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슬퍼서 마음이 아프다
비통하다 | 형용사
몹시 슬퍼서 마음이 아프다
비통한 심정.
비통한 얼굴.
(출처: 우리말샘)
이 글이 예약발행되는 시점은 2025년이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2024년이다.
올해가 끝나간다. 올해 어땠지, 하고 돌이켜보면 참 이렇게 안 좋은 일이 연속으로 발생할 수가, 싶을 정도로 암울했다. 자세한 것은 이야기할 수 없지만 가족이 다치기도 했고, 친구가 매우 아프기도 했고, 기숙사 뺄 때도 사건이 있었고, 취직하나 싶었는데 사직을 하기도 하고, 좋은 친구랑 헤어지기도 했고, 연구는 계속 수정을 해도 계속 문제가 생기고, 완성해서 냈더니만 리젝만 몇 번째지? 역사 책에서만 있었던 계엄 사건이 발생하고, 또 이번 주말은 아침부터 무슨 비행기가 떨어졌다고?
사실 이번주는 즐거운 감정을 담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번 주는 친구들도 만나고, 언니도 휴가고, 가족들끼리 놀러가기도 했던 재미있는 주였기 때문이다. 물론 과식으로 인해 역류성 식도염도 걸리고, 추운 데 돌아다녔더니 감기도 걸리긴 했지만 뭐 어때. 그런데 뉴스를 보니 참... 지금껏 있었던 즐거운 감정은 온데간데 사라진 느낌이다.
정신과 실습을 돌다보면 정말 안타까운 사연의 환자분들이 많다. 특히 범죄 피해자분들. 나는 사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안타까운 사연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운 적은 없고, 실습 기간이 끝난 이후에 궁금해한 적도 없다. 여러 참사 뉴스가 떴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태원 참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피해자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지만 막 우울하거나 그러진 않았고 오히려 제대로 조치를 못한 정부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열이 받기는 했지만 막 우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주는 왜 좀 우울할까? 내가 비행 전문가도 아닌데,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며 찾아보고 있고, 어차피 생존자는 더 없을 거라는 거 알면서 자꾸 뉴스를 보게 된다. 호르몬의 농간인가, 계산을 해보지만 아닌 것 같고. 이도저도 제대로 성과를 이룬 것 없이 흘러간 한 해의 연말이라서 더더욱 감정이 증폭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비통하다, 비탄하다. 딱 그런 상황인 것 같다. 참 슬프고 마음이 아픈 연말이다.
p.s. 올해는 정말 왜 이러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도, 왜?라는 질문이 이 상황에 적절한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