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IRB 승인받기
IRB란? 연구 대상자의 권리와 복지를 보호하기 위해 연구 계획을 윤리적, 과학적 관점에서 심의하는 독립적인 위원회이다. 보통 생물학이나 의학 쪽 연구는 IRB 승인이 필수적이다.
연구를 하기 전에 받아야 하는 서류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IRB 승인 서류인데, 아무래도 의학 분야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깐깐하게 따진다. 그렇지만 공개 데이터를 활용하는 연구의 경우에는 IRB 면제 승인을 받으면 되므로 통과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IRB 면제의 경우는 수시심의로 내면 금방 승인이 난다. 면제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정규심의 이후에 승인이 나서 시간이 좀 걸린다.
....로 알고 있었는데, 우리 기관은 IRB 면제도 정규 심의 이후 승인이 난다. 젠장!
자세히 보면 수시심의가 맞긴 한데 위원회 2인 중 한 분이 정규심의 날에만 승인을 해주시는 것 같다...
어느 날, 새로운 데이터세트로 연구가 시작되어 IRB 면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규 심의 일주일 전이었다. 지금 내면 일주일 만에 승인받겠지? 싱글벙글 웃으며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앗 저번이랑 홈페이지가 좀 다른데... 설마 내야 하는 서류가 추가된 건 아니겠지...
음? IRB 이력서도 필수 제출서류인데? 이거이거 너무 당연해서 담당자가 빠뜨렸구만. 그러면 이력서... 계획서랑 자가점검표, 이렇게 3종류만 내면 되겠다!
열심히 서류를 작성하고 일주일 뒤, 이메일이 왔다.
연구계획요약서...? 그건 필수 제출서류에 없었는데? 눈을 씻고 아무리 봐도, 홈페이지의 다른 페이지를 뒤져봐도, 연구계획요약서가 필수 제출서류라는 말은 안 보였다. 그런데 날짜를 보니 정규심의가 이뤄지는 날이었다. 해당 서류가 필수 서류는 아니지 않냐고 따지는 것보다 최대한 빨리 내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해서 1시간 만에 요약서를 만들어 제출했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승인이 났다. 아휴.... 그냥 저 메일이 심의 결과였나보다.... 흑흑...
물론 공개 데이터가 일반인도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승인 나기 전에 분석은 미리미리 돌리고 있었긴 하지만, 매주 교수님과 회의를 할 때 "A프로젝트는... 아직 IRB 승인이 안 났습니다"라고 이야기할 때마다 뻘쭘했다. 하, 요약서만 냈어도 일주일 만에 승인나는 거였는데!!
이후부터는 필수 제출서류가 아니더라도 일단 서류 목록에 있으면 작성할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하고 다 작성하는 버릇이 생겼다. 서류 뿐만 아니다. 추가분석을 굳이 해야하나? 하는 점에 대해서도 능력이 되면 무조건 다 돌리고, 결과값을 들고 있는다. 이 사건은 공개데이터여서 괜찮았지만 IRB 심의를 받은 이후에 자료를 받을 수 있는 연구였다면 그냥 분석 기간을 한 달 통째로 날리는 것이며, 펀드를 받는 연구였다면 더 마음이 쫄렸을 것 같다.
필요 없어 보여도 보이는 서류는 다 준비하면 좋다
필요 없어 보여도 보이는 서류는 다 준비하면 좋다필
...그렇게 서류 부자가 되었다...
무슨무슨 서류 내라는데? - 아 예전에 작성해 뒀던 거 있습니다. 보내드리겠습니다.
무슨 분석을 추가로 하라는데? - 그거 언제 했었는데 정리해서 supplementary로 붙이겠습니다.
필요 없어 보여도 보이는 서류는 다 필요 없어 보여도 보이는 서류는 다 준비하면 좋다준비하면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