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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은 Nov 11. 2019

공무원의 아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14

아직 말하지 못한 이야기

남편이 공무원이 된 후부터

일상이 예전처럼 돌아왔다. 행복했다.

아침에 남편과 아이들이 출근과 등교를 하면 나는 집안일을 서둘러 마치고 나의 일을 준비했다. 그렇게 평화롭게 흘러가던 일상이었는데  나에게 작지만은 않은 문제들이 생겼다.

사실 마음은 괜찮다고, 할만하다고 생각하며 남편의 실직과 시험기간을 견뎌냈다.

그런데 몸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어느 날 일을 나갈 준비를 는데 갑자기 구토가 날 것 같았다.

그러더니 이유도 없이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머리도 제대로 빗지 못한 채

집 근처 병원을 겨우겨우 찾아갔다.

그런데 차례를 기다리다가 병원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그대로 죽는 줄 알았다.

의식은 살아있는데 숨을 못 쉴 정도로 맥박이 뛰었다.

놀란 간호사 선생님들은 다급하게 뛰어와 나를 침대로 올리고 주무르고 혈압을 재었다.

침대로 뛰어오신 의사 선생님은 맥박을 재시더니 심전도 검사부 각종 검사를 응급 지시하셨다. 그렇게 한바탕 정말 난리가 났다. 잠시 후 조금 정신을 차린 나는 원장실로 들어갔다.

"원장님~ 저 왜 이래요? 심장에 문제가 있는 거죠? 그렇죠?"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까 증상 보고 부정맥이 의심돼서 지금 다 검사를 했는데......

검사상 아무 이상이 없네요."

"원장님 저 소견서 써주세요....  대학병원 가서 정밀 검사 해보고 싶어요....."

"음..... 이상소견이 나와야 소견서를 쓰지요. 그건 불가능해요.....

혹시 최근에 스트레스받은 일 있어요?"원장님은 조심스레 물으셨다.

나는 딱 잘라 없다고 말했다.

나는 항상 즐겁고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묻지도 않은 자기소개를 그 와중에 늘어놓았다.

원장님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시더니

"약을 좀 드릴 테니까..... 일단 드시고

또 그러면 병원에 세요 " 하셨다.

처방전을 들고 평소 알고 지내는 약국에 갔다. 약사 선생님께서

"뭔 일이에요? 이런 약 처방을 받아오고~무슨 일 있어요?" 하며 눈이 똥그래서 나를 쳐다봤다.

약은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로 처방되어있었다. 

나도 눈이 똥그래질 수밖에 없었다.

내 이야기를 들으신 약사 선생님은 제일 낮은 단계의 약들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증상이 있을 때만 먹으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약봉지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 이게 소위 말하는 공황장애인가?' 싶었다.  

 마음 한편이 종이에 베인 거같이 조금 찌릿했다.

동안 어쩌면 가면을 쓰고 살았구나 싶었다.

몸은 알고 있었다.

'너 힘들었으힘들었다고 말해!

아닌 척하지 말고,  척하지 말고!!'

몸은 그렇게 나한테 얘기하고 있었다.




남편에겐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혹시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할까 봐 그냥 묻어뒀다.

그런데 그렇게 지낸 지 한 6개월 뒤 이번에는 대상포진에 걸리고 말았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서 통증은 없었지만 몸은 여기저기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겁이 났다.

나는 그럴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민끝에 모든 일을 그만두었다.

남편도 걱정이 되었는지 그러라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지금은 몸도 마음도 조금 추스른 것 같다. 

다시 일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너무 서두르지는 말자하고 지냈다.

그러다 우연히 브런치라는 공간을 발견하여 이곳에 지난 일들을 쓰고 있다.

아무런 기대 없이 그냥 지난 일들을 기록해보자 하는 마음에 글을 올렸는데

이곳에서 많은 구독자님들께

꿈에서나 있을법한 과분한 관심을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처음 써보는 글이지만 나에게 있는 작은 가능성 같은 것들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살면 살수록 신기한 게 인생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영화 '머니볼'의 대사를 활용하여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러니 어떻게 삶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다음에 마지막 회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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