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비 Mar 18. 2019

저리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초서(鈔書)란 책을 읽다가 그때그때 요긴한 대목을 베껴 카드 작업을 해가면서 읽는 독서법이다. 그저 읽지 말고 기록으로 남겨라. 갈래를 나누고 체계를 세워서 정보를 계통화 하라.” - 정민    


책을 읽을 때 그냥 읽지 말고,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을 따로 기록하고 분류하는 카드 작업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것이 나중에 요긴한 정보가 됩니다. 그냥 널려 있는 정보들은 쓸모가 없습니다. 계통을 세워 체계적으로 목록을 해 놓으면 나중에 언제든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고, 응용할 수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이나 정민 선생님이 책을 여러 권 써내시는 것도 다 그런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계통화 하는 일에 힘을 쏟읍시다.  


“그림은 의식 또는 무의식의 심부로부터 길어 올리는 ‘추억의 두레박’인 것 같아요. 화려하든 어둡든 우울하든 간에 그곳에는 자기애와 인간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뒤섞여 있거든요.” -  황주리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듯 캔버스에 풀어내는 중견작가 황주리 님의 그림에 대한 정의입니다. 그의 화업(畵業) 30년을 정리하는 개인전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가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모든 그림의 중심 주제는 결국 ‘인간’입니다. 비록 신을 그린 그림이라고 할지라도, 인간이 없는 신은 상상할 수 없으므로 그것은 결국 인간을 향한 외침일 수밖에 없고, 정물이든, 추상이든, 구상이든 그 속에는 자기애와 인간에 대한 연민이 스며들어 표현된 것일 테니, 결국 인간이 빠진 그림은 없는 셈입니다.    


칸딘스키와 가우디 책은 잘 받았습니다. 얼른 읽고 돌려드리겠습니다.    

 

2008 1.24       산비        



“의원에게 약초가 있다면 문장가에게는 문자가 있다. 의원은 약초를 가지고 처방을 내리고, 문장가는 문자를 얽어서 글을 짠다. 좋은 의원은 약재 하나마다 그 성질을 꿰뚫고, 훌륭한 문장가는 낱글자의 쓰임새를 장악하여 그때마다 최선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결국 모든 것들은 궁극에 이르면 서로 통합니다. 요리사가 여러 가지 식재료를 이용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도 그렇고, 건축가가 건자재를 이용해서 멋진 건물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렇습니다. 각각의 약초가 갖는, 식재료, 건자재가 갖고 있는 성질을 낱낱이 꿰뚫고 있어야 그것을 응용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처방이나, 남이 써놓은 구절을 그대로 표절하거나, 모양을 비슷하게 흉내를 내서는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사랑도 산책 같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랑이 산책 같다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사랑은 불꽃처럼 일어나는 것이지만, 기다림과 그리움의 시간을 살면서 사랑은 무르익고 완성된다는 뜻 아닐까?”    


그리움과 기다림은 사랑의 두 핵심 항목입니다. 그리움을 견디지 못해 편지를 씁니다. 그립고 그리워, 그리움의 눈물을 흘리며 한 자 한 자 눌러씁니다. 차마 가슴에 담아 둔 말 다 꺼내 보이지 못하고 하염없이 먼 산만 바라보다가 다시 펜을 들어 몇 자 적어 내려갑니다. 그리고 정성스레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습니다. 그 편지가 전달될 며칠을 끙끙거리며 보냅니다. 이제나 받아보았을까, 저제나 읽어 보실까, 언제나 답장을 보내주실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그리워하고 기다리며 그렇게 사랑은 무르익어갑니다.    

 

2008 1.30    산비          



“하염없음이란 무엇일까. 저리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리 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이 또한 인생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하염없이 울거나 하염없이 서 있거나 하염없이 걷는다. 운명 앞에 나약한 인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 김탁환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는데 내 힘으로 그리 됨을 막지 못하는 것, 이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렇게 하게 되는 것, 삶이란 그런 것입니다. 결국 뒤돌아서 남는 것은 후회와 무력감. 그럴 때 우리는 하염없이 울며 삶의 하염없음을 탓하게 됩니다.     


“남의 말을 듣기란 내가 말하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그 괴로움을 참고 마음과 눈까지 동원해 진지하게 귀 기울이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 말을 귀담아듣는 것이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냥 듣고 있기. 아주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척 힘든 일입니다. 상당한 감정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입니다. 가끔은 눈을 마주치고 말의 요소요소에서 긍정의 맞장구를 쳐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가치관과 다른 쪽으로 나가면 불쑥 말의 허리를 자르고 껴들게 됩니다. 아예 무시하고 딴전을 피우기도 합니다. 상대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의 주도권을 뺏어오기도 합니다.      


남의 말을 온전히 들어주려면 상당한 수행이 필요합니다. 의식적으로 자기를 다스리면서 잘 들어주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화가 풀리고, 마음이 진정되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경청의 내공을 쌓읍시다.   

 

2008 2.1      산비        



“시인은 가난을 감추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영혼의 본성 자체가 헐벗음이며 비어 있음이기 때문에 오히려 가난을 확인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며, 가난 그 자체가 지닌 진실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영혼이 되라고 권한다.”    


물질의 부유함이 반드시 정신의 풍요로움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경제적 자유가 반드시 영혼의 자유로움을 이끄는 것은 아닙니다. 가난은 불편하기는 하지만, 부끄러운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진 것이 없어서 잃을 것도 없을 때 허허로운 유목의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사랑은 청해서는 안 되는 거야. 요구해서도 안 되지. 사랑은 우리 내부에서 확신에 도달하는 힘을 지녔어. 그것은 끌려오는 것이 아니라 끌어당기게 되는 힘이야.”    


사랑을 믿는 자는 세상을 믿지 않고, 사랑에 순응하는 자는 제도에 순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알 때문에 부화할 수 있었지만, 알에 갇혀있지 않고 알을 깨고 나오는 새처럼, 새로 태어나려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아직 알에 갇혀 있는 자들인가요? 아니면, 알을 깨고 나온 자들인가요?    


2008 2.5    산비

매거진의 이전글 한 사람이 떠났는데 서울이 텅 비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