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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은 Nov 11. 2019

공무원의 아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15

마지막 이야기-오르막길

예전에 바둑기사 이세돌의 복기 이야기를 들었다.  

지든 이기든 상대를 붙잡아놓고 자신의 대국을 첫돌부터 마지막 돌까지

다시 놓아본다는 말에 강한 감동을 받았다.

나는 이 글들을 복기하는 마음으로 썼다.
진정한 교훈은 아픈 상처에서 돋아난 그 새살을 보며 얻어내는 것이니까.

하지만  남편에게는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힘든 기억일것이다.
남편은 아직 글들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브런치 알아?"하고 물어보면

"브런치? 브런치는 아점이잖아!" 이럴사람이다.(브런치는 분발하자^^)

나는 몰래몰래 글을 썼다.

요새 왜 그렇게 핸드폰만 붙잡고 있냐고 한소리 듣기도 했다.

일상은 새침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흘러갔다. 
아이들은 벌써 꽤 자랐, 알고싶은 그것이 많은 우리 부부는

여전히 토요일 에는 S본부의 프로를 보며 맥주를 마신다.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없었다면 나는 얼마나 교만한 인간이 되었을까...

나는 얼마나 일상의 소중함, 삶의 무게를 모르는 깃털 같은 인간으로 살고 있었을까....




초등학교 시 지갑을 잃어버리고 대문 앞에서 울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때 대문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울고 있는 내게 아버지는 다음부터

어버리면 된다고 들어가자 하셨다.

크게 혼날줄 알았던 나는 아버지의 그 말에 대성통곡을 하였다. 

그것은 안도와 고마움의 대성통곡이었다.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고마움에 대한 표시였다.

우리는 살다가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같은 황망한 일을 당할 때가 있다.

나의 부주의일 수도 있고 누가 훔쳐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갑을 잃어버리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내 글을 보고 비난할 수 있으리라. 당연하다.
주위에는 이 경험은 정말 아무것도 아닐 만큼

 힘든 삶을 지켜가시는 분들이 훨씬 많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이런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가족이라면 

그리고 부부라면

힘든일을 당한 그사람에게

너무 당황스럽고 황망하여 눈물만 흘리고있는 그 사람에게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두드려주어야 한다고 ....

지갑을 잃어버려 울고있는 나에게

다음에 안 잃어버리면 되는 거라고

네가 잃어버리고 싶어 잃어버린 게 아니라고 손을 잡아준 아버지처럼

위로해주는 사람이 야 한다고.... 

단지 그 이야기가 하고싶었을 뿐이다.


남편이 시험 준비를 하던 중 나는 노래 한곡을 우연히 듣고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불었었다. 

'오르막길'이란 노래였다.

마치 남편이 게 불러 주는것 같았던 이 노래의 노랫말로

나는 이야기를 마무리지으려고 한다. 

굳이 고된 당신을 택한  손을 서로가 끝까지 놓지않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





오르막길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 지 몰라
완만했던 우리가 지나온 길엔
달콤한 사랑의 향기
이제 끈적이는 땀
거칠게 내쉬는 숨이
우리 유일한 대화일지 몰라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오른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HwC3KGJKZIg






이것으로 '공무원의 아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의 이야기를 마칩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준 독자분들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더 좋은 글로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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