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정이 북받쳐 올라 갑자기 가득차 넘치는 듯한 느낌
뭉클하다 | 형용사
(1) [(명)이] (사람의 마음이) 어떤 감정이 북받쳐 올라 갑자기 가득차 넘치는 듯한 느낌이 있다.
고아들을 위해 일생을 바친 수녀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하다.
(출처: 다음 어학사전)
명절 하루 전 날, 시골에서 양치를 하고 있었다. 온수가 나오지 않기에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있었다. 땔감이 불완전 연소하며 아궁이에 그을음을 만들고 흰 재가 펄펄 날리고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니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뿌옇게 앞을 가린 것은 연기일까, 재일까, 눈일까.
...라는 문학적 상상은 잠시, 연소로 생성되는 부산물이 호흡기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까 고민하였다. 내가 이 가마솥 앞에서 양치를 하고 있어도 안전할까?
나의 친할머니는 시골에 산다. 어릴 적에는 시골 가는 것이 좋으면서도 싫었다. 좋은 이유는 할머니와 친척들을 오랜만에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밤하늘이 깨끗하니 별자리를 관찰하기 좋았고 층간소음이니 큰 소리니 걱정할 필요 없이 놀 수 있었기 떄문이다. 싫었던 이유는 화장실이 밖에 있었다는 점(지금은 아니다),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는 점, 청소를 해도 모래가 밟히는 딱딱한 바닥에서 다 같이 자야 한다는 점 등이 있었다. 게다가 귀경길이 너무 막히고 옛날에는 휴게소 화장실이 매우 지저분했기 때문에 더더욱 가는 것이 힘들었다.
청소년때인가, 시골에 내려가기 싫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잠시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1년에 두 번만 내려가고 할머니의 나이를 계산해보니 볼 날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았다. 싫은 점이 있더라도 꼬박꼬박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절 잔소리 따위 아빠에게 이르면 열심히 반박해 줄 것이고(우리 부모님은 누가 뭐래도 내 편이다), 화장실은 뭐... 물을 조금 마시지 뭐... 사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무뎌지는 성격에 시골에 며칠 머무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설은 생각보다 길이 덜 막혔다. 눈이 와서 그렇다지만 체감상 매년 길이 점점 덜 막힌다. 친척들도 이제 덜 모인다. 원래 늘 6촌까지 북적대었는데 당직 근무를 하는 사람들,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 때로는 친척 간 갈등 등으로 인해 발길을 끊은 사람들, 식구끼리도 모이기 힘들다며 여행가는 사람들 등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도 다음 명절부터는 내려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생각을 하니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미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뭉클하다, "어떤 감정이 북받쳐 올라 갑자기 가득차 넘치는 듯한 느낌이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뭉클했던 명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