안 꾸는 사람이었다. 머리만 대면 자고, 잠 자고 일어나면 아무것도 기억나는 것도 없고. 예전에 룸메이트가 꿈을 많이 꾸는 사람이었는데, 종종 이런 꿈을 꿨다~ 저런 꿈을 꿨다~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을 듣는 것이 신기했었다. 가끔 일상에 지쳐 하루를 돌아볼 때, '아 나도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재미있는 꿈을 좀 생생하게 꿔 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그랬다가는 루이소체 치매지...'라며 이내 마음을 다잡았었다.
토막상식: 루이소체 치매란? 꿈을 생생하게 꾸고, 꿈을 꾸면서 행동을 하며 (엄청난 잠꼬대와 몸 움직임), 생생한 환시가 보이며, 파킨슨병과 비슷한 걸음걸이 느려짐, 몸떨림 등이 생기는 질환이다. 원인은 파킨슨병과 비슷하게 루이소체가 뇌 안에 침착이 되는 것이다(침착 위치에 따라 증상이 파킨슨이 나올 수도 있고, 루이소체 치매가 생길 수도 있다.) 나는 정신과 실습 때 이 병을 앓고 있는 환자 한 분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생생한 꿈이 조금 무서워졌다.
그런데 요즘 꿈을 자주 꾼다. 몇 달 전부터 생생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꿈을 꾼다. 몇몇 꿈들은 무서워서 빨리 깨어나고 싶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재미있다. 아주 멋있는 폭포 앞에 돌다리가 놓여있는 것을 친구들과 함께 건너가는 꿈을 꾸기도 하고, 한창 삼체 소설을 읽을 때에는 우주에서 유영하는 꿈을 꾸기도 하였다. 하늘에서부터 바다 밑까지 떨어져서 인어를 만나는 꿈을 꾸기도 하고, 갑자기 안 풀리던 R패키지 개발이 잘 해결이 되어서 인터넷상에서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꿈도 꾼다.
이렇게 현실과 다른 꿈을 꾸면 하루가 즐거울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일단, 기상할 때 꿈이라는 것을 우울하게 자각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공포스러운 꿈이거나 고생하는 꿈이었으면 '아, 꿈이구나'하면서 오늘 하루 잘 시작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할 텐데 꿈이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에라이, 하는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물론 아침 루틴으로 하는 스도쿠를 풀다보면 꿈은 금방 까먹지만 기운없게 시작한 하루에 기운을 불어넣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맥빠지다, '의욕이 떨어지거나 실망하여 기운이 없어지다'을 의미한다고 한다. 어쩌면 실망한다와 비슷한 단어일 수 있는데, 실망한다는 것은 바라던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쓰는 감정이니 꿈에서 깼을 때 느끼는 이 은근히 기분이 저하되는 감정은 딱 '맥빠지다'는 감정에 해당하는 것 같다.
내일 아침은 맥빠지는 일이 없길 바라면서도, 왠지 있으면 좋겠다는 양가감정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