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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레티아 Jul 29. 2021

돌연변이의 예측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가능해지는 시대

7월 초에 바이오엔테크 공동창업자, 쉽게 말하면 우리가 화이자 백신이라고 부르는 것을 개발한 분께서 하는 웨비나가 있었다. 런던 시간으로 오후 5시부터 시작이라 우리나라에서는 새벽 1시부터 시작이었지만 마침 종강도 했겠고, mRNA 백신에 대해 대중적인 이야기 말고 백신 개발자가 하는 이야기는 뭐가 다를까 하고 듣게 되었다. 

강의는 진짜 재미있었다. 1학기에 배운 종양학 내용과도 겹치는 게 있었고, 막연히 알던 내용들을 세세하게 연구 결과와 함께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웠던 점은 패널 디스커션을 할 때 너무 피곤해서 종료 15분을 남기고 자버렸다는 것이지만... 

대중들은 mRNA 백신 개발이 한순간에 이뤄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이전에 10년 이상의 연구가 숨어있다. 혹시 암 백신(Cancer vaccine)이라는 표현을 들어봤는가? 자궁경부암 백신은 들어봤는데... 하시는 분들이 많을 테지만 암 백신은 그런 개념은 아니다. 이게 전공자가 아니면 조금 어려운 개념일 수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면역체계가 암을 잘 인식하도록 만들어서 암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기존의 감염성 질환에 대한 백신을 생각해보면 미리 약독화된 병원체, 혹은 항원을 주입하여 우리 몸에 그 병원체에 반응하는 T cell, B cell 등을 미리 만들어두어 실제 감염이 되었을 때 병원체를 잘 공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 것처럼, 암도 미리 인식시켜서 생겼을 때 면역체계가 공격한다... 뭐 그런 내용이다.

백신의 효과에 대한 그래프. 출처: https://www.skcareersjournal.com/912

코로나19 백신은 이 암 백신 연구에 기반했다. 그래서 11개월 만에 백신이 개발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암은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무한 증식하는 세포이다. 돌연변이는 굉장히 많은 유전자에서 발생이 가능하다. (시험문제에 종종 나온다... 다음 중 비소세포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로 맞는 것은?) 그러면 그 수많은 유전자 중 어떤 유전자가 돌연변이가 생길 것이라 예상하고 백신을 만든단 말인가? 웨비나에서 자세히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가능하단다.

실제로 인터넷에 '돌연변이 예측'이라는 키워드를 작성하면 AI 기술의 발달로 유전자 돌연변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공지능 수업은 다음 학기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뭔가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서 주최한 Young Scientist Talk Concert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상정되었던 주제가 '신종질병 등장'이었다. 거기서 참여한 학생들이 뭘 했냐면 해당 주제에 대해 해결방안 아이디어를 적는 것이었는데 내가 패기 넘치게 '돌연변이 예측하여 미리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라고 썼었다. 사실 그 당시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사회자님이 물어봤을 때 '자외선으로 인한 염기서열 돌연변이를 보면 Thymine dimer가 생기는 등의 돌연변이 패턴이 있는데, 그와 비슷하게 바이러스나 세균의 염기서열도 잘 변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아닐 부분이 있을 테니까 예측하면 좋을 것 같다~~'라는 식으로 답변하였다. 당시 앉아계시던 선생님이(직책은 기억이 안 난다) 나보고 꼭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서 연구하라고 하시며 별점을 많이 주셨다. 

전혀 잊고 있던 기억인데, 전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별점 높은 학생에게 준다는 선물을 받고 싶어서 막 지른 이야기인데, 이제는 6년 정도가 흘러 그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하구나... 싶었다. 정말 기술의 발달은 대단하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여러 연구자님들도 대단하다.

한편으로는 내가 훗날 불치병에 걸린 환자를 보게 되면 꼭 이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양학 시간에 배운 바, 암환자의 우울증 유병률은 약 42%, 자살률은 일반 인구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치료가 불가능하고 고통스럽게 죽는 병이라 다들 인식하기 때문에 미리 삶을 포기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임상연구가 진행되는 약도 많고, 매년 기술이 발달하여 완치 가능한, 완치가 불가능하더라도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하며 오래 살아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암에 대한 수업을 들으면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의외로 생존율이 꽤 된다는 것이었다. 난 막 90% 사망 그럴 줄 알았는데 1차 치료, 2차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고 CT나 MRI 등에서 '헐 저건 너무 심각한 거 아니냐'했던 것이 '뭐야 깨끗해졌네'하는 경우도 많았다. 솔직히 암 백신 이야기만 해도 10년 전에 누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래서 꼭 다들 끝까지 사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과학자들, 의사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질병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하니까...

물론 환자들의 마음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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