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쳐올 일에 염려가 되다
조마조마하다 | 형용사
(1) 【…이】 닥쳐올 일에 대하여 염려가 되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다.
조마조마한 마음.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다.
(출처: 우리말샘)
최근에 본교 근처에서 약속이 있었다. 우리 집에서 본교까지 대중교통으로 최소 2시간 5분이 걸리며, 운이 나빠서 환승을 제대로 못하면 2시간 반까지도 걸린다. 이렇게 먼 곳에서 약속이 잡히게 되면 나는 약속을 추가로 더 잡는다. 한 번 갔을 때 여러 명을 만나고 오면 이득 아닌가? 그리고 모든 약속은 오후로 잡아놓고, 아침 일찍 출발해서 카페에 앉아서 기다린다. 안 그랬다가는 '나 환승 잘못해서 30분 늦을 듯'이라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날도 점심약속과 저녁약속 두 개를 잡았다. 집에서는 아침 9시에 뜨개질거리, 텀블러, 종이, 펜 등을 들고 출발했다. 지하철을 타서는 먼저 휴대폰으로 스도쿠를 풀었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아서 양 옆이 모두 차 있었기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옆구리가 시릴 때 잠에서 깼고, 양 옆으로 사람이 없으니 편안하게 가방에서 뜨개질하던 걸 꺼내서 뜨기 시작했다. 환승할 역이 되어서 내렸더니 사람들이 길을 물어봐서 방향을 알려주고, 다시 뜨개질을 했다. 약속 장소와 제일 가까운 지하철 역에 도착한 이후에는, 근처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스타벅스 음료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웬만한 기프티콘 선물은 다 스타벅스라서 열심히 가고 있다. 들고 간 텀블러에 따뜻한 음료 담아서 자리를 잡고, 다시 뜨개질을 시작했다. 문양이 바뀔 때 쯤, 종이를 펼쳐서 어떻게 뜨면 좋을지 적어보면서 이해했다.
현재 바라클라바를 뜨고 있는데, 직사각형 편물을 뜬 다음에 좌우에서 코줍기를 한 다음, ㄷ자 편물을 뜨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사실 이번이 대바늘 작품은 3번째라, 한 번도 코줍기를 해 본 적이 없다. (사실 무늬를 뜨는 것도 처음이다...) 인터넷으로 찾아가면서 코를 줍고 있는데, 약속 시간이 10분 남았다. 초보자 입장에서는 한 단을 뜨던 중간에 멈추면 어디서부터였는지 기억도 안 나고, 문제가 생기는 일이 많아서 '여기까지는 떠야 하는데'하면서 초조해졌다. 긴장하면 화장실을 가고 싶어하는 증상이 있어서 다리가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5분을 남기고 코를 다 주웠고, 종이에다가 어디까지 했는지 적었다. 모든 짐을 가방에 쑤셔넣고, 텀블러는 달랑달랑 든 채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리고 다시 약속 장소로 뛰어서 정각 2분 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웬걸, 아직 다들 안 왔네?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니 이야기할 것이 많아서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문득 안전안내문자가 와서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다음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아직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았고, 내가 제일 먼저 뜨기에는 좀 눈치 보이고, 아직 이야기를 안 해본 친구도 있고, 급하게 테이블을 돌면서 모두와 근황보고 및 수다를 떨었다. 그러면서 손목시계를 흘끔흘끔 보면서 점점 불안해져서 손을 뜯고 있었다. 마침 더 남아있을 사람은 다른 장소로 이동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성공적으로 친구들과 헤어졌다. 그런데 웬걸, 다음 약속자로부터 양해 카톡이 왔다. '금방 갈게~'
조마조마하다, '닥쳐올 일에 대하여 염려가 되어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희한하게도 약속 시간 전에, 그것도 여유롭게 도착하지 않으면 조마조마한다. 사람들은 1시 약속이라 그러면 1시 10분까지도 오는 것 같지만 난 10분 전에 도착해야 마음이 편하고 1~2분 전도 매우 조마조마한 느낌이 든다. 사실 업무도 아니고 늦어도 상관없고, 특히 단체 약속의 경우에는 모두가 제 시간에 올 수 없는데 왜 나는 늘 불안하고, 초조하고, 시계를 자꾸 보고, 화장실 가고 싶어하고, 손을 뜯고, 다리를 달달 떨고 그러는 걸까? 아무것도 아닌데, 아무 일도 아닌데...
정말 문제 없는 날이었지만 혼자서 매우 조마조마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